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의 정치적 기본권을 보장해야
선거에서 각 정당은 유권자들의 표심(票心)을 얻기 위해 각 정당의 이념을 반영해 국민의 삶을 개선하기 위한 다양한 공약들을 내놓는다. 하지만 때마다 공약들이 쏟아지지만, 막상 국회가 열리고 나면, 정당과 국회의원들은 공약을 실현하고자 하는 노력을 게을리한다. 개혁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공약을 내놓고 뒷걸음질 치거나, 오히려 모순되는 의정활동을 하는가 하면, 정치적 공약이 아닌 국민의 삶과 밀접한 민생공약은 전혀 실현하고자 하는 의지를 보이지 않는다.
■ 여야가 내놓은 선거 공약
국민의힘이 내놓은 10대 선거 공약을 보면 △일가족 모두 행복 △촘촘한 돌봄·양육 △서민·소상공인·전통시장 새로 희망 △중소기업·스타트업 활력 제고 △시민 안전 대한민국 △건강하고 활력적인 지역 발전 △교통·주거 격차 해소 △청년 행복 △어르신 내일 지원 △기후 위기 대응 녹색생활 등을 내세웠다.
더불어민주당은 △소득·주거 등 전 생애 기본적인 삶 보장 △저출생 문제 해결 △기후 위기 대처·재생에너지 전환 △혁신성장과 균형발전 △의료·보건 교육 강화 △예방 가능한 안전사고 대책 마련 △소상공인·자영업자·중소기업 경쟁력 강화 △전쟁 위기 해소와 남북 관계 완화 △대화와 타협의 정치 회복 △정치개혁과 헌법 개정 등을 10대공약으로 내놓았다.
■ 지역구 국회의원 공약이행률 51.83%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이하 매니페스토본부)는 지역구 국회의원 251명(12월 말 기준, 253명 중 공석 2명 제외)을 대상으로 약 2개월간 ‘공약이행도 및 의정활동’ 평가를 실시한 결과를 보면 공약완료율은 2023년 12월 말 기준으로 51.83%에 그친 것으로 확인되었다. 전체 공약 중 ▲완료 4,925개(51.83%), ▲ 추진중 4,002개(42.12%), ▲보류 288개(3.03%), ▲폐기 76개(0.80%), ▲기타 211개(2.22%)인 것으로 나타났다. 공약의 42.12%(4,002개)가 추진 중으로 분류되어 있다.
정당이나 후보들이 내놓은 공약들을 보면 듣기만 해도 배가 부르다. 하지만 여야 정당이나 후보들의 공약 중 정작 필요한 부분은 보이이지 않는다. 저출산의 주범인 대학까지 완전 무상교육이나 OECD 국가 중 노인을 가장 가난한 나라로 만드는 무상의료 공약은 보이지 않는다. 학생들을 시험문제 풀이 기술자로 만드는 수학능력고사를 폐지하겠다는 공약이나 시비를 가리고 판단능력을 길러주는 철학교육을 하겠다는 공약은 보이지 않는다.
■ ‘교원의 정치적 중립’ 문제 또 외면할 것인가
교육기본법 6조에는 “교육은 교육 본래의 목적에 따라 그 기능을 다하도록 운영되어야 하며, 정치적·파당적 또는 개인적 편견을 전파하기 위한 방편으로 이용되어서는 아니 된다”고 명시되어 있다. 국가공무원법 65조에는 공무원의 정치활동 금지 규정이 있다. 정당법 6조에는 ‘교육공무원의 정당 가입’을 금지한다고 되어 있다. 즉, 교육은 정치적으로 중립을 지켜야 하고, 교사는 정당 가입이나 정치활동을 할 수 없다.
우리 헌법 제 31조는 “교육의 자주성·전문성·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한다”고 명시한 것은 이런 교사와 학교의 정치적 동원을 막자는 것이지, 교사를 정치적 금치산자로 만들고, 수업시간에 정치·사회적 주제의 단원을 주제로 수업을 해서 안 되며 교육기본법에서 교사의 ‘정치활동 금지’ 조항은 교사가 정한 정당이나 파당의 입장을 교실에서 공공연하게 선전하지 말아야 한다는 취지이지, 교사가 정치적 쟁점을 금기시해야 한다는 말은 아니다.
교원은 24시간 교원이 아니다. 퇴근 후 가정에서는 아버지와 남편 혹은 아내가 된다. 공휴일에는 등산도 하고 가족과 함께 야외로 휴가를 떠나기도 한다. 좋아하는 친구들과 세상 돌아가는 얘기도 하고 정치나 경제에 대한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고 토론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교사는 정당 가입은커녕 SNS 게시글 ‘좋아요’를 누를 수도 없고, 후원금을 낼 수도 없으며, 후보의 선거공약에 대한 의견을 표현할 수도 없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교사가 근무 중 학생들에게 특정정당의 이념을 지지를 선동하는 행위는 있을 수도 없고 있어서도 안 된다. 개인적인 정치성향을 학생들에게 강요하거나 주입시켜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교육의 정치적 중립 이야기다. 그런데 현실은 어떤가? 교육의 정치적 중립은 지켜야 한다면서 교원의 인권은 존중되고 있는가? 하지만 교원이라는 이유로 업무 시간 이외에 특정정당을 지지하는 발언이나 정치적 행동을 제한해야 한다는 것은 민주시민으로서 당연히 누려야할 기본권의 제약이다.
민주시민을 길러내야 하는 우리 교육의 현실은 어떤가. 시민교육을 해야 하는 교사는 정작 시민이 아니다. 교사는 정당 가입, 정당 후원은커녕 정치적 의사 표현조차 제대로 할 수 없는 정치적 비시민에 머물러 있다. SNS에 ‘좋아요’만 눌러도 정치적 중립을 훼손했다며 입을 틀어막고 목소리를 완전히 지우고 있다. 반면 몇 해 전 정당법이 개정되어 16세가 된 학생은 자신의 선택에 따라 정당에 가입할 수 있게 됐다. 정치적 권리가 대부분 박탈당한 비시민 교사가 정당에 가입할 수 있는 시민 학생에게 시민교육을 해야 하는 모순적인 상황을 방치하고 있는 것이다.
교사가 온전한 시민이 되지 못하면 제대로 된 시민교육이 이루어질 수 없고, 이는 교육의 목적 자체를 실현하지 못함을 의미한다. 교원의 정치기본권을 우리나라만큼 일률적으로 폭넓게 제한하는 나라는 찾아보기 어렵다. 교원의 정치기본권 확대는 전 세계적인 추세요, 시대적 요구이며 그 나라가 얼마나 민주적인지 가늠할 수 있는 척도이기도 하다. 국민에게 제대로 된 시민교육을 보장하기 위해서라도 비시민 상태에 머물러 있는 교사들의 정치적 권리를 조속히 회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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