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는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가?
세계화는 좋은 것인가?
큰정부가 좋은가 작은 정부가 좋은가?
우리는 세상을 올바르게 인식하고 있는가?
착하게 살면 행복할까?
‘진실을 추구하는 것이 공정할 수 있는가?’...
프랑스의 대입자격시험인 ‘바칼로레아’의 철학논술 분야에 출제됐던 문제들이다.
우리나라 논술시험에 이런 문제가 출제 됐다면 수험생들은 어떻게 반응할까? 지금 수능 수시모집에 응시하는 학생들은 학교에서 배우지도 않는 논술문제로 골치를 앓고 있다. 객관식 5지선다형에 길들여진 학생들은 주관식에는 손을 들 수밖에 없다. 결국 학교에서 배우지도 않는 논술로 자신의 운명을 좌우하는 시험이다 보니 학원에서 표준안을 주고 암기해 시험을 치루는 웃지 못할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지식위주의 교육, 정답 맞추기 시험준비에 익숙한 학생들은 암기능력에는 수준급이지만 사례를 제시한 후 자신의 생각을 적거나 시비를 가리고 비판하는 문제는 손을 들기 마련이다. 논술을 가르치는 학교조차도 논술지도는 철학 선생님이 아닌 국어선생님이 한다. 논술은 글짓기가 아니다. 글을 짓는 작문과 논술은 같을 수가 없다. 그런데 왜 국어선생님이 논술을 지도할까?
대학이 논술고사를 도입한 이유는 ‘우수한 신입생을 선발’하기 위해서다. 우수한 신입생은 내신 성적이나 수능성적이 우수한 학생을 선발하면 될텐데 왜 학교에서 배우지도 않은 논술고사를 고집하는 것일까? 그것은 대학이 보는 우수한 학생과 고교에서 기르고 있는 우수한 학생이란 기준부터가 다르기 때문이다. 학교는 ‘교과서를 열심히 공부해 문제풀이를 잘하는 학생’이 우수한 학생이라고 보는 반면 대학은 ‘지식기반사회가 요구하는 비판적이고 창의적인 사고력을 가진 인재’를 원한다.
‘정보화사회, 알파고 시대가 요구하는 비판적이고 창의적인 사고력을 가진 인재’란 어떤 사람일까? 학교가 길러내고 있는 ‘교과서를 열심히 공부해 문제풀이를 잘하는 학생’은 다가 올 사회가 요구하는 비판적이고 창의적인 사고력을 가진 인재’가 아니다. 현실이 이렇다 보니 결국 대학이 원하는 인재는 학교가 아닌 학원에서 배우는 논술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학원이란 교육이 목적이 아닌 이윤을 극대화하는 돈벌이가 목적이다. 지식교육이든 논술교육이든 비판적이고 창의적인 사고력을 가진 인간을 길러내기 위해서가 학워이 아니라 학교가 그 역할을 해야 한다.
전술한 바칼로레아 철학문제 ‘광고는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가?, 세계화는 좋은 것인가?..’와 같은 논술주제는 암기로 얻어지는 교육이 아니라 철학으로 얻을 수 있는 성과물이다. ‘광고나 세계화, 큰정부 작은 정부’란 자본주의, 상업주의의 본질을 이해해야 답이 나올 수 있는 문제요, ‘행복이나 세계의 인식’은 ‘인생과, 행복관’과 같은 세계관의 문제다. 결국 자기 생각이 없는 사람은 대학이 원하는 답을 쓸 수 없는 것이다.
자아관, 인생관, 역사관...과 같은 세계관이며 자본의 본질...을 이해하지 못하고 학원에서 가르쳐 주는 또 다른 암기과목이 되고 만 논술을 배워 좋은 점수를 받겠다는 것은 교육이 아니다. 학원의 이익을 위해 학생들이 희생자가 되어야 하는 또 다른 폭력이다.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인생의 황금기인 청소년기를 경쟁의 늪으로 내몰아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할 수 있는 기회를 얻지 못하는 희생자가 되고 있는 것이다.
<사진출처 : 스쿨북 스토어>
내년부터 2015개정교육과정이 적용돼 문·이과가 통합되고 학교 수업 과목과 수업 방식이 크게 바뀐다. ‘수업, 내신, 수능’이 모두 바뀌어 학생이 소질과 적성에 따라 과목을 직접 고르게 되고 내신평가와 대학수학능력시험 체제에도 큰 변화가 올 것으로 예상된다. 문과와 이과가 통합되면서 ‘공통과목’인 국어, 영어, 수학, 한국사를 비롯해 통합사회( 지리, 일반사회, 윤리, 역사 등 4개 과목의 핵심 내용을 융합한 과목), 통합과학(물리, 화학, 생명과학, 지구과학의 핵심 내용), 과학탐구실험 등 7개 과목을 배우게 된다.
바뀌는 교육과정에는 통합사회의 경우, 지금까지는 학교에서 배우지 않았던 ‘행복’ ‘인권’ ‘시장’ ‘정의’ 와 같은 지식전달보다 학생 간 토론을 유도 하는 방향으로 바뀌는가 하면 기성세대들은 전혀 배우지 않았던 ‘여행지리나 스포츠생활, 음악 감상과 비평, 가정과학’과 같은 선택과목도 등장하게 된다. 이러한 변화는 지금까지 정답을 찾는 수능이 아니라 수능도 서술형문제를 출제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이제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을 어떻게 할 것인가? 학원에만 보내면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허리띠를 졸라매던 학부모들... 자녀들을 아예 학교가 아닌 학원으로 내 몰 수는 없지 않을까?
......................................................................
오늘도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학생들을 생각하며 하루를 시작합니다. 가족들의 아픔에 함께 합니다. 잊지 않겠습니다.
2011년 8월 22일 열린 첫 공판 이래 7년째 재판을 방청, 기록한 <미디어오늘> 조현호 기자가 57명의 증언자의 증언을 중심으로 엮은 800여쪽의 기록입니다.
'천안함 7년, 의문의 기록' 구매 - 교보문고 예스24 알라딘 인터파크 (클릭하시면 구매 사이트로 연결됩니다)
'정치 > 철학'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당신은 인지적 오류에 빠져 살고 있지 않은가? (3) | 2017.06.21 |
---|---|
철학의 눈으로 세상을 보면... (7) | 2017.06.09 |
자소서, 논술 걱정 되면 철학공부 시키세요? (6) | 2017.04.22 |
[철학교실] 핵으로부터 소중한 내 몸, 내 마음 지키기 (3) | 2016.12.21 |
[철학교실] 철학으로 배우는 우리 역사. 양반과 서민 (3) | 2016.12.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