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면이 먹고 사는 것보다 중한가
삶의 세 가지 기본 요소인 '의식주(衣食住)'는 입는 옷(衣), 먹는 음식(食), 사는 집(住)의 순서다. 곤궁한 상태를 표현할 때도 '굶주리고 헐벗다'가 아니라 '헐벗고 굶주리다'로 쓴다. 반면 영어에선 'food,clothing and shelter'로 食이 앞선다. 안 입고는 살아도 안 먹고는 못 사는데 왜 의(衣)가 식(食)보다 먼저일까. 입는 것을 우선하는 언어 습관은 예의·체면을 중시하는 유교문화에서 비롯됐다는 게 정설이다.
■ 의식주(衣, 食, 住)가 아니라 식의주(食, 衣, 住)라니…?
6·10항쟁 전후였던가? 북한의 북(北)자만 말해도 빨갱이 소리를 듣던 시절, 6·10항쟁으로 북한의 소식이 조금씩 흘러 들어오던 때였다, 우리는 의,식,주라고 하는데 북한에서는 의식주가 아니라 식,의,주라고 한다는 말을 듣고 놀랐던 일이 있다. ‘먹는 것’과 ‘입는 옷’중 어떤 것이 소중한가? 당연히 목구멍이 포도청이니 먹는 게 더 중요하다. 외모를 중시하는 문화와 실질을 중시하는 문화의 차이… 북한은 축구경기를 비롯해 우리말과 글 그리고 우리의 전통을 얼마나 소중하게 아끼고 가꾸는가를 어렴풋이 알 수 있었다.
왜 뜬금없이 ‘식의주’냐 얘기냐고 의아해 할 사람이 있을 것 같아 해명부터 해야겠다. 민주주의에 살면서 자본주의에 대해 모르고 사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민주주의니 공화국에 대해서는 알아도 자본주의는 잘 모른다…? 북한식으로 말하면 의복보다 먹고 사는 게 더 우선이라는데 민주니 공화보다 자본주의를 더 잘아야 사람답게 살 수 있지 않을까? 실제로 자본주의에서 가난하다는 것은 사람대접을 받지 못한다. 옛날에도 그랬지만 지금도 결혼 상대자를 찾을 때 돈이 많은 사람... 경제력을 더 우선시하는 경향이 있다.
■ 특별히 금슬이 좋은 사람 중에는...
가문이나 학벌, 외모나 성격 그 어느 것 하나도 비슷한 구석이라고는 눈을 닦고 찾아 봐도 없는데 부부로서 금슬이 좋아도 죽고 못 사는 잉꼬부부가 있다. 아무리 살펴봐도 두 사람이 맞을 것 같지 않은데 이들 부부는 어떻게 그렇게 잉꼬부부로 잘 살고 있을까? 그 이유는 아마 어느 한쪽이 상대방을 위해 철저하게 희생하고 있거나 아니면 한쪽이 약점이 있어 꼼짝없이 잡혀 사는 사이가 되어 있기 때문이 아닐까 짐작된다.
민주주의와 자본주의 얘기다. 이기주의인 남편과 이타주의의인 아내가 함께 살면 티걱거리지 않고 잘 살기는 어렵다. 민주주의가 지향하는 가치는 ‘인간의 존엄성, 자유, 평등’이다. 자본주의가 지향하는 가치는 무엇인가? ‘내게 이익이 되면 선’이라는 가치. 이윤의 극대화를 위해서라면 전쟁도 불사하고 살인 무기도 생산한다. 상충하는 이 두가치가 공존하기 위해서는 두가치가 공존할 수 있는 타협점이란 한쪽이 철저하게 희생당하거나 아니면 운명으로 치부하고 사는 길밖에 없다.
■ 토지를 국유로 하는 사회주의 국가
1941년 11월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발표한 새 민주국가를 위한 대한민국 건국강령 3항에는 ‘옛 규칙과 새 법을 참작하여 토지제도를 국유’로 확정하도록 했다. 사유재산제도를 이상적인 가치로 성립된 현재의 자본주의는 모든 것을 민영화하고 있다. 이윤의 극대화를 위한 사회에서 복지란 국가가 지향하는 가치가 아니라 생색내기용일 뿐이다. 현행 헌법 제23조 제1항 ‘모든 국민의 재산권은 보장된다.’라고 규정하고, 제119조 제1항은 ‘대한민국의 경제질서는 개인과 기업의 경제상의 자유와 창의를 존중함을 기본으로 해 사유재산을 인정하고 있다.
민주주의가 지향하는 기본이념은 인간의 존엄성이다.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가장 소중한 가치로 인정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자유와 평등을 보장하고 있다. 우리헌법은 전체 본문 130조 중에 10조에서 39조인 22%까지 주권자의 권리와 국가가 이를 보장하겠다는 약속이 담겨 있다. 자본주의가 지향하는 가치를 두고 민주주의가 지향하는 인간의 존엄성과 자유평등이 실현될 수 있을까? 대한민국 헌법 제 10조는 ‘①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②.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 헌법이 보장 하는 ‘모든 국민이 행복할 권리’ 누리고 있나
대한민국 5천만 모든 국민은 헌법이 보장하는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누리며 살고 있는가. 헌법대로라면 현재의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행복추구권을 누리지 못하고 사는 국민을 인간답게 만들어 줄 의무가 국가에 있다. 법은 ‘국민의 행복추구권을 누릴 수 있도록 만들어 주기 위해 필요한 것이다. 그런데 오늘날 노동자 농민들은 헌법이 보장하는 행복추구권을 누리지 못하고 있다. 양극화문제, 환경문제, 청년실업문제, 교육문제, 성폭력문제… 이 모든 사회적 갈등을 풀기 위해 정치가 필요한 것이다. 지금 대한민국의 정치인들 대통령과 국회의원, 검찰과 경찰, 사법부 지자체 단체장...들은 진정으로 국민을 위한 일을 하고 있다고 믿어도 될까.
대한민국은 민주주의 국가이기도 하고 자본주의 국가이기도 하다. 이 두 상충되는 가치를 조정해 나라의 주인인 국민이 행복추구권을 누릴 수 있도록 만들기 위해 성립된 제도가 무한경쟁, 이기주의로 치닫고 있어 정지의 존재 이유가 무색해 지고 있다. 법 따로 현실 따로… 민주주의와 자본주의가 공존 하는 세상에는 ‘인간의 존엄과 자유, 평등’이라는 민주주의가 지향하는 가치는 점점 관념화되고 법전에만 남아 있는 것이 아닌가? 사적 소유권을 이상적인 가치로 모든 것을 민영화하면 모든 국민이 살기 좋은 세상이 되는가? 6·3 대선후보 출사표를 던진 후보들은 주권자가 주인인 세상과 잘 사는 것 중 잘사는 세상을 만들겠다고 한다. 돈만 많으면 행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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