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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를 가르치는 학교에는 민주주의가 없다

by 참교육 2011. 2.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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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부터 며칠간 '민주주의와 학교'라는 주제로 글을 올리겠습니다. 
사실 이 글은 4~5년 전에 지역신문에 기고했던 글인데 수정하지 않고 그대로 올리겠습니다. 
이 때 주장했던 내용이 지금은 어떻게 달라졌는지, 왜 달라지지 않는지...
한 번 생각해 봤으면 하는 마음에서 다시 올립니다.

오늘은 민주주의를 가르치는 학교에 민주주의가 없다. 다음날에도 같은 주제로 다른 글을 게재하겠습니다.

<지시전달만 하는 교무회의>

“지금부터 직원회를 시작하겠습니다. 차렷, 경례!”, “교무부에서 먼저 말씀드리겠습니다. 오늘 일과는...” 교무부장의 발언이 끝나면 학생부, 연구부 정보부... 부장이 차례로 이번 주의 할 일을 지시·전달하고 교감, 교장이 최종 발언이 끝나면 “이상으로 직원회의를 마치겠습니다. 차렷, 경례!” 이게 교직원회의다.

“차렷, 경례!”라는 구호가 군사문화의 잔재니 하는 시비는 여기서 접어두자. 그런데 이건 회의가 아니다. 직원모임 전에 간부회의에서 논의한 사항을 전체교직원에게 전달하는 시간이다. 주제를 놓고 토의를 하거나 결정하는 회의가 아니다. 지방자치가 부활된 지 13년째이다. 민주주의를 가르치고 모범을 보여야할 학교에는 이렇게 지시전달과 상명하복의 모임으로 하루가 시작되는 것이다.


<군대 위병소 같은 교문>

직원회의뿐만 아니다. 학생들이 등하교하는 교문에는 호랑이 학생부장선생님이 가위와 자를 들고 지키고 서 있다. 수배자를 찾는 경찰처럼 복장위반을 한 학생은 없는지... 두발이며 가방이며 양말색깔까지 확인하고서야 찰입이 허용된다. 등교시간에 1분만 늦어도 운동장 몇바퀴를 돌고 나서야 입실이 허용되는 교문. 교문의 학생들은 공포의 대상이다.   

교칙이지 생활지도 규정은 또 어떤가? 입학식 날, 학생대표가 교장선생님 앞에서 선서를 했다는 이유로 학생들은 내용도 모르는 교칙을 지켜야 한다. 교복을 왜 입어야 하는지, 양말은 왜 색깔이 있는 걸 신으면 안 되는지, 머리카락은 왜 귀 밑 3Cm로 잘라야 단정한지 알지 못한다.

민주주의를 배우는 학생들에게 스스로 결정하고 그 결정에 대학 책임을 질 줄 아는 그런 민주주의 원칙을 가르치는 과정이란 눈 닦고 찾아 봐도 없다. 창의력과 국제경쟁력이 살길인 지식기반사회에서 학교는 아직도 ‘시키면 시키는 대로 잘하는 학생’을 길러내는 교육을 하고 있다.

<학생이 주인인 학교에 운영위원회는 학생과는 무관하다>

학교자치와 투명한 운영을 위해 설립한 학교운영위원회도 마찬가지다. 운영위원의 선출과정이 얼마나 민주적인가는 여기서 논외로 치자. 그러나 학교운영위원회는 학교의 주인인 학생대표가 당연히 참여해 학생들의 의견을 반영하는 것이 민주주의의 기본원칙이요, 상식이다.

그러나 학교운영위원회에 학생대표를 참석시키자고 하면 보수적인 교장선생님들은 펄쩍 뛴다. '철없는 아이들에게 어떻게 학교운영에 대한 얘기 할 수 있는가?‘라고 말이다. 말끝마다 학교의 주인이 학생이라면서 학교운영에 학생들의 의사를 반영하면 안 되는 이유라도 있는가?

교칙이 무엇인지, 입학하면 교칙을 프린트해서 나눠주거나 지키지 않으면 안 되는 이유를 설명해 주는 학교란 찾아보기 어렵다. 두발이 왜 남학생은 스포츠형이어야 하고 여학생은 왜 귀밑 3Cm여야 하는 지, 개성의 시대 교복은 왜 똑같은 모양과 똑같은 색깔을 입어야 하는지에 대한 동의과정도 없이 한 번도 보지 못한 교칙이나 규정에 있기 때문에 지켜야 하는 것이다.

<들러리 학생회, 교사회, 학부모회는 이제 그만...>

내용도 모르는 규칙을 지켜야 하는 학생들은 자율성은 없고 순종만 강조 받고 있다. 지시와 통제에 복종하는 학생이 모범생이 되는 학교에 민주주의 교육이 가능할까? 교육의 주체인 학생들은 권리의 한 주체가 아니라 통제와 단속의 대상이 되는 현실에서는 진정한 민주교육을 할 수 없다. 권리는 없고 책임만 강요하는 학생들에게 어떻게 민주주의를 가르칠 수 있는가?

학부모들은 또 어떤가? 해방 후 오늘날까지 학부모는 자녀 교육을 위한 대등한 주체로서의 권리와 역할을 확보하지 못하고 갖가지 불법적인 찬조금이나 조성하는 역할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권리주체로서가 아니라 임의단체인 학부모회, 어머니회, 자모회, 명예교사회, 급식후원회, 체육진흥회, 녹색어머니회... 등 헤아릴 수 없을 정도의 많은 단체들이 조직되어 있다.

그러나 이들 조직은 이름만 다를 뿐 하는 일은 대동소이하다. 부모의 치맛바람으로 내 아이가 돋보이게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명실상부한 권리의 주체로 서기 위해서는 학부모회가 법적 권리를 부여해야 한다.

교육부 강정길 교원정책과장이 밝혔듯이 “공교육의 질을 높이는데 있어 교육의 중심에 서 계시는 선생님들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했다. 그러나 현실은 ‘교육관료-교장-부장교사-교사-학생’으로 이어지는 학교의 지배구조 틀에서는 창의적인 제안이나 비판을 수용할 수 없다.

 지시전달이나 하는 교직원회의에서는 학교를 민주적으로 운영할 수도, 민주적인 교육도 불가능하다. 학생과 학부모 그리고 교사가 책임과 권리의 주체로서 교육권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학생회, 학부모회, 교사회의 법제화가 선결과제다. 민주주의가 없는 학교에서 어떻게 민주시민을 양성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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