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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오 김문수 김지하 그리고 양성우...

by 참교육 2009. 2.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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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게 우리들의 논과 밭이 눈을 뜨면서

뜨겁게 뜨겁게 숨쉬는 것을 보았는가

여보게 우리들의 논과 밭이 가라앉으며

누군가의 이름을 부르는 것을 부르면서

불끈불끈 주먹을 쥐고

으드득으드득 이빨을 갈고 헛웃음을

껄껄껄 웃어대거나 웃다가 새하얗게

까무러쳐서 누군가의 발 밑에 까무러쳐서

한꺼번에 한꺼번에 죽어가는 것을

보았는가

총과 칼로 사납게 윽박지르고

논과 밭에 자라나는 우리들의 뜻을

군화발로 지근지근 짓밟아대고

밟아대며 조상들을 비웃어대는

지금은 겨울인가

한밤중인가

논과 밭이 얼어붙는 겨울 한때를

여보게 우리들은 우리들을

무엇으로 달래야 하는가

양성우의 겨울 공화국이다.

나는 지난 13일 경향신문에서 「김지하가 하면 민주화고 내가 하면 정치냐」라는 글을 읽고 내 눈을 의심했다. 어둡던 지난 시절 나는 양성우 시 ‘겨울 공화국’을 유난히 좋아했다. 그의 시는 단순히 문자의 나열이 아니라 민주주의를 열망하는 사람들에게 희망을 던져주는 메시지였기 때문이다. 최루탄 가스로 뒤범벅이 된 골목에서 겨울공화화국을 주억거리면서 눈물범벅이 돼 헤매면서도 우리는 양성우가 있어 웃을 수 있었다.

그렇지, 양성우가 처음이 아니지. 노동운동의 대부로 알려진 이재오 김문수가 그렇고 90년대 초반 김지하가 조선일보에 ‘죽음의 굿판을 거둬치워라’는 칼럼을 기고해 하늘이 무너지는 배신감에 떨었던 일도 있었지. 술취한 사람이 ‘내가 술취했다’고 하지 않듯이 변절자도 배신자도 할 말은 있다. “한국경제가 발전하려면 문화로 한단계 도약해야 하고... 이명박정부를 통해 ‘한국문화의 르네상스를 기대해 봄직하지 않느냐?’는 양성우의 강변이 모습이 지난 겨울공화국을 살아 온 그의 삶과는 너무나 어울리지 않아 더더욱 씁쓸하다.

식민지시대도 아니고 한나라당에 입당하는 것만으로 변절로 몰아가는 것은 지나치게 편협한 사고라고 힐난(詰難)할 지도 모른다. 그러나 한나라당의 역사를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그런 변명을 해서는 안 된다. 한나라당은 4.19혁명에 의해 부정당한 자유당에 뿌리를 두고 있다. 아니 식민지 시대 민족의 가슴에 비수를 꽂았던 민족 반역도의 후신이다. 뒤로는 국민의 권리를 도둑질한 5.16쿠데타와 광주시민을 도륙한 전두환 노태우가 만든 민주정의당(1981)의 후신이다.

권력이나 돈 앞에서 양심도 신의도 버릴 수 있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배신자도 할 말이 없는 게 아니다.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 굴에 들어가야 한다’고.... 그런데 그렇게 변절해 호랑이를 잡았다는 사람은 한사람도 없었다. 수많은 배신자 중에서 양성우도 같은 말로 자기 합리화를 시킨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정당성뿐만 아니라 차떼기정당, 시장논리로 부자들 편에 서겠다는 한나라당에 발을 들여놓겠다는 것은 아무래도 궁색한 변명으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양성우는 자신의 시 ‘길 아닌 길’에서 적은 것처럼 ‘나는 거친 운명에 셀 수도 없이 떠밀리고 상처 입었기 때문에... 끝도 시작도 없이 내가 가는 길 아닌 길을... 깎아지른 벼랑 위'의 길을 스스로 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렇게 하여 얻은 부귀와 명예가 얼마나 그를 행복하게 할지 몰라도. 길 아닌 길을 가는 양성우시인이 하나 놓친게 있다. 그로 인하여 수많은 사람들 가슴에 실망을 안기고 자라나는 후손들에게 제 2, 제  3읠 양성우를 확대 재생산한다는 사실을.....

양성우시인의 기자회견(2008. 2. 13) 「김지하가 하면 민주화고 내가 하면 정치냐」기사원문
http://news.empas.com/show.tsp/20080213n127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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