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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이 없는 아이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

by 참교육 2011. 5.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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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참 이상한게 많다. 전자사전 한권이면 언제든지 찾아볼 수 있는 지식을 달달 외워 점수를 매기고... 선행학습이라는 사전에도 없는 걸 만들어 학교가 아닌 학원에서 공부하도록 하는 나라. 기저귀를 찬 아이에게 영어를 가르치고 영어발음을 잘하기 위해 혓바닥 수술까지 시키는 엽기적인 엄마도 있다. 

100점 받아오면 생활습관이며 버릇 같은 건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가정교육. 초등학생들 시험점수 올리려고 방학도 없애고 야간자율학습까지 시키는 학교. 점수 몇점으로 개인별, 학급별, 학교별 지역별 서열도 모자라 교사들 성과급까지 차등화시키고 있는 세계에서 유래를 찾아볼 수 없는 경쟁 교육을 시키는 나라가 대한민국이다.


젖먹이를 맡길 곳이 없어 영아원, 유아원에 보내서 키우고, 영어학원 태권도학원, 미술학원, 피아노학원.... 학원이라는 학원을 빠짐없이 보내야 부모노릇 잘하는 거라고 생각하는 가정교육을 하는 나라. 그러나 정작 내가 먹고 입는 옷은 어디서 누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그 사람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는 나라가 우리나라다.

고향이 없이 자라는 아이들! 끼니때마다 먹는 쌀밥이며 반찬은 어떻게 밥상에 오르는지, 봄이 오면 꽃이 피고 신록이 짙어지고 가을이 오면 단풍이 왜 들고, 새들이 어떻게 지저기는 지 아름다운 새들의 노래 소리 한 번 제대로 들어보지 못하고 자라는 아이들.... 모심기를 어떻게 하는지, 보리는 어떻게 자라는지, 종달새 소리, 뻐꾸기 소리조차 들어보지 못하고 사계절을 보내는 아이들이 우리나라 어린이들이다.


학원에서 집으로, 집에서 다시 학원으로... 개미 쳇바퀴 돌듯이 살아가는 아이들에게는 고향이 없다. 인어공주, 피노키오, 소공녀..를 읽으면서 자라지만 정작 봄이 오면 산과 들에는 무슨 풀들이 자라고 논과 밭에는 농부들이 무엇을 어떻게 가꾸는지, 냇가에는 올챙이며 개구리들이 앙증맞게 자라는 모습 한 번 보지 못하고 자라는 아이들. 고향이 없는 아이들에게 시골의 모습, 고향을 만들어주는 책은 그렇게 흔치 않다. 우연히 정서가 메말라가는 우리아이들에게 소개하고 싶은 책을 만났다.

내가 운영하는 블로그 방명록에 문자를 남겼다. 섬진강 시인 김용택님인 줄 알고 보냈는지 모르지만 책을 보내겠단다. 조재도시인이 펴낸 ‘자전거 타는 대통령’이라는 책이다. 고 노무현대통령 마을을 배경으로 아이들이 읽는 동화책이다. 어린아이의 울음소리가 끊긴 농촌 그 농촌 봉하 마을에 사는 친구도 없이 외롭게 사는 소년,


'부남이'가 대통령 할아버지와 함께 보낸 짧지만 행복한 추억을 담아낸 장편동화 책이다. 부남이는 2년 전 엄마를 여읜 후, 아빠와 할머니와 함께 봉하마을에서 살고 있다. 어느 날 부남이는 학교를 마치고 집으로 오다가 낯선 할아버지가 탄 자전거를 만나면서 대통령 할아버지와 짧은 인연을 맺는 잔잔하면서도 너무나 인간적인 삶을 그린 이야기다.

노무현대통령이 남긴 '사람 사는 세상'이라는 소중한 가치를 동화 속에 녹여낸 책이기도 하지만 고향이 없는 도시 아이들에게 농촌의 살아 있는 자연을 만날 수 있도록 안내해 주는 책이어서 추천하고 싶다. 어른들에게 '바보'라고 불려 질 만큼 순수한 사람인 대통령 할아버지가 아이들에게 들려주고 싶어 하는 이야기를 대신 전해주고 싶다는 저자의 의지가 담겨 있는 책.

순수한 아이들의 눈에 비친 어른들의 세상, 대통령 할아버지가 만들고 싶어 하던 세상을 아이들의 시각에서 비춰주는... 그래서 자신밖에 모르는 사람들이 사는 세상을 더불어 살아가는 사람들이 사는 세상으로 바뀌기를 바라는 저자의 소망이 어린이들에게 전해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권하고 싶은 책이기도 하다.

어린이 동화 ‘자전거 타는 대통령’을 읽으면서 우리 부모들은 왜 학원보다 산이나 들에서 자라는 이름 없는 풀꽃도 보고 생명체들이 살아가는 모습이며 삶의 현장인 농촌에서 농부들이 어떻게 농사를 짓는지 보여주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내내 했다. 내가 사는 세상은 사람만 사는 게 아니라 풀도 나무도 새도 벌레도 함께 산다는 것을 깨우쳐주려 하지 않을까? 나 혼자만 행복하게 사는 삶이란 결코 없다는 것을...!

나만 행복하게 사는 게 사람답게 사는 게 아니라고 왜 가르쳐 주려고 하지 않을까? 출세만 하면, 돈만 벌면 자기보다 못한 사람을 우습게 아는 자세는 삶을 황폐 화시킨다. 사랑하는 아이들에게 대통령을 지낸 분이 만들고 싶어 했던 세상을, 어린이의 눈으로 만나게 해 주고 싶어 하는 저자의 가슴 따뜻한 얘기를 고향이 없이 학원을 쳇바퀴 돌듯 하면서 자라는 아이들에게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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