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교육비! 이대로 좋은가?
1997. 6. 16.
안녕하십니까? 김용택입니다.
사교육비 문제에 대한 사회적으로 제기되면서 과외 문제가 연일 일간 신문을 장식하고 있습니다. 학원가의 비밀 고액과외의 액수도 놀랍지만 현직 교사가 연루되기도 하고 교육방송의 간부들 까지 구속되는 사태로 확산 되고 있습니다.
현직 교사가 법을 어기면서 까지 고액과외를 했다는 사실은 충격을 넘어 사회적인 지탄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입니다.
제자들에게 준법을 가르치고 도덕을 이야기 하면서 물질 앞에 사도의 길을 포기한 것입니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 제자들을 돈벌이의 수단으로 생각하는 교사가 우리 교육계에 있다는 사실은 덮어두고 넘어갈 문제가 아니라고 봅니다. 고등학교 교장까지 포함된 교사가 학생들에게 학원 교재를 채택해 주는 대가로 1천만원의 채택료를 받기도 하고 어떤 체육교사는 월 2천만원의 소득을 올렸다는 기사는 부끄러움을 넘어 절망감마저 느끼게 합니다.
중요한 것은 이런 문제를 자칫 개인의 도덕성 문제로만 해석한다면 앞으로 이 문제는 영원히 해결할 수 없는 문제로 남게 될지도 모릅니다. 물론 개인의 도덕성을 덮어 두자는 것은 아닙니다.
교육부가 과외를 근본적으로 해결하지 못하고 오히려 "방송과외"라는 과외를 인정하고 학교교육의 정상화를 외면하고 있다는 비난을 받고 있는 것입니다.
교육부가 학원의 한 달 수강료를 200만원까지 하는 과외 현실을 외면하고 개인의 도덕성 차원에서 덮으려고 한다면 제 2, 제 3의 고액과외, 제 2, 제3의 현직 교사 과외를 막을 수 없다는 것입니다. 사교육비가 연간 20조라는 천문학적인 나라, 과외 망국론 이야기 하는 사람도 지칠 만큼 우리 교육의 문제는 심각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것입니다.
학교교육이 삶의 문제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입시위주의 지식 전달 중심으로 되다 보니 학교가 설 자리가 없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외국어 교육이나 환경 교육, 성 교육 같은 문제라고 볼 수 있습니다. 청산가리의 1만배의 독성을 가진 다이옥신 문제를 포함한 맹독성 환경 오염에 대한 자신의 건강에 대해서는 관심 밖의 일이고 수능시험에 출제 빈도가 높은 문제만 가치 있는 지식으로 알고 외우게 하는 교육이 교육을 참 교육이라고 할 수 없는 것입니다. 환경 교육도 그렇지만, 청소년 범죄나 폭력 문제가 사회문제로 제기된지도 벌써 오래 되었으나 미술이나 음악과 같은 정서교육은 홀대를 당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이런 것과 맥을 같이 하는 것이 6년간을 영어를 배워도 외국인을 만나면 말 한마디 제대로 못하는 영어 교육, 6년간 한자를 배워도 신문을 제대로 읽지 못하는 것도 입시위주의 교육이 만들어 놓은 반교육적인 교육인 것입니다.
교육과정의 지역화 문제도 그렇습니다. 6차 교육 과정 개편으로 교재의 지역화가 초중등 학교에서 시작되었으나 고등교육을 받기 시작하면서 입시 준비로 자기가 몸 담고 살아야 하는 자기 고향에 대한 지식은 관심 밖으로 되고 입시에 출제 빈도가 높은 지식의 암기가 가장 중요한 교육 내용이 되는 것입니다. 이러한 교육 현실은 지방에 남아 있는 문화유산이나 역사적인 유물에 대해서는 체계적으로 지도할 수 없는 것입니다. 수업 시간에 학생들에게 3. 15 희생자 묘가 어디 있는지 물으면 대부분 학생들은 모르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마산시에서 발행한 "마산정신 함양운동" 이라는 소책자에 "5월 1일이 러. 일의 강압에 의해 개항된 날"이며 "외세의 굴복"이라고 기록하고 있는데 이날을 마산 시민의 날로 정하고 기념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일련의 입시위주의 교육은 자신의 삶의 문제를 비롯한 고3학생의 26%가 정신질환 치료를 받고 있는 것도 결코 우연이 아닌 것입니다.
지식만 가득 찬 머리에 판단하는 능력을 갖춰주지 못하는 교육, 철학을 가르쳐 주지 않는 학교 교육은 전인 교육이 아닌 불구의 교육이 되고 있는 것입니다. 학원폭력 문제나 청소년 범죄의 증가 문제, 감각주의 문화는 결코 우연이 아닙니다. 인간 교육의 부재는 청소년들의 정서를 황폐화하고 이기주의와 사회의 부패 구조의 일반화 까지 연결되는 것입니다. 대학을 꼭 나와야 하느냐하는 원칙론을 이야기 하면서도 자기의 자녀 문제가 되면 현실론을 앞세우는 현실을 보면 할 말이 막힙니다.
대학을 나오지 않으면 결혼에서 부터 취직이며 승진까지 차별을 받는 현실에서 누가 감히 대학이 자신의 운명을 좌우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할 수 있겠습니까? 대학은 적어도 우리 사회에서는 생존의 문제인 것입니다.
아무리 거창한 논리로 교육 개혁을 외쳐도 입시위주의 교육을 바꿔 놓지 않고서는 청소년 폭력도 고액 과외도 인간 교육도 불가능한 것입니다. 입시문제가 해결되지 않고서는 어떠한 교육 개혁도 모두가 가식이요 거짓입니다. 대 기업의 중견 간부가 중학교에 다니는 두 자녀의 과외비 부담을 견디지 못하여 이민을 준비하고 있다는 보도는 우리 사회의 과외 문제가 더 이상 구경꺼리가 아님을 실감나게 하는 것 같습니다. 이제 국가가 국민의 여론을 겸허하게 수렴하여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강조해 봅니다.
청소년의 성교육
1997. 6. 23.
안녕하십니까? 김용택입니다.
청소년기에는 이성에 대한 호기심이 가장 많은 때라는 것은 상식입니다. 그러나 성에 대한 그릇된 인식은 잘못된 길로 빠지는 경우도 흔히 있는데, 지난 6월16일자 일간지에 19세의 청소년이 자기 여자 친구에게 임신을 시켜 놓고 여관에서 출산을 하자 변기에 버렸다는 보도는 성에 대한 무지가 청소년으로 하여금 얼마나 무서운 일을 저지를 수 있는 가를 보여 주는 대표적인 사건이 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학교에서는 성교육을 하기는 하지만 교과목으로서 지도하지 않고 생물 시간이나 체육시간을 할애하여 가르치니니까 전문적인 내용을 체계적으로 지도하지는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물론 전문적으로 가르칠 교사도 없습니다. 고부간의 갈등문제나 청소년들의 성에 대한 고민과 같은 문제는 사람이 일생을 살아 가는데 대단히 중요한 문제이지만 학교에서는 교육과정에 포함시켜 특별히 가르치지 않고 있습니다.
학교에서 성 교육을 체계적으로 지도하지 않는 것은 교육 내용을 통제하는 공교육의 한계라고 볼수도 있겠습니다만 보통 성교육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동의를 하고 있지만 무엇을 어떻게 가르 쳐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다른 입장이 있습니다.
진보주의의 입장에 있는 사람들은 임신이나 출산을 비롯한 성적인 지식 모두를 가르쳐야 한다는 입장과 성에 대해 모르면 모를수록 성에 대한 관심이 없고 알면 알수록 경험해 보고 싶은 욕망이 크다고 보고 성교육을 유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보는 전통주의적 입장이 있습니다. 10대들의 성경험 증가와 성폭력 피해의 증가, 이로 인한 예기치 않은 임신, 성병에 대한 무방비, 인공 유산과 같은 문제들은 학교교육이 담당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봅니다.
이번 사건만 보드라도 성에 대한 무지가 빚은 결과가 얼마나 엄천난 결과를 가져 오는가에 대하여 알 것 같습니다. 학교에서 성교육을 제대로 실시 한다면 청소년들이 성에 대한 무지로 인한 피해는 줄일 수 있을 것입니다. 청소년 사랑 실천시민연대 연합이 서울 시내 중고생 308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의하면 그들의 47%가 이성교재의 경험이 있다고 답하고 있고 그 중 11%는 성경험이 있다고 응답했습니다. 이러한 문제는 학교가 성교육에 대한 그들의 요구를 수용하지 못한 결과로서 학생들은 대부분 친구나 잡지, 비디오 또는 컴퓨터 통신을 통하여 상업주의화한 오염된 성지식에 희생물이 되고 있는 것입니다.
외국의 경우에는 학교에서 성교육을 점차 강화하고 있는 추세입니다.
독일 에서는 토론식 수업을 통해 적절한 성관련 질문들을 다루는 한편 변화하는 남녀 관계에 대한 공평한 태도를 기르는데 역점을 두고 있고 덴막에서는 71년부터 성교육을 의무교과 책정하였습니다. 미국에서는 80년대에 10대 임신과 에이즈 감염이 증가하자 종합 보건 법을 제정해서 유치원 부터 성교육을 실시 하고 있습니다.
우리사회가 산업사회, 정보사회로 바뀌면서 감각주의가 팽배하게 되고 부모들이 성에 대해 금기(禁忌)시 하는 정서와 무관심이 오히려 이런 상업주의화한 성 지식을 더욱 쉽게 접근하고 있는 것입니다. 특히 학생들이 P, C통신이나 대중매체를 통하여 왜곡된 성지식을 알고 있는데다 감각주의 문화와 성을 상품화한 상업주의의가 우리 청소년들을 더욱 타락 하게 만들고 유혹에 쉽게 빠지게 되는 것입니다.
<이미지 출처 ;뉴시스>
학교에서 성교육을 실시하지 않은 결과는 한 학급당 50명의 여고생 가운데 10여명이 접대부로 나간다는 충격적인 보도를 통하여 절감할 수 있는 것입니다. 이것은 학교 교육의 부재요, 공교육에 대한 위기로 이어지는 것입니다.
우리문화가 서구의 소비문화를 무분별하게 도입하는 과정에서 유행이라는 포장을 한 상업주의가 서구의 저질 문화나 병든 문화를 함께 도입했다는 지적이 높습니다. 예를 들면 청소년 사회에 유행하고 있는 힙-합바지는 미국의 할렘가의 흑인들이 가난해서 자녀들에게 새 옷을 사 주지 못해 자신이 입던 옷을 물려 준데서 비롯된 문화인 것입니다. 이런 문화가 유행이란 이름으로 포장되어 수입된 것입니다.
성에 대한 가치관도 그렇지만 서구의 문화를 무분별하게 상업화하여 청소년들의 건강한 정서를 오염시키고 있는데, 학교에서는 대안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입시위주의 교육은 교육의 내용을 통제하고 삶의 문제 보다 시험문제에 나오는 지식을 위주로 공부하다 보니 이런 결과가 나올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또한 서구의 가치관인 프레그머티즘(Pragmatism)의 영향으로 감각적으로 좋은 것이 도덕이요, 선(善)이 되는 삶의 방식이 청소년들을 더욱 타락하게 하는 것입니다.
여학생이 술집 접대부로 나가서 돈을 버는 것이 이익이 된다는 가치관과 단속을 해야할 파출소장이 일제단속을 알려 주는 것과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는 것입니다. 이성에 대한 지도도 무조건 금기시하고 적발하여 처벌하는 지도방식으로는 효과를 얻을 수 없는 것입니다. 이성을 성의 대상자로 보는 상업주의 문화가 팽배한 사회에서 성에 대한 올바른 지식이나 건강한 이성 교제를 가르칠 수 있는 여건이 하루 빨리 마련 되어야 할 것입니다.
☆ 위기(危機)는 기회다! ☆
안녕하십니까? 김용택입니다.
돌이켜 보면 지난 한해는 참으로 힘겨운 한 해였던 것 같습니다. 외화 부족으로 인한 국가부도의 위기를 넘기느라고 온 국민이 긴장했던 한해였던 것 같습니다.
착하기만 한 우리 한민족이 반쪽은 동포의 20%가 아사(餓死)의 지경에 있고 남쪽은 실업과 물가고에 꽁꽁 얼어 붙고 있는 것입니다.
교육개혁도 4년째를 맞으면서도 서민들에게 희망을 주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학원과외 일반적인 현상입니다. 경기 후퇴로 인한 기업의 부도사태는 학원가에도 예외는 아닌것 같습니다. "애 아빠 직장이 보장될지 걱정인데 아이 학원을 못 보내겠어요" 온 나라가 꽁꽁 얼어 붙고 있는 느낌입니다.
생각하면 정말 분통이 터지는 일입니다. 성실하게 살아가는 서민들의 피땀이 정치 지도자의 무능과 재벌의 전근대적인 경영이 우리 경제를 하루 아침에 수렁으로 몰아 넣은 것입니다. 잘못을 저지른 사람은 따로 있는데 위기가 닥치면 입버릇 처럼 "이제는 국민이 나설때입니다" 라고 하면서 성실하게 살아 온 사람들에게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하고 있는 것입니다.
최근 일간지에는 생활비 절약을 위해 자녀들의 학원을 보낼수 없다는 기사를 가끔 봅니다. 이러한 상황이 "전화위복(轉禍爲福)"이 될 수도 있지 않겠나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정말 학원을 경쟁적으로 다니지 않는다고 자녀들이 잘못되는 것일까?
한줄로 세우는 교육, 경쟁 교육이 국어 영어 수학을 잘하는 학생이 이익을 보는 풍토를 만들어 놓은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대학에 진학하기까지 미술학원, 피아노 학원, 태권도 학원 등 적게는 1∼2개, 많게는 3∼4개의 학원을 다니는 것이 일반적인 풍속도였습니다. 자녀들의 과외비를 벌기 위하여 파출부로 백화점 사원으로 뛰어야 하던 학부모들의 푸념도 IMF시대를 맞으면서 오히려 사치스럽게 들립니다.
국가위기라는 극단적인 위기는 넘겼지만 금년부터 산업현장에 불어닥칠 실업의 회오리 바람은 실업자가 100만명이 넘을 것이라는 예측이 우리를 움추려 들게 하고 있습니다. 우리경제를 파탄으로 몰아간 사람들은 따로 있지만 결과적으로 피해자는 서민들일 수 밖에 없다는 현실 앞에 우리는 다시 한 번 허리띠를 졸라 매지 않을 수 없습니다.
김대중 당선자는 취임후 첫 기자회견에서 "학력중심의 사회에서 능력중심의 사회를 만들겠다"는 원칙을 발표한바 있습니다.
실업의 위기로 인한 과외가 일시적으로 줄어들고 있습니다. 과외가 줄어드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우리사회의 병폐인 사교육비를 근원적으로 해결하지 않으면 안됩니다. 50년 만에 처음으로 정권이 바뀐 새정부는 해야 할 일이 너무나 많겠지만 사교육비 문제를 비롯한 교육 분야의 문제점을 우선 해결해야 합니다.
우리는 김대중 당선자의 교육 공약을 주시하고 있습니다.
김대중 당선자는 사교육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학생 선발권을 대학의 자율에 맞겨 대학 지원자에게 문호를 개방하겠다고 합니다. 또한 교사, 교육 전문가, 교육 행정가, 학부모, 시민사회단체 관련자 등이 다양하게 참여하는 교육개혁 추진위원회를 대통령 직속으로 상설화하여 상향식 교육개혁을 지속적으로 기획, 수립, 추진하겠다는 공약도 잊지 않고 있습니다. 우리는 김영삼 정권때의 자기수준에 맞는 사람들끼리 모여 비판을 막고 하향식 개혁에 기만 당했던 일을 잊지 않고 있습니다. 새 대통령 당선자의 교육 철학이 건전한 비판을 수용하는 상향식 개혁이 뿌리를 내릴 수 있도록 기대를 해 봅니다.
따지고 보면 교육현안이란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올바른 관점에서 근본적인 모순을 풀어나간다면 그렇게 어려울 것도 없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초등학교의 학원과외문제는 초등학교에서의 예체능전담교사제를 효율적으로 실시함으로써 해결할 수 있습니다. 교사는 만능인이 아닙니다. 영어 수학에 체육, 음악, 미술까지 완벽하게 가르칠 수는 없습니다. 특히 예체능 분야에는 전담교사가 가르치는 예체능전담교사제를 효율적으로 운영함으로써 학원을 보내지 않고도 학생들의 소질을 개발할 수 있는 것입니다. 학교의 교사가 학원의 강사 수준을 능가하지 못한다면 학원과외는 계속될 수밖에 없습니다. 컴퓨터를 비롯한 미술이나 영어 과외 교습도 그렇습니다.
만에 하나 학교의 여건상 정상수업이나 특별활동 시간을 통한 지도가 불가능할 경우 학교운영위원회에서 유상프로그램을 채택할 수도 있습니다. 운영의 묘를 기하여 방과 후 활동으로 얼마든지 배울 수 있도록 학교운영위원회를 활용할 수 있는 것입니다.
보다 더 근원적인 문제는 학부모들의 지나친 과외 맹신에도 문제가 있습니다. 세계화에 대비하여 영어를 초등학교에서 부터 과외를 받아야 하고 해외 현지연수를 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강박관념이 사교육비 부담을 높이고 있는 것입니다.
세계화에 적응하기 위하여 또는 정보 산업사회에 적응하기 위해 영어나 수학이 필수적이라는데 의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습니다. 현지연수는 하는 것이 하지 않은 것보다 도움이 되는 것은 말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러나 인성교육을 외면하고 가슴은 없는 기능인을 키워 놓기만 하면 훌륭한 사람이 되고 행복을 누리고 살수 있는가 하는 문제는 좀더 진지하게 생각해 봐야 할 문제입니다.
가치관 교육이나 인성 교육을 외면하고 기능인을 키우는 교육은 삶의 질은 높이는 교육이 될 수가 없는 것입니다. 태권도 학원을 다녀야 하고 웅변학원이나 영어 학원을 다니지 않으면 사람 노릇을 못할 것 같은 위기 의식에서 벗어나지 않으면 사교육비 문제는 영원히 풀 수 없는 수수께끼가 되고 말 것입니다.
이제 학교에서 인성교육 인간 교육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안됩니다. 지식은 사람들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도구라는 지극히 평범한 진리를 깨달을 때 우리 교육은 제자리를 찾을 수 있는 것입니다.
배우지 않고 치는 시험-학교평가제
안녕하십니까? 김용택입니다. 오늘은 작년부터 시행되고 있는 학교 평가제에 대하여 말씀드리겠습니다.
1. 학교 평가제란 무엇인가?
학교가 시험을 치르고 있습니다. 자기 평가와 상호평가에 익숙하지 못한 우리네 정서로는 아무래도 좀 거부감을 떨쳐 버릴 수 없는 평가라는 것을 학교가 받고 있는 것입니다. 교육 수요자에 대한 "학교서비스의 질을 제고한다"라는 거창한 구호를 내걸고 1996년부터 실시하고 있습니다. 학교평가를 하나의 시험이라면 시험을 보기 전에 충분한 학습과정이 있어야 하는데 수준별 이동 수업이나 교수 - 학습방법의 혁신에 대하여 평가하겠다는 것은 가르치지도 않은 것을 시험 보겠다는 것과 다름 없습니다
.
더구나 평가결과에 따라 우수 시군 교육청, 우수학교에 예산을 차등 지급함으로써 겨쟁을 유발하겠다는 것입니다. 평가는 다섯 개 영역에 20개 평가과제를 얼마나 의욕적으로 실적을 올렸는가에 대한 결과를 확인하여 특색 사업이나 현장 승공사례는 발굴하여 확산 보급하겠다는 것이 학교 평가제의 내용입니다.
2, 학교 평가제의 내용
학교평가제는 교실 수업의 개혁을 총200점 만점에 초등학교 열린 교육의 확산과 중,고등학교의 수준별 교육과정에 각각 몇점씩으로 배점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수요자 중심의 학교체제 구축 110점 만점에 학교운영의 내실화 40점, 학교급식 15점..... 이런 식으로 700점 만점으로 평가 기준을 마련 해 놓고 있습니다.
며칠전 뉴스에 불루 죤 구역에 연간 폭력이나 범죄 발생 건수가 현저하게 줄었다는 보도를 듣고 전시행정의 표본을 보는 것 같아 참으로 한심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습니다.
우리나라에는 해마다 자료 전시회나 수업연구대회에서 수많은 수상자가 나왔지만 현장 교실에서 일반화 되는 사례는 별로 본 일이 없습니다. 폭력건수가 연간 몇건 줄었다 늘었다 하는 통계치로 실적을 선전하는 전시행정에 교사도 학부모도 이제는 질려 있는 것입니다. 해열제를 주고 열이 내린다고 병이 나았다고 보는 의사는 돌파리 의사임에 틀림 없습니다. 금년부터 교육 개혁의 일환으로 학교 평가제를 실시하고 수치로 무슨 항목이 얼마만큼 좋아졌다고 선전이나 하는 행정 중심의 운영은 진정한 교육개혁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학교 운영위원회라는 좋은 제도를 도입해 놓고 운영위원이 자신의 임무와 권리도 모른다면 운영위원회는 있으나 마나 한 것입니다. 특히 운영위원이 제안하는 안건을 학교장의 권위에 도전하는 버릇없는 행위라고 마음을 열지 않는다면 학교운영위원회는 존재의 의미가 없는 것입니다.
교육개혁이 학교운영위원회를 통하여 뿌리 내리기 위해서는 학교장의 민주적인 의지와 운영위원의 사전 교육이 충분하지 못하다면 결과는 기대할 수가 없드시 학교 평가제도 교육의 성과여부를 수치로 나열하는 행정은 의미가 없는 것입니다. 교육개혁은 선진국의 제도를 도입하여 결과를 수치로 성과를 나타낼 것이 아니라 우리의 실정에 맞게 재구성하고 여건을 만드는 일이 선결문제입니다. 교육개혁은 몇사람의 행정가들이 자신의 업적을 전시하는 차원을 넘어서야 합니다. 교육자치제를 한다면서 교육감을 선출하는데 교황식 선출 방식을 도입하였다가 전 현직 교육감이 구속당하는 시행착오를 거친 후에야 교육법을 바꾸어 놓고 있습니다.
그러나 지난 정기 국회에서 보완한 선거방식도 교사들의 의견을 무시하고 교원단체와 학교운영위원가 교육감을 선출하는 형식으로 바꾸었지만 현직교사들이 반대성명을 발표하는 등 반발하고 있는 것입니다.
학교평가제도 그렇습니다. 아무리 좋은 평가문항을 가지고 객관적인 평가를 한다고 하드라도 학교간을 서열화 시키거나 무한경쟁을 촉발해서는 안되는 것입니다. 교육의 질을 개선하기 위해서 학교평가의 내용 증빙서류를 수백장 만들고 교사들의 잡무를 늘린다면 선의로 시작한 평가가 형식으로 끝날 우려가 높습니다. 대학에서는 평가를 1982년부터 실시해 오고 있지만 초중등학교는 대부분의 학교가 익숙하지 못하고 평가자체에 대한 거부감, 부담감도 적지 않은 것입니다.
우리의 실정에 맞게 학교평가제가 뿌리 내리기 위해서는 타당한 평가 문항의 개발은 물론이요, 객관적인 평가를 위해서 평가위원은 교육 전문직은 물론 교장인 교사 학부모 대표, 언론계 인사들도 포함시켜야 할 것입니다.
현행 학교 평가제는 평가 항목의 상위 범주에 해당하는 교육부의 정책이나 교육청의 추진 과제가 바람직한지에 대한 검증없이 그 시행정도만 측정하려고 하고 있다는 문제점이 있습니다. 그리고 각 평가문항의 자의적인 배점이나 기준에 대해서도 검증도 마련되어 있지 않습니다.
학교의 모든 업부에 대해 매우 잘함, 대체로 잘함, 보통, 다소 못함, 매우 못함식으로 5가지 항목에 끼어 맞추기 식으로 평가를 하라는 발상 자체가 문제가 있습니다. 타당한 결과보다는 형식과 실적에 치우칠 수 밖에 없는 한계를 지니고 있다는 것입니다.
현실적으로 시행이 극히 어려운 사안에 대해 일방적으로 평가를 요구하는가 하면, 평가 기준이 모호한 경우가 많아 평가가 불가능하거나 평가 결과가 무의미한데도 평가를 하게 함으로써 허위보고를 하기 위해 잡무가 늘어나는 현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외에도 급조된 서류, 끼워맞추기식 통계, 허위보고 등이 만연하고 있고, 실제 학교 현장에서는 그럴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평가자 스스로도 신뢰하기 힘든 결과를 양산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방대한 양의 자료를 짧은 시간 안에 준비해야 하므로 해당 교사들은 거의 이 일에 매달리게 되고, 그로 인하여 정상 교과 운영에 심각한 지장을 초래하고교사들에게 잡무를 늘려 사기를 저하시키는 일은 없어야 할 것입니다. (미 발표)
졸업 전에 졸업한 아이들!
안녕하십니까? 김용택입니다.
이제 수능고사도 끝나고 오늘로 고입선발고사도 마쳤습니다.
내신에 맞춰 원서를 쓰고, 수학능력시험, 고입 선발고사에 대비하느라 중3, 고3 학생들과 담임들은 모두 지쳐 있습니다. 아이들은 입시가 끝나기 전부터 자신이 보던 책들을 모조리 갖다 버리거나 태우고 입시가 끝나는 동시에 아예 등교조차 하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시험이 끝나면 '조기 졸업' '교육의 마비 사태'가 벌어집니다.
입시가 끝나면 학교조차 나오지 않는 아이들을 어떻게 지도할 것인가?
지금까지 중학교와 고등학교 교육의 지상 목표는 상급 학교 진학, 곧 입시라는 관문의 통과였습니다. 입시를 치르고 나서 결과만을 기다리고 있는 아이들은 더 이상 학교에 머물고 싶지 않을 것입니다. 그동안 자신들을 입시로 억눌러온 학교로부터 벗어나고 싶을 뿐입니다. 그런 아이들에게 주입식 교육이 아닌 좀 새로운 미용강좌, 초청 강연, 비디오 보기 등과 같은 교육 프로그램을 미끼로 학교에 계속 나올 것을 유혹한다고 아이들이 쉽게 그것을 받아들이지 않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릅니다.
두 번째 문제는 입시 후 지도의 목표와 내용이 없다는 것입니다. 어떤 학교에서는 시간을 때우기 위해 하루 종일 비디오를 틀어 준다거나, 계속 자율학습을 시키고 있는 학교도 있습니다. 또 어떤 학교에서는 좀 고민을 해서 초청 강연을 한다거나 하지만 여기에는 프로그램만 있지 교육의 목표와 내용이 없습니다. 입시가 끝났다고 교육이 끝난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이 기간이 고등학교나 대학교 생활을 준비하는 교과 교육, 생활 교육, 가치관 교육의 기회일 수도 있습니다.
어디서부터 해결점을 찾을 것인가?
교육 내용에 따라 임시 학급을 새로 편성할 수도 있습니다. 기존의 학급 단위를 그대로 유지하려 하지 말고 통합 교과와 개별 교과 차원에서 학생들의 필요와 요구에 따라, 또는 취미나 흥미, 진학하고자 하는 상급 학교의 성격에 따라 학급을 재편성할 수 있습니다. 무작위로 비디오만 틀어 주고 자율학습을 시킬것이 아니라 영화반, 독서반, 만화반, 컴퓨터반, 영어회화반, 기타반, 대중음악반, 연극반 등으로 편성할 수도 있고, 교과별 집중 편성반을 만들 수도 있습니다. 이런 모든 것은 학년 협의회, 동일 교과 협의회를 통해 계획적인 입시 후 지도 방향을 설정하면 더욱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입시 이후 졸업식 때까지의 시기는 두 가지 방향에 교육의 초점이 맞춰져야 합니다.
첫째는 중학교 3년, 고등학교 3년 생활에 대한 마무리 교육이고, 둘째는 상급학교 또는 사회 진출에 대한 준비 교육입니다.
3년 생활에 대한 평가와 반성의 시간 갖기, 고등학교의 경우 계열별·학교 특성별로 차이가 있겠으나 공통적으로는 지난 3년 동안의 학교, 개인 생활을 되돌아 보고 자신의 정신적·육체적인 변화와 문제점, 성장에 도움이 된 점 등을 개인적으로 점검할 수 있는 기회를 갖도록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는 자신들의 생활을 연극으로 옮겨 공연을 하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입니다. 또는 학급담임, 교과 담당 교사의 협의를 거쳐 자발적으로 문집이나 사진집 형태로 3년 동안의 생활이 담긴 성과물을 내는 것도 좋은 효과가 있을 것입니다.
중학교의 경우에는 개별 교과 차원에서는 학생들이 고등학교 교육 과정 안에 있는 내용을 소화할 수 있도록 중학교 과정에서 배운 내용을 다시 정리해 주거나 고등학교 교육과정의 내용을 미리 가르쳐 줄 수 있습니다. 이때에는 과목별 능력과 관심 분야를 고려하여 새로 학급을 편성하면 교육의 효과를 더 높일 수 있습니다. 실업계 학교로 진학하는 학생들의 경우 선배와의 대화, 현장 방문 등을 통해 고등학교 교육에 대비해서 개인적으로 준비해야 할 사항들에 대해 준비할 수 있도록 하는 사전 교육이 가능할 것입니다.
고등학교의 경우에는 수학능력시험이 끝나고 난 후 학과와 대학 선택이라는 중요한 결정이 또 남아 있기 때문에 사실 교사나 학생 모두 입시의 부담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가 없습니다. 때문에 대부분의 고3 교사들은 자율학습을 시키고 그 시간을 이용해 학생들을 위한 개인 상담을 하게 되는데, 이런 수공업적인 지도 방법에 대해 다시 한 번 고려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우선 학과, 학교 선택을 위해서 선행되어야 할 학생 개개인의 적성과 능력에 대한 점검을 공개적으로 실시할 필요가 있습니다. 자기 적성에 맞는 학과를 우선적으로 뽑아 목록을 작성하도록 하고 그에 맞는 학교 목록을 뽑아 보도록 지도하는 방법도 고려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다음으로 학생들이 작성한 자료를 바탕으로 하여 동일 계열을 지망하는 학생들끼리 소집단을 만들어 선배와의 대화, 대학 탐방, 학과별 교육 내용 조사하기, 졸업 후의 전망 등에 대해 조사하도록 하여, 성적에 맞춰 아무 대학이나 진학하는 관행을 고쳐 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 경우 담임 교사 혼자 계획하고 지도하려 하면 부담도 되고 진행에도 어려움이 많을 것이므로 3학년 학년 협의회를 통해 공식적으로 교육 계획을 세워 진행하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세 번째, 올바른 대학 생활에 대비하여 준비해야 할 자세와 생활 계획 등을 세워 보도록 지도할 수 있습니다. 이 경우 선배들의 실질적인 경험담이 가장 큰 도움이 될 것이므로 선배와의 대화를 몇 개의 소주제별로 나누어 진행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예를 들면 학과 공부는 이렇게, 동아리 선택은 이렇게, 학부제와 학과제의 차이점, 아르바이트와 학교 생활의 조화와 같은 실질적으로 학교생활에 도움을 받도록 대화의 시간을 마련해 주는 것이 필요할 것입니다. 이제 입시가 끝난 학생들의 더 이상의 방황은 안됩니다. 교육없는 학교는 존재의 의미가 없는 것입니다.
'수능고사'라는 병을 앓는 국민
수학능력고사라는 범국민적인 행사가 끝났습니다. 해마다 수학능력고사가 닥아오면 열성 어머니들은 영험 있는 절을 찾아 백일 기도를 올리기도 하고 역술가를 찾아 합격 여부를 점치기도 합니다.
혹시나 수험생의 신경을 건드리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부부 싸움조차도 못하면서 숨을 죽이고 살아야 하는 것이 우리나라 가정의 새로운 풍속도가 되었습니다.
수험생들은 어떻게 학교생활을 했는지 한 학생의 일기를 소개하겠습니다.
새벽6시. 잠을 깨우는 어머니 목소리에 간신히 일어난다. 늦잠이라도 자는 날은 아침을 거른 채 학교로 간다.
7시반. 「0교시」보충수업이 시작된다. 보충수업은 희망자만 하게 돼 있지만 진도를 나가기 때문에 전원이 다 해야 한다. 잠이 덜 깨 절반은 꿈속을 헤맨다. 오전수업은 8시40분부터 12시반. 선생님께서 설명하고 우리들은 그냥 앉아서 듣기만 한다. 고3은 문제집 풀이에 들어가야 하므로 필요한 부분만 골라 진도를 빨리 나간다.
모두들 학교보다 학원수업에 의지하는 편이다. 오전수업이 끝나면 40분간 점심시간. 아침을 굶은 아이들은 2교시 쉬는 시간에 이미 도시락을 다 먹었기 때문에 점심때는 매점으로 달려간다. 이어지는 오후수업은 「식곤증과의 싸움」이다. 고2까지는 오후에 체육과 음악 미술수업도 했지만 지금은 자율학습으로 대체됐다. 늘 앉아 있다보니 운동부족에 소화불량 신경성 변비까지 걸리게 된다. 조금 더 지나면 이른바 「고3병」증상도 나타나 시험지만 받으면 아무렇지도 않던 배가 아파오고 식은땀까지 난다.
5교시에서 7교시까지 오후수업을 마치면 8교시 보충이 시작된다. 8교시 보충이 끝나고 나면 5시50분부터 밤10시반까지 야간 자율학습시간이다. 지도선생님의 감독하에 학교도서실에서 공부하는데 이때쯤이면 『하루가 또 가는구나』하는 생각으로 초조해진다. 집에 돌아오면 11시. 어머니께서는 그때까지 주무시지 않고 기다리고 계신다. 책상앞에 앉지만 잠이 쏟아진다. 졸다가 깨어보면 옆에서 어머니가 같이 졸고 계신다.
새벽1시. 하루가 끝났다는 안도감과 함께 잠자리에 든다.
지난 95년 5·31 교육개혁 조치가 발표되자 많은 학부모들은 사교육비 부담과 자녀들이 입시지옥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기대에 박수를 보내지 않은 학부모들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교육 개혁이 시작된지 3년째를 맞는 금년도 별로 달라진 것이 없는 것 같습니다. 자신의 소질과 특성을 초·중등 교육에서부터 발굴하여 '하나만 잘하면 대학에 갈 수 있는 풍토를 만들자는 것이 교육개혁의 중요한 취지 가운데 하나입니다. 그러나 금년 대학입시에서는 대학수학능력시험의 반영 비율을 작년 보다 높여 50%를 넘어서고 있고, 수능 성적의 90%이상을 반영하는 특차 모집이 지난해 보다 22개 대학이 늘어난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소위 일류 대학이라고 하는 대학들이 우수 학생을 선발한다는 명분으로 기본적인 철학도 없이 높은 수능 점수와 본고사 실력을 우수 학생의 선발 잣대로 삼는 입시 요강을 발표하여 학부모들을 어리둥절하게 하고 있습니다.
이는 고교입시와 대입 본고사의 폐지, 내신제로 상징되는 교육 정상화 정책을 정면에서 부정하는 조치가 아닐 수 없습니다. `입시 기계'를 요구하는 일류 대학의 입시개선 방향은 일선 고등학교를 더욱 치열한 경쟁의 마당으로 몰아 넣고 있는 것입니다. 대학의 이러한 조치들이 교육개혁 정신을 퇴색시키고 창의성을 지향하는 교육의 싹을 뿌리째 짓밟고 있습니다. 이러한 소위 일류 대학의 우수인재 선발 방침은 이미 위험 수위를 넘어선 과열 과외를 한층 뜨거운 경쟁으로 몰아 갈 것입니다.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에서는 시민 생활기록부라는 새로운 평가제도가 도입되어 암기 위주의 지식교육에서 탈피하려는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아직도 대학이 장기적인 안목에서 인재를 선발하려는 안목도 없고 노력도 보이지 않는 것 같습니다. 시험을 치기 위한 공부, 시험을 치르고 나면 필요가 없는 지식을 암기하기 위하여 청소년들의 정서를 황폐화시키고 있는 것입니다.
이제 대학은 학문 탐구의 장이라기 보다는 이 과정을 거치지 않으면 결혼이나 취업, 월급과 승진에 불이익을 당하지 않기 위한 생존 경쟁의 과정이 되었습니다. 그것도 4년제 대학, 4년제 대학 중에서도 서울에 있는 대학을 나와야 출세가 보장되는 상황에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는 것입니다. 지난 10월 특수 목적고 학생들의 자퇴나 전학 사건이 바로 절박한 우리의 현실을 반영한 것이라고 볼 수 있는 것입니다.
중고생 78%가 가출충동을 느꼈다거나 1년에 가출학생이 25만명이나 되고 학교중도 탈락자가 작년 한해 동안 약 13만명에 달하고 있다는 사실도 입시 교육이 만들어 놓은 당연한 결과입니다. 연간 20조가 넘는 사교육비문제가 그렇고 하루 2명 꼴의 학생이 목숨을 끊는 현실이 그렇습니다.
오죽했으면 서울대학에 몸담고 있는 교수가 서울대학이 교육을 망친다는 논문을 교지에 발표하기까지 했겠습니까? 교육부가 교육개혁을 하겠다고 학생생활기록부를 만들고 학교운영위원회를 만들어 열린교육, 창의성 교육을 부르짖고 있습니다만 학부형의 입장에서의 개혁은 현실로 와 닿지 않고 있는 것입니다.
수능시험의 난이도를 낮춘다고 과외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근본적인 문제를 두고 현상만을 치료하려는 땜질식 개혁처방이 입시라는 중병을 앓고 있는 것입니다. 무엇이 우리의 교육을 위기로 몰고 가는가? 국어,영어, 수학 중심으로 짜여진 교육과정을 학생들이 선택할 수 있도록 선택과목으로만 바꿔도 지금과 같은 교육의 위기는 벗어날 수 있을텐데......
대학 자율화는 반드시 보장되어야 합니다. 지금까지 교육부의 허가사항이었던 학과설치·정원조정등을 학문적 변화와 학생의 수요, 기업과 사회의 요구에 대응할 수 있도록 대학 자율에 맡기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대학은 개방되어야 합니다. 배우겠다는 사람에게는 연령이나 직업·장소에 관계없이 기초적 능력만 갖추면 연령·직업에 관계없이 공부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합니다. 많은 국민들은 우리 청소년들이 입시지옥에서만은 해방시켜야 한다는 공통된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특히 암기위주의 교육과 과밀학급을 해소시켜야 하고 인간교육에 문제가 있다는 점도 공감하고 있습니다.
수험생의 25%가 정신과 치료를 받아야 하는 입시제도, 성적 때문에 78%가 자살 충동을 느끼고 목숨을 끊기도 하는 입시제도는 존속돼서는 안됩니다. 이제는 인간교육에 대한 획기적 방안이 마련돼야 합니다. 「도덕적 문맹자」들을 배출하면서도 인재양성을 했다고 착각하는 교육은 교육이 아닙니다.
내년 이맘때는 올해와 같은 입시지옥이 없는 학교, 사교육비 걱정을 하지 않는 학부모, 입시지옥에서 벗어난 꿈이 있는 교실이 됐으면 하는 소박한 기대를 해 봅니다.
중학생에 서명을 강요하는 교육청!
오늘날의 교육은 감각주의 문화의 영향을 받고 자라는 우리 청소년들에게는 바른 가치관을 갖도록 지도하는 문제가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됩니다. 중 고등학교 사회과 교과서는 많은 시간을 배당하여 청소년둘이 건전한 가치관을 형성할 수 있도록 단원을 할애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학생 지도를 위해 교사들을 지원해야 할 교육청이 공문을 보내 도내 어린 중학생들에게까지 현대 제철 경남 유치 서명운동에 참여하도록 강요하고 잇어 일선 교사들로부터 비난을 받고 있습니다.
고등학교 사회과 교과서에서는 위천 공단 건설 문제를 예를 들어 청소년들에게 합리적인 가치관을 갖도록 가르치고 있습니다. 이 단원에는 부산경남 지역 주민들과 대구 경북지역의 주민들이 위천 공단 건설을 놓고 지역 이기주의를 떠나 합리적인 판단을 하도록 자료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이 단원을 가르치는 교사들은 지역간의 갈등을 대화와 타협으로 문제를 풀어 가야 한다는 것과 경제건설과 환경 오염의 문제를 놓고 어떤 것이 더 근본적인 문제인인가를 가르쳐야 하는 것입니다.
현대 제철 경남 유치 서명운동은 교과서의 가치관 교육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사건으로 학생들에게 가치 혼란을 가져 오게 하는 중요한 사건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얼마 전 위천 공단 건설에 반대 입장을 보인 경상남도가 이번 하동에 현대제철을 건설해야 한다고 하는 것은 원칙도 일관성도 없는 지역 이기주의 전형적인 모습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는 것입니다.
교육청에서 보낸 공문의 내용을 보면 :
경상남도 마산 교육청
제목 : 현대제철 유치운동 관련 협조 요청
1. 도 교육청 총무 12320-2103(97.9.29)호의 이첩입니다.
2. 97년 7월 울산 광역시 승격 분리로 인하여 위축된 도세 회복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지난 9월 25일 결성된 「현대제철 유치 범도민 추진 위원회 」가 현대 제철 경남 유치 서명운동을 전개하고 있으니 각급 기관(학교)에서는 전 교직원 및 학생들의 서명운동에 적극 동참하여 주시기 바라며 (초등학교는 교직원만 서명)붙임 서식에 의거 서명을 하여 1997. 10. 9.(목) 까지 우리 교육청 관리과로 제출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덧붙임 : 「현대제철 유치 염원 100만인 서명운동」 서식 1부 끝.
경상남도 마산 교육청 교육장
이라는 공문 내용이었습니다.
하동의 현대제철 건설 유치와 관련하여 지난 11월 4일에는 현대제철 유치 반대를 위한 남해 군민 결의대회가 남해대교에서 2000여명이 모인 가운데 열리고 이어서 도청 앞에서 유치반대 결의대회를 하다 13명이 긴급 체포되는 등 사건이 확대되고 있음을 신문지상을 통하여 알고 있습니다.
사안이 이러함에도 교육청에서 공문을 보내 판단 능력이 부족한 중학생과 고등학생에게 서명을 받았다는 사실은 충격적이지 않을 수 없습니다. 특히 거제나 남해에서 양식업을 하고 있는 부모님이나 친척이 살고 있는 학생들의 경우에는 부모님들의 생각과는 정반대가 되는 서명에 동참하고 있어 인륜의 도리에도 어긋나는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우리는 아직도 위천공단 건설 반대운동에 전 도민적인 반대 운동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위천 공단이 건설될 경우 낙동강의 수질이 3∼4급수 이하로 떨어지게 되고 경남과 부산 시민들은 농업용수로도 사용할 수 없는 물을 마시게됨으로써 건강을 해칠 것이라는 우려에서 위천 공단 건설을 한결같이 반대해 왔습니다.
그런데 이제와서는 하동에 현대 제철을 유치하여 위축된 경남도세 회복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하겠다고 「현대제철 유치 범도민 추진 위원회 」를 만들어 서명운동을 전개하고 학교에 까지 공문을 보내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일입니다.
더구나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사의 입장에서 현대제철 건설이 위축된 도세 확장을 위해 어쩔 수 없이 건설해야 한다는 것을 어떻게 가르쳐야할지 황당하기 짝이 없습니다. 교과서에서는 합리적인 가치판단을 하라고 가르쳐 놓고 하동의 현대제철은 건설해야 한다고 하면 학생들이 어떻게 받아들이겠습니까?
원론적으로 말하면 하동의 현대제철 유치 문제는 지역이기주의를 떠나 환경이 파괴됨으로써 닥쳐 올 국민들의 건강 문제가 우선적으로 고려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학교에서는 이러한 문제가 교육적으로 지도할 수 있도록 객관적인 입장에 서야 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습니다. 박정희 정권시대에 유신헌법을 만들어 '유신 헌법은 한국적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이상적인 법'이라고 가르치라고 강요하고 그 후 '5 . 16을 혁명이라고 가르치라고 요구했던 것입니다. 정권이 바뀌고 교과서를 다시 만들어 '5. 16은 쿠데타'이고, '유신 헌법은 악법'이라고 가르치기를 요구하고 있는 것입니다. 같은 교사가 동일한 역사를 다르게 가르쳐야 했던 불행했던 과거를 반복하는 일은 다시는 있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군사정권시대를 거치면서 반공궐기대회를 비롯한 수많은 관변단체의 행사에 학생들이 동원되었던 사실을 기억합니다. 공문 한 장으로 정규 수업시간을 팽개치고 동원되었던 지난날을 문민정부시대에서 그대로 답습해서는 안된다고 생각됩니다. '위천 공단 건설 반대'에도 손뼉을 치고 '현대 제철 건설'에도 손뼉을 쳐야 하는 것은 올바른 가치관 교육에 역행하는 반교육적인 처사가 아닐 수 없습니다.
우리는 성장하는 학생들이 건강하고 합리적인 가치관을 가지고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지는 못할 망정 어른들이 자신의 이해 관계에 따라 중학생들까지 동원하여 영문도 모르는 일에 서명을 받는 일은 교육적으로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일입니다.
저는 하동 현대제철이 건설되면 지역경제가 활성화된다는 논리나 거제나 남해의 청정 해역이 오염되어 어민 소득이 격감한다는 문제에 시비를 가리자는 것은 아닙니다. 공문을 보내 특히 중학생들에게 까지 서명을 강요하는 교육청의 처사는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일입니다. 경남 교육청이 학생들을 이용하여 지역이기주의를 합리화시키는 반 교육적인 처사를 용납해서는 안된다는 것입니다. 가부장적인 권위주의의 부모 아래서 자라는 자녀는 이중 인격자가 될 확률이 높습니다.
어른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학생들이 이용당하는 일관성도 원칙도 없는 교육, 반교육적인 처사가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담당자를 엄중 문책하여야 할 것입니다. 원칙을 가르치지 못하는 교단이 존재하는 한은 교육의 불신은 물론 학교폭력문제나 청소년 범죄문제는 영원히 해결할 수 없는 과제로 남을 것입니다.
실업계 학교 없애라!
새벽6시. 잠을 깨우는 어머니 목소리에 간신히 일어난다. 늦잠이라도 자는 날은 아침을 거른채 학교로 간다.
7시반. 「0교시」보충수업이 시작된다. 보충수업은 희망자만 하게 돼 있지만 진도를 나가기 때문에 전원이 다 해야 한다. 잠이 덜 깨 절반은 꿈속을 헤맨다. 오전수업은 8시40분부터 12시반. 선생님께서 설명하고 우리들은 그냥 앉아서 듣기만 한다. 고3은 문제집 풀이에 들어가야 하므로 필요한 부분만 골라 진도를 빨리 나간다.
모두들 학교보다 학원수업에 의지하는 편이다. 오전수업이 끝나면 40분간 점심시간. 아침을 굶은 아이들은 2교시 쉬는 시간에 이미 도시락을 다 먹었기 때문에 점심때는 매점으로 달려간다. 이어지는 오후수업은 「식곤증과의 싸움」이다. 고2까지는 오후에 체육과 음악 미술수업도 했지만 지금은 자율학습으로 대체됐다. 늘 앉아 있다보니 운동부족에 소화불량 신경성 변비까지 걸리게 된다. 조금 더 지나면 이른바 「고3병」증상도 나타나 시험지만 받으면 아무렇지도 않던 배가 아파오고 식은 땀까지 난다.
5교시에서 7교시까지 오후수업을 마치면 8교시 보충이 시작된다. 8교시 보충이 끝나고 나면 5시50분부터 밤10시반까지 야간 자율학습시간이다. 지도선생님의 감독하에 학교도서실에서 공부하는데 이때쯤이면 『하루가 또 가는구나』하는 생각으로 초조해진다. 집에 돌아오면 11시. 어머니께서는 그때까지 주무시지 않고 기다리고 계신다. 책상앞에 앉지만 잠이 쏟아진다. 졸다가 깨어보면 옆에서 어머니가 같이 졸고 계신다.
새벽1시. 하루가 끝났다는 안도감과 함께 잠자리에 든다.
"수험생의 하루 일과"입니다.
우리나라에는 국가적인 거대한 행사가 일년에 몇번씩 있습니다. 이름하여 민족의 대이동인 설날, 추석 그리고 대학 수학능력고사라는 행사입니다. 올해도 4년제 대학의 평균 경쟁율이 2 : 1에 가깝습니다. 학부모들 중에서는 일찌감치 영험 있는 절로 찾아가 백일 기도를 시작한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유명하다는 역술가들을 찾아 점을 치는 사람도 있습니다.
수능 시험을 치는 학생이 있는 집안의 가족들은 몇 년동안 죄인처럼 숨을 죽이며 살아야 합니다. 정부수립 후 여러분야에서 많은 변화와 발전이 있었습니다만. 그 중에서도 특히 교육분야의 변화는 괄목할만한 것이었습니다. 그 변화는 김영삼대통령이 선거 공약에서 입시지옥 해소와 인간중심의 교육개혁을 약속하면서 시작된 것입니다. 교육개혁위원회 설치하여 시작된 열린 교육은 학교운영위원회를 설치하여 학부모들의 의견이 학교의 운영에 반영되어 비민주적인 요소를 없애고 수준별 교육과정 운영을 운영하여 능력에 맞는 교육을 받게 하겠다는 장미빛 기대를 갖게도 하였습니다.
대학 입학시험을 학교생활기록부를 통하여 지식 위주 교육에서 인성 교육을 할수 있다는 기대에 공교육이 정상화 될 수 있다는 기대에 박수를 보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수십년 동안 교단에 선 교사들 조차도 교단의 현실과는 너무나 동떨어진 개혁에 반신반의 하면서 구경꾼이 되는 것 같은 소외감을 ㄱ마출 수 없었던 것입니다. 현실이 반영되지 않는 개혁! 현직 교사가 참여하지 않는 개혁은 찬바람처럼 공허하게만 들려 왔습니다. 개혁을 바라 보는 학부모들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교육개혁의 3년째를 맞으면서도 연간 20조에 달하는 사교육비와 하루 2명꼴의 청소년들의 자살, 생활비의 절반이 과외비로 들어가는 가계부는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석달 남짓 남은 김영삼 정부의 공약인 입시지옥의 해소는 국민들의 피부로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인 것 같습니다.
마산 시내의 경우 어떤 실업계 학교에서는 전교생의 91%가 대학 수학능력고사에응시원서를 제출해 놓고 있는 있습니다. 전문대학이라도 나오지 않으면 살아가는데 결정적인 불이익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에서 대학의 진학은 학문 탐구이전에 생존을 위한 필수 과정일 수 밖에 없습니다. 청소년 전화에서 마산, 창원지역 실업계 고등학교를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한 결과에 의하면 실업계 고등학생들이 대학을 진학하지 않겠다고 생각하는 경우는 대상학생의 10.2% 뿐이고 졸업직후는 아니라도 대학을 가야 된다고 생각하는 학생은 90%이상이었습니다.
실업계 학교에서도 보충 수업과 야간 자율학습이 인문계와 거의 같은 수준으로 실시하고 있는 것만 보아도 이해하고도 남습니다.
대학을 나오지 않으면 결혼에서부터 취업이나 월급도 승진도 차별대우를 받는 상황에서는 대학이 학문탐구의 차원을 넘어 살아남기 위한 필수 과정입니다. 그것도 4년제 대학, 4년제 대학 중에서도 서울에 있는 대학, 서울에 있는 대학 중에서도 서울대학을 나와야 출세가 보장되는 상항에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습니다.
지난 10월 말까지 외국어 고등학교의 학생과 과학고등학교의 학생들이 585명이 자퇴를 하거나 전학을 했다는 보도는 서울대학이 아니면 안된다는 절박한 현실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중고생 78% 가출충동을 느꼈다거나 1년에 가출학생이 25만명이나 되고 학교중도 탈락자가 작년 한해 동안 약 13만명에 달하는 현실이 입시교육이 만들어 놓은 결과입니다.
오죽했으면 서울대학에 몸담고 있는 교수가 서울대학이 교육을 망친다는 논문을 교지에 발표하기까지 했겠습니까?
과열 과외를 없애겠다고 공교육을 부인하는 위성과외를 교육부가 앞장서서 시작하고 수준별 교육과정을 만들어 이제 곧 교육이 정상화된다고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실감이 나지 않습니다.
무엇이 우리의 교육을 위기로 몰고 가는가? 국어,영어, 수학 중심으로 짜여진 교육과정을 학생들이 선택할 수 있도록 선택과목으로만 바꿔도 지금과 같은 교육의 위기는 벗어날 수 있을텐데......
근본적인 문제를 두고 현상만을 치료하려는 땜질식 개혁처방이 입시라는 중병을 앓고 있는 것입니다. 대학 자율화는 반드시 보장되어야 합니다. 지금까지 교육부의 허가사항이었던 학과설치·정원조정등을 학문적 변화와 학생의 수요,기업과 사회의 요구에 대응할 수 있도록 대학 자율에 맡기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대학은 개방되어야 합니다. 배우겠다는 사람에게는 연령이나 직업·장소에 관계없이 기초적 능력만 갖추면 연령·직업에 관계없이 공부할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합니다. 많은 국민들은 적어도 입시지옥에서만은 해방되어야 한다는 공통된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특히 암기위주의 교육과 과밀학급을 해소시켜야 하고 인간교육에 문제가 있다는 점도 공감하고 있습니다.
아무리 좋은 제도라도 사람을 괴롭게하는 제도는 좋은 제도가 아닙니다.
아무리 첨단의 지식이라도 인간에게 고통을 주는 지식은 폐기되어야 합니다. 수험생의 25%가 정신과 치료를 받아야 하는 입시제도, 성적 때문에 목숨을 버리는 입시제도는 고쳐야 합니다.
인간교육에 대한 획기적 방안이 마련돼야 합니다. 우리는「도덕적 문맹자」들을 배출하면서도 인재양성을 했다는 생각을 버려야 할 때가 온 것 같습니다.
선생님은 몇점짜리 교사입니까?
-점수매겨 봉급도 차등화한다.-
1997. 10. 24.
교육부에서는 내년 3월 부터 선생님들에게도 점수를 매겨 월급이나 승진에 반영한다고 합니다. 교원연수이수학점화 방안이라고 하는 이 방안은 교육부나 시·도교육청 산하 교원 연수기관이나 대학원에서 개인이 연수한 내용이나 각종 교육연구대회에서 입상한 실적, 그리고 전시회 등에서 입상한 경력을 점수로 매겨 누가 기록하고 이를 반영한다는 것입니다.
교원연수이수학점화방안은 한국교총과 한국교육개발원에서 지금까지 끈질기게 주장해 온 우수교사 확보법의 다른 이름이라고 보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전에도 교육부에서는 10년 마다 교사자격증을 갱신한다는 '교사자격증 유효기간제'와 '우수 교사확보법'을 만들려고 한 일이 있었습니다. 지금도 특별상여수당이라는 변형된 능력급제를 도입하여 시행하고 있습니다만 이 상여수당제는 대상자 선정에서 객관성이나 타당성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있자 봉급액이 많은 교사 명의로 수당을 받아 N 분의 1로 나누거나 친목회 기금으로 사용하는 웃음거리 수당이 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정책의 명분은 교사의 자질향상이라는 논리를 앞세우고 있으나 사실은 경쟁논리를 도입함으로써 학교와 교직사회를 일반기업체와 같은 경영체제로 개편하려는 의도가 있다는 지적이 높습니다. 교육의 특수성에 비추어 어떤 교사가 가장 우수한 교사냐 하는 평가는 대단히 어려운 문제입니다. 우수교사확보법이나 특별상여금 제도가 성과를 거두지 못하자 "연수이수학점화라는 방안" 을 내놓은 것입니다. 연수이수학점화 방안이 시행되면 어떤 문제점이 나타나는가?
첫째, 교사들간에 비교육적인 경쟁을 심화시킴으로써 교육을 더욱 부실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점수가 높은 교사와 낮은 교사간의 눈에 보이지 않는 경쟁을 유발하여, '가르치는 일' 보다 '승진하는 일'에 관심을 쏟게 하여 모든 교사들은 본의 아니게 승진을 위한 점수경쟁에 매달리게 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교재연구 보다는 학위 취득이나 연구대회 입상을 위한 논문 준비에 치중하거나 각종 경연대회에 출전할 소수의 학생을 위한 엘리뜨교육 등으로 교육이 전반적으로 부실해 질 소지가 있습니다. 이제 교사도 학생처럼 성적에 따라 점수가 매겨질 것이며 그 순서는 곧 승진 순서가 되고 월급 액수에 차이가 나는 것입니다.
둘째, 사실상 '교사 자격증 유효기간제'의 변형입니다. 지금까지는 '평교사'가 소신 있는 교사로 존경의 대상이 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교원연수이수학점화 방안이 시행되면 평교사의 개념은 더 이상존재하지 않습니다. "선생님은 몇점 교사세요?" "선생님의 봉급은 아직도 그 정도밖에 안되십니까?" 이런 상황이 벌어질 것입니다. 어느 누구도 이 경쟁 체제에서 초연할 수 있는 예외는 있을 수 없습니다.
한번 적체되어 밀리기 시작하면 무능교사의 딱지를 붙이고 동기생이나 후배 교사의 뒷전에서 차별대우의 수모를 피할 수 없을 것입니다. 셋째, 교직 사회는 노동의 성격상 일반 기업체와 전혀 다릅니다. 모든 교사들은 아이들을 가르치는 행위를 중심으로 '각기 독립적이고 자기 완결적인 노동'을 하고 있습니다. 연수성적으로 점수를 매겨 교사간의 차별화화를 시도하는 정책은 교직의 특수성에 비추어 적합하지 않습니다. 물론 교사들 사이에 교수능력상의 일정한 개인차는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개인차는 교사 스스로의 부단한 노력과 집단적인 연수 등을 통하여 극복될 과제이지 '좋은 선생님'의 척도가 될 수 는 없습니다.
진정으로 우수한 교사를 확보하고 교원의 자질을 향상 시키기 위해서는
첫째, 교직원 전체의 처우를 개선하여 사회경제적인 지위를 향상 시켜야 합니다. 대부분의 교사들은 열악한 교육여건과 과중한 업무 부담에도 불구하고 교직을 천직으로 알고 성실히 일해 왔습니다. 그러나 너무나 낮은 사회경제적인 지위는 교사들이 참을 수 있는 인내의 차원을 넘어 교직에 대한 매력과 교원의 자질을 하락시켜 온 원인이 되고 있는 것입니다. 현상태에서 소수의 처우를 개선해 주는 교원 연수이수학점화 방안은 결코 교사들의 긍지를 되살릴 수 없고 따라서 우수교원을 확보할 수도 없습니다.
둘째, 원로교사제를 법제화하여 평교사의 지위를 높여야 합니다. 교직사회는 연공서열을 중시할 수밖에 없는 사회입니다. 인간 교육이라는 교직의 특수성으로 인해 교직에 오래 종사한 교원이 인생과 사회에 대한 심도 깊은 이해를 가질 수 있습니다. 이는 학력신장이라는 일면적인 관점에서는 고려되지 않는 요소입니다. 이들의 지위와 처우를 실질적으로 개선 시키는 것은 교원전체의 사기진작과 우수인력을 교직으로 유인할 수 있습니다.
셋째, 교사의 교육 연구에 대한 실질적인 지원과 함께 연수제도를 획기적으로 개선해야 합니다. 현재의 연수제도는 대단히 형식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 왔습니다. 교원연수이수학점화 방안은 국가가 부담하던 연수비를 개인에게 전가시키고 교육부는 한발 뒤로 물러 앉아 수혜자 원칙의 논리를 제시하고 있는 것입니다. 다품종 소량생산이라는 정보산업사회에 적응하는 인간의 양성을 위해서는 교사의 연수가 제도적인 차원에서 지원되는 체계로 바뀌어야 합니다.
국가경쟁력 강화라는 미명으로 '교육 투자는 하지 않고 교사들을 혹사 시킴으로써 교육의 효율성을 높혀 보자'는 은폐된 논리가 교원연수이수점수화 방안입니다. 문제의 본질을 덮어 두고 곁가지를 손질하려는 교육부의 원칙 없는 정책이 교육을 더욱 파행적으로 몰아 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습니다. 교육부는 교원 연수이수학점화방안과 같은 교원 통제의 방법이 본질적인 문제 해결의 방법이 아님을 깨닫고 교사와 함께하는 진정한 교육개혁을 통하여 교육의 근본적인 모순의 해결에 나서야 할 것입니다.
예스24
http://www.yes24.com/24/Goods/9265789?Acode=101
알라딘
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E899450215
'방송자료' 카테고리의 다른 글
거짓말투성이 교육개혁의 역사를 뒤돌아보니... (5) | 2015.04.05 |
---|---|
학교가 병영이었던 시절 기억하세요? (6) | 2015.04.04 |
전파를 통해 교육개혁을 말하다 (2) | 2015.03.28 |
KBS TV 뉴스인사이드에 출연합니다 (24) | 2011.01.14 |
불황고개 넘는 이주민 이야기 (0) | 2008.12.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