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말 언론·교육·신민회(新民會) 활동을 통해 계몽운동을 전개한 분 . 중국 망명 후에는 무장투쟁에 의한 독립운동노선을 견지하면서 외교론 중심의 상해 임시정부에 비판적인 입장에서 활동했으며, 1920년대 중반 이후 무정부주의 단체에서 활동했다. 또한 역사연구를 통해서 한국근대역사학의 방법론과 인식을 성립시켰다.」

이 분이 누굴까? 이 정도 소개로 우리나라에서 “아~! 그 분...” 하며 알아맞힐 사람은 입시를 준비하는 고교생을 제외하고 그렇게 많지 않을 것 같다.


조선의 독립운동가요, 민족사학자이신. 단재(丹齋) 신채호(申采浩)선생님!

김삼웅선생님은 신채호평전에서 이렇게 썼다.

단재 선생님.

이제서야 당신을 알게 되어 죄송합니다.

당신의 노력으로

제가 이리 행복한 것을 이제서야 알았습니다.

너무나 죄송합니다.

그런 당신이 아직 국적도 없다니

너무나 죄송합니다.

저는 너무 제 자신만 생각했습니다.

나라가 무엇인지

민족이 무엇인지

뒷전이었습니다.

당신의 삶 앞에 제 삶은 초라합니다.

당신의 처절한 삶이 있었기에

제 평화로운 삶이 있었는데도 말입니다.

너무나 죄송합니다.

앞으로 힘들 때 마다 짜증날 때 마다

당신을 생각하겠습니다.

나의 힘듦이나 짜증은 힘듦도 아니요, 짜증도 아닌 것을

느낄 것입니다.

앞으로 행복할 때나 즐거울 때마다

당신을 생각하겠습니다.

이 또한 당신의 앞선 투쟁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니까요.

다시 한번 당신의 고마움을 너무 늦게 알게

너무나 죄송합니다.

그 대신 앞으로는 평생 잊지 않겠습니다.」

요양을 한다고 와 있는 청주생활 1년!
외손자 재롱을 보며 보낸지도 두달이 넘었다. 짜증스런 더위도 식힐겸 찾은 신채호 선생님 사당. 사실 신채호선생님의 사당을 찾은 건 오늘이 처음이 아니다. 이 근처에 선생님의 묘소가 있다는 소식을 듣고 지난 수요일... 물어 물어 찾아 간 충북청원군낭성면 귀래리 305번지...

“볼 것도 없는데 그긴 뭣하러 가요?”

길을 묻는 나에게 이웃주민의 대답이다. '볼 것도 없는 곳... 온 몸바쳐 조국을 위해 살다가신 고결한 삶이 이런 대접을 받고 있는 것이다. 2009년 3월1일. 97년만에 가족등록부에 이름이 올라감으로서 이제야겨우 국적을 회복 하였다나?   

사진기에 메모리카드를 빼놓고 와 다시 찾은 선생님 사당....
‘토요일인데도 넓은 주차장에는 텅텅 비어 있고 사람이라고는 눈닦고 찾아봐도 없다. 


안내원도 없는 사당에 묵념을 하니 만감이 교차한다.

“김부식이 패하고 묘청이 이겼더라면 조선사가 독립적, 진취적으로 진전하였을 것이니, 이것이 어찌 일천 년 이래의 제일 사건(일천년래 제일대사건)이라 하지 아니하랴." ‘묘청의 난’으로 기록된 한국사 교과서를 배운 지식으로는 이해가 되지 않는 역사 해석. 너무나 큰 선생님의 민족 의식, 역사의식에 고개가 절로 숙여진다. 


“선생님이 계시지 않았더라면 민족의 역사가 사대주의 사이비 사가들, 친일사가들의 농간으로 뭍힐번했던 우리 역사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사당과 묘역을 둘러보는 시간 내내 마음 속으로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이 곳을 둘러 본 사람이라면 '죄스럽고 미안하다'는 생각은 나만의 회한일까? 

단제선생님의 삶을 보면 이런 대접을 받아도 좋을까? 
26세에 박사가 된 선생은 <황성신문>, <대한매일신보> 등 언론을 통해 뛰어난 문장으로 세상을 놀라게 하며 그 문명을 날렸던 선생님!

1880년 12월 8일 충남 대덕에서 출생
1898년 성균관 입교, 독립협회 운동에 참여
1906년 <대한매일신보>에 논설진으로 초빙됨
1910년 안창호 등과 중국으로 망명
1911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권업신문> 주필로 활동
1914년 옛 고구려 땅 답사 이후 대고구려주의적 역사의식 갖게 됨
1915년 북경에 체류하며 <조선상고사> 집필
1916년 소설 <꿈하늘> 집필
1920년 박자혜 여사와 북경에서 결혼. 다음에 아들 수범씨 얻음.
1922년 '의열단'의 행동강령인 '조선혁명선언'을 기초
1924년 무장독립운동단체 '다물단' 선언문 기초
1925년 '무정부주의 동방연맹' 가입
1927년 '신간회' 발기인으로 참여
1928년 소설 <용과 용의 대격전> 발표
1930년 무정부주의 동방연맹 국제위폐 사건에 연루돼 체포됨. 대련 법정에서 10년형 선고받음. 여순감옥으로 이송
1936년 2월 21일 여순감옥에서 순국하셨다.


<자료 : 월간개벽 2007.03월호>

우여곡절 끝에 1993년 11월 충북청원군낭성면 귀래리에 뭍히시기는 했지만 찾는 이 없는 초라한 사당은 '충청북도 기념물 제 90호'라는 칭호가 부끄럽다.

사당 입구에 선 비 천고(하늘 북-'천둥소리'라는 뜻으로 그가 베이징에서 창간한 한문잡지 이름)는 단재의 절규처럼 들려 찾는 이의 옷깃을 여미게 한다.
 
吾知鼓天鼓者 其能哀而怒矣
哀聲悲怒聲壯 喚二千萬人起
乃毅然決死心 光祖宗復疆土
取盡夷島血來 其흔於我天鼓

나는 아네 하늘북 치는 사람을/그는 슬퍼하기도 성내기도 하네
슬픈소리 서럽고 노한 소리 장엄하여/이천만 동포를 불러일으키나니
의연히 나라 위해 죽음을 결심케하고/조상을 빛내고 강토를 되찾게 하나니
섬 오랑캐의 피를 싸그리 긁어 모아/우리 하늘북에 그 피를 칠하리라

단재의 시 <하늘북> 전문 -박정규 역(오마이뉴스)

천고뿐만 아니다. 입구 안내판에 성난 도종환 시인의 '고드미마을에서'가 왜 그렇게 초라하게 보이는지.

고드미마을에서 - 도 종 환 -

이 땅의 삼월 고드미마을에 눈이 내린다
오동나무함에 들려  국경선을 넘어 오던
한 줌의 유골같은 푸스스한 눈발이
동녁골을 넘어 이곳에 내려온다.

꽃뫼마을 고령신씨도 이제는 아니오고
금초하던 사당지기 귀래리 나뭇군
고무신자국 한 줄 눈 발에 지워진다.

복숭나무 가지 끝 봄 물에 탄다는
삼월이라 초하루 이땅에 돌아와도
영당각 문풍질 찢고 드는 바람소리
발 굵은 돗자리 위를 서성이다 돌아가고
 
옥하리 냇가에 봄이 오면 꽃이 피어
 바바람불면 상에 누워 옛얘기 같이하고 
서가에는 책이 쌓여 가난걱정 없었는데
뉘 알았으랴 쪽발이 발에 채이기 싫어
내 자란 구둘장 밑 오그려 누워 지냈더니

오십년 지난 물소리 비켜 돌아갈 줄을
 눈녹이 물에 부리적신 진달래 창꽃들이
앞산에 붉게 돋아 이 나라 내려볼 때
이 땅에 누가 남아 내살 네살 썩 비어  
고우나고운 핏덩어릴 줄줄줄 흘릴건가
이 땅의 삼월 고드미마을에는 눈이 내리는데.  

이건 또 뭔가? 칮는 이 없는 쓸쓸한 사당에는 위대한 독립운동가요 민족사학자인 신채호 선생님에게 살인자 노태우의 훈장증이라니...? 국민의 주권 도둑질도 부족해 독립운동가까지 이용해 먹겠다는 심산이 괘심하고 또 괘심하다.
 
텅텅 빈 주차장은 위대한 애국자의 이름에 걸맞지 않게 을시년스럽고 공허하다. 
찾는 이 없는 선생님의 사당에는 네살짜리 외손자가 신기하듯 쳐다보고 있다.
이 녀석은 언제 알까? 선생님의 위대하신 삶을....
"두원아! 선생님은 훌륭한 선생님이야!" 삶과 죽음의 간극이란 할아버지와 손자의 나이 차 만큼이나 될까?
"내가 죽으면 시체가 왜놈들의 발끝에 채이지 않게 화장하여 바다에 뿌려달라"던 생전의 선생님 부탁을 들어주지도 못했단다. 후손을 위해 무덤을 쓰자는 문중과 지인들의 뜻이 너무 거세었던 때문이다. 결국   일본놈들은 유해를 묻는 일마저 방해해 가족과 일가들은 단재의 집터 귀래리에 몰래 묻어야만 했다.
민족을 배반한 반역자의 무덤은 호화판이고 독립운동을 하면 자자손손로 초라한 거지신세를 못면하는 나라. 가난이 부끄러운 나라에서는 정의감을 가지고 살거나 민족을 위해 한 몸 바친다는 일이 얼마나 어렵고 힘든 일인가를 새삼스럽게 느껴진다. 군사정권은 그렇다치고 민주정부조차 외면한 선생님의 생애. 달랑 생색내기 무덤 하나 세워 준 것으로 끝나고 팽개친 흙더미가 빗물에 씻겨 내린 흔적이 가슴을 아프게 한다. 
언제쯤이면 위대한 독립운동가요 ,민족 사학자인 선생님의 삶이 바른 평가를 받을 수 있을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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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예예예 2009/07/08 08:5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언제나 부끄러운 마음으로세상 살아가면서 늘 고마운 분들이 계시기에 오늘도 내가 웃을 수 있다는 감사를 하지요

  2. 김용택 2009/07/08 21:3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예예예님 같은 분이 계시기에
    우리는 아직도 희망을 잃지 않고 사는가 봅니다.
    방문 감사합니다.

  3. 방문자 2009/07/09 22:0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도 이런 분들에게 항상 감사하며 살아가야겠네요.


“저 사람은 교과서예요!”라고 하면 ‘원칙주의자’ 혹은 ‘융통성이 없어 답답한 사람’으로 표현하는 말이다. 그만큼 교과서란 ‘표준’으로 공인을 받아 온 셈이다. 교과용 도서에 관한 규정 제2조를 보면 교과서는 '학교에서 교육을 위해 사용하는 학생용의 주된 교재'라고 정의하고 있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보면 교과서를 ‘국정’ 혹은 ‘검인정’으로 만들어 건강하게 성장해야할 2세 국민들을 국가의 시각에 맞춰 ‘국가가 원하는 인간’을 양성해 왔음을 부인할 수 없다.

사회민주화가 진전되면서 교과서도 국정에서 검인정으로 바뀌고 있다. 수학능력고사가 있는 나라에서 ‘검인정 교과서’란 사실상 ‘국정교과서’나 다름없지만 그래도 출판사의 성향에 따라 다소의 차이를 보일 수 있다. 이 정도 차이도 못 견디는 수구세력들은 결국 뉴라이트계 시각의 역사교과서를 만들고 말았다. 이름만 검인정제도를 유지하고 있기는 하지만 나름대로 국정제도보다 검인정제도는 기대할 게 많다. 그러나 과거가 부끄러운 수구세력들은 이 정도 검인정제도도 용납할 수 없다는 자세다.

표준이 돼야할 교과서가 수구세력의 시각으로 바뀌면 어떻게 될까? 교과서가 ‘표준 지식(?)’이 되지 못하고 집권 세력이나 기득권 세력의 시각에 맞추면 학교는 어떤 인간을 양성하게 되는가? 국가인권위원회는 25일 초·중·고교 교과서 집필자·편집자들과 ‘인권 친화적 교과서 도입을 위한 간담회’를 개최하고 교과서의 인권침해 사례를 소개한 내용을 보면 어이가 없다. 초등학교 6학년 도덕 교과서(163쪽) ‘세계의 불행한 어린이를 돕자’는 ‘불행한 어린이’에 소녀가장·장애아·고아를 열거해놓고 있어 ‘장애, 고아=불행’이라는 편견을 가질 수 있도록 서술되어 있다.

초등 6학년 영어 7단원 ‘직업카드’ = 의사·조종사·경찰은 남성, 교사·간호사는 여성(사진 : 경향신문에서)

중학교 3학년 도덕 교과서(151쪽)에는 명절문화 개선을 소개하면서 “음식준비, 손님맞이 등으로 고생하는 여자들을 배려하여 역할을 나누고 협력하는 자세를 가져야 하겠다”고 서술하고 있다. 명절 음식준비는 여성의 역할임을 전제하는 성차별적 서술이다. 초등학교 6학년 영어 7단원 직업카드에는 의사·조종사·경찰은 남성, 교사·간호사는 여성으로 그려져 있다. 또한 고등학교 사회 교과서(ㄱ 출판사, 108쪽)에는 국제협약 관련 각국 대표를 모두 남성으로 그려놓았다.

고등 도덕 80쪽 = 장애인과 봉사자들의 모습을 ‘도덕공동체’로 서술(사진 : 경향신문에서)

그밖에도 교육과학기술부 검인정을 받은 고등학교 사회 교과서(ㅈ 출판사 249쪽)에는 ‘결손가정’이 ‘정상가정’의 반대 용어로 제시돼 있다. 같은 교과서 267쪽에는 ‘장애인’이 ‘정상인’과 대비되는 개념으로 서술돼 있고 중학교 3학년 도덕 교과서(143쪽)는 가족 건강지수를 점검하는 내용에서 ‘한 부모 가정=건강하지 못한 가정’으로 받아들여질 소지가 있는 내용도 담고 있다. (2009. 6. 26 경향신문)

 철학이 없는 기술자는 자신의 잔재주로 사람을 괴롭히는 도구를 만들 수도 있고 철학이 없는 부자는 약자의 고통을 만들어 낸다. 철학이 없는 교육자, 철학이 없는 교육 관료는 교과서에 변칙을 담아 사이비 인간을 양성하는 일에 방관하거나 일조할 수도 있다. 지식만 주입해 ‘암기한 양’으로 인간을 서열화시키는 사회에서는 배부른 돼지를 양산할지언정 생각하는 사람을 양성하기는 어렵다. 주관적이고 이기적인 인간, 사회적인 존재가 아닌 개인적인 인간을 양성하는 가치관으로는 ‘인격적인 존재로서의 인간’을 길러 낼 수 없다.

단세포적인 인간, 시비를 가릴 수도 없고 해야 할 일과 해서는 안 되는 일을 구별할 줄 모르는 인간이 살아가는 세상에는 힘의 논리가 정당화된다. 이러한 세상을 바라는 이는 누굴까? 과거가 부끄러운 사람.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결과만 인정받고 싶어 하는 기득권 세력들이 원하는 인간상이다. 역사를 왜곡해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키려는 자는 역사의 범죄자다. 신문지법과 방송법을 바꿔 기득권 논리를 정당화시키겠다는 세력들이 꿈꾸는 세상은 ‘근면’과 ‘정직’ 그리고 세상을 보지 못하는 ‘청맹과니’ 순진파들이 사는 인간세상이다. 교과서가 표준이 되지 못하는 한 인간해방도 역사발전도 기대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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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ROSTEYe 2009/06/26 17:3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글 잘 봤습니다.

    최근 중고생 교과서를 살펴본 일이 있는데, 제가 배울 때는 살아있는 문인의 작품은 극히 드물었지만

    요즘 교과서에는 많이 실려있더군요...

    좋은 점도 있고 나쁜 점도 있겠구나 싶었습니다.

    교육이 점점 일개미만을 길러내는 것 아닌가 걱정입니다.

    • 참교육 2009/06/26 21:53  댓글주소  수정/삭제

      '알개미'...?
      그렇군요. '순종이 미덕'이라고 가르치는 교육은 분명 일개미를 양성하고 있지요.
      '가난은 나랏님도 못 구해'라던 옛날 얘기가 운명론적인 교육이 만들어 낸 결과라더군요.
      지배 이데올로기로 체제순종적인 인간, 일개미를 만드는 교육은 숙명적인 인간을 만드는 반교육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청주 무심천(無心川)...!
청주는 무심천이 있어 청주다.
무심천에 가면 사람이 보이고 내가 보이고 하늘이 보인다.
마음을 비우면 내(我)가 내(川)가되고 내(川)가 내(我)가 되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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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ROSTEYe 2009/06/23 03:1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사진이 글만큼이나 좋습니다.

    잘 보았습니다.

  2. 무터킨더 2009/06/24 05:0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눈이 시원해지는 사진 잘 보았습니다.
    인생의 연륜이 느껴지는
    좋은 글과 함께요.^^
    요즘 뜸 하셔서 궁금했습니다.
    건강하시고 계속해서 좋은 글 많이 써주세요.

    • 참교육 2009/06/24 08:01  댓글주소  수정/삭제

      외손자 인터넷 중독 걸리지 않게 하느라
      컴퓨터를 켜 놓을 수가 없네요.
      사실은 좀 쉬고 싶기도 하고요.
      진짜 이유는 이 숨막히는 현실에서
      글 몇자가 무슨 소용이 있을까 싶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