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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관련자료/유아교육

영어 광풍, 이대로 좋은가

by 참교육 2018. 10.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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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1월 5일 경남도민일보 사설에 '영어광풍 이대로 좋은가'(클릭하시먼 보실 수 있습니다)라는 주제로 다음과 같은 글을 쓴 일이 있다. 

미국의 AP통신이 영어 발음을 좋게 하기 위해 아이들의 혀 수술도 마다하지 않는 우리나라의 영어교육을 소개해 국제적인 망신을 사고 있다. 연합뉴스는 AP통신을 인용해 ‘한국의 어머니들은 임신 중에 (영어로) 자장가를 들려주고 고가의 유아 가정교사를 두며 학교도 가지 않은 아이를 미국에 보내 발음을 익히게 한다’고 소개했다. AP통신은 ‘정상적인 어린이를 상대로 단지 영어 발음을 위해 수술을 하는 것은 해부학적으로 말도 안 되는 미친 짓’이라고까지 혹평했다.



AP통신의 이런 보도는 우리사회의 치부를 드러낸 얘기다. 그러나 영어를 잘해야 출세가 보장되는 사회에서 영어광풍은 학부모만 욕할 일이 아니다. 영어성적이 좋다는 것은 일류대학의 입학이 보장되고 취업이나 승진에 유리한 혜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뒷받침이라도 하듯 제주도에서는 올해부터 영어공용화를 추진하고 있고 경기도가 파주시와 안산시에 영어마을 건립을 추진 중에 있다. 뿐만 아니라 서울시에서는 여러 곳에 영어체험마을을 건립하고 공식문서나 국장급 이상 간부회의에서 영어를 사용하자는 영어공용화를 올해 중 시행한다는 방침을 세워놓고 있다.

세계공용어가 된 영어를 등한시하자는 뜻이 아니다, 지난해 해외연수를 떠난 유학생 수가 무려 16만명이나 되고 이 중에서 부모를 따라가지 않고 순수하게 국외 유학을 떠나는 초·중·고교생이 1만여명이나 되는 현실을 더 이상 방관해서는 안 된다. 자녀들의 영어교육을 위해 소득의 대부분을 사교육비로 지출하기도 하고 기러기 아빠도 마다 않는 현실을 당연시 할 수는 없다. 입법 예고한 ‘외국 교육기관 설립·운영에 관한 특별법’이 시행되고 외국인학교까지 세워지면 나라말조차 지켜지겠는가? 일관성 있는 정부차원의 문화정책이 시급하다.

14년 전 일이다. 14년이 지난 지금은 좀 달라졌을까? 내가 이 기사를 쓴 후 4년이 지난 이명박당선자의 이경숙대통령직 인수위원장은 공청회 들머리 발언에서 “10년 뒤 아시아권에서 가장 영어를 잘하는 나라가 되길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영어는 이미 세계 공용어 가운데 하나이며 인터넷 정보의 90%가 영어로 돼 있다. 영어교육은 국가 경쟁력과도 직결된다”며 "미국에 가서 오렌지를 달라고 했더니 못 알아들어서 오린지라고 하니(lr 발음을 달리했더니) 알아듣더라고 해 말썽을 빚기도 했다. 

영어를 잘하면 좋다. 그런데 모든 국민들이 다 영어를 그렇게 미국식으로 유창하게 해야 하는가? 촛불정부의 유은혜 교육부장관이 취임 첫사업으로 유치원 영어교육을 허용하겠다고 한 데 이어 초등학교 1, 2학년의 방과 후 영어교육도 허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는 발언으로 교육시민단체들이 반발하고 있다. 우리말도 잘하지 못하는 유치원 아이들에게 까지 영어교육을 시키겠다는 이유가 무엇일까? 이경숙 인수위원장의 소원처럼 “10년 뒤 아시아권에서 가장 영어를 잘하는 나라가 되길 간절히..." 바라서일까? 그렇게 하면 모든 국민이 세계에서 일등 국민이 되는가? 

지금은 영어번역기로 해외 여행을 다니기에도 불편없다. 그런데 왜 영어를 우리말도 잘 하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영어교육을 시키려고 안달일까? 지금도 초등학교 4학년에서부터 기초영어를 배우고 있다. 또 중·고등학교에서는 국어보다 영어를 더 공부어 열심이다. 영어를 살아가는데 필요해서가 아니라 수능에서 영어를 하지 않으면 원하는 대학을 갈 수 없기 때문에 배우는 학생들이 대부분이다. 영어를 못하는 것보다 잘하면 좋다. 그런데 그 영어를 잘하기 위해 사교육비를 마련하기 위해 가정파탄이 되고 원정출산이며 청소년들의 삶이 무너져도 좋은가? 

꼭 외국어를 배우지 않아도 앞파고시대, 제 4차산업혁명기에는 불편없이 살아갈 수 있을 것이라는 것은 불문가지다. 자기 민족의 역사와 정서가 담긴 언어를 무시하고 외면한다는 것은 역사를 외면하는 것이나 무엇이 다른가? 그렇찮아도 지금 공중파방송들을 앞다퉈 국적불명의 언어를 경쟁적으로 쏟아내 언어파괴에 앞장서고 있다. 도시의 간판을 쳐다보면 내가 외국에 와 있는지 착각이 들 정도다. 영어를 잘 하는 사람이 더 인격적이고 훌륭한 사람인가? 우리는 세게 어느 민족에 뒤지지 않은 훌륭한 한글을 가진 자랑스런 나라다. 자국의 소중한 문화를 지키지 못하고서야 어떻게 문화민족이리고 할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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