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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관련자료/학교폭력

학교폭력, 경찰이 해결하겠다고?

by 참교육 2012. 2.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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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교육비 문제가 심각해지자 정부가 내놓은 기발한 아이디어가 EBS교육방송 과외다. 국가가 나서서 학교가 할 일을 대신해 주는 웃기는 입시교육. EBS방송과외는 현직교사에게 금지한 강의까지 합법화 해 놓았다. ‘정부가 하면 로맨스요, 개인이 하면 위법’이라는 정책이 이번 학교폭력근정대책에서도 여지없이 드러나고 있다.

어디 EBS방송과외뿐이랴?

지난 6일 김황식국무총리가 기자회견에서 밝힌 학교폭력근절대책도 그렇다. 학교폭력의 잔인성이나 심각성에 비해 무리를 하더라도 근절만 된다면 작은 희생쯤이야 누가 반대 하겠는가? 그런데 정부의 폭력근절 대책을 보면 근절 대책이라기보다 임시방편으로 실적 올리기, 성과주의 대책으로 교권을 심각하게 훼손할 내용까지 담고 있다.

교사가 해야 할 일과 경찰이 해야 할 일은 다르다


경찰은 현상적으로 나타난 범법사실을 확인, 가해자를 처벌하는 데 목적이 있지만 학교는 피해자가 생기지 않도록 예방교육과 가해자가 더 이상 구제불능의 상황으로 빠지지 않도록 이끌어주는 교육적 기능도 함께 해야 한다. 처벌이란 한 개인의 위법행위에 대한 합법적인 보복이지만 교육은 가치내면화를 통한 심성의 변화를 이끌어 내는 행위다.

처벌이나 보복으로 다시는 잔인한 폭력이 재발되지 않는다면 일벌백계의 강력한 처벌을 반대할 이유가 없다. 그러나 한 번의 실수를 반성하고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는 학생을 처벌해 전과자라는 낙인을 찍어 놓으면 재활의 기능을 영원히 상실한 채 영영 범죄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할 수도 있다. 교과부가 발표한 대책 중 학교폭력자치위원회결과를 생활기록부에 기록하여 대학입시에 반영, 불이익을 주겠다는 방침이 그렇다.

학교폭력, 경찰이 해결할 수 있을까..?


‘교사 직무유기 입건, 일선학교 경찰 배치’와 같은 대책도 황당하기는 마찬가지다. 학교폭력의 내용을 들여다보면 수학의 공식처럼 사례를 넣으면 정답이 나오는 그런 문제들만 있는 게 아니다. 폭력의 양상도 천차만별이요 가해자가 피해자인 경우도 허다하다. 증거도 없이 피해자의 말만 믿고 가해자를 무조건 경찰에 신고한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복수담임제’의 경우는 또 어떤가? 학생이 40명인 학급에 두 명의 교사가 담임을 맡게 되면 담임교사 1명이 20명씩을 지도해 폭력이 줄어들 것이라는 판단하는 것은 학교현실을 몰라도 너무 모르는 처사다. 학 학급 40명인 교실에 두 사람의 담임이 학생들을 나누어서 책임을 진다...? 담임교사의 책임을 회피하자고 하는 말이 아니다. 한 교실에 두 사람이 들어가 조,종례며 생활지도가 가능한 일일까? 현직교사들에게 이런 걸 대책이라고 말하면 웃음거리가 되고 말 것이다.


학교폭력문제는 경찰이 해결할 일이 있고 교사가 해결해야할 일이 따로 있다. 교육적인 문제를 경찰이 해결하겠다는 것은 가능한 일도 아니지만 교사들이 할 일을 더욱 어렵게 만드는 결과를 낳게 될 수도 있다. 경찰관 겸임교사제를 도입해 교내에서 학교폭력에 대한 강의를 하면서 실제 발생한 폭력 문제에 대해 법적 조치까지 취하겠다는 경찰의 방침은 학교를 예비범죄자의 소굴로 보는 황당한 코미디다.

아무리 바빠도 바늘허리 꿰어서 못쓴다고 했다. 오죽했으면 보수적인 교원단체인 한국교총까지 나서서 경찰청과 서울지방경찰청장을 방문, 과도한 개입에 항의까지 했겠는가? 정부가 진정으로 학교폭력을 근절할 의지가 있다면 문제의 원인부터 제대로 파악해야한다. 얼마나 형식적이고 실질적인 대책을 못해왔는지는 이명박정부 들어서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의 심의건수는 참여정부보다 3배 이상 증가(2005년 2518건, 2010년 7823건)했고, 특히 중학교가 2005년 1436건에서 2010년 5376건으로 4배 가까이 증가했다.

학교폭력의 원인, 경쟁시스템과 차별적 교육 때문이 아닌가?


이명박정부가 소수 특권층만을 위한 차별적 고교서열화 정책, 우리사회의 입시만능 경쟁시스템이 고등학교를 넘어 중학교까지 확대되고 있다는 증거 아닌가? 문제의 원인은 앞에서 말한 경쟁시스템과 차별적인 교육으로 희망을 잃은 아이들의 학업스트레스와 불안감이 학교폭력이라는 왜곡된 행동으로 나타난 결과다. 친구간의 경쟁, 학급과 학급 간의 경쟁, 학교와 학교가 경쟁하는 서열화 된 학교체제와 학벌사회가 학교폭력을 유발하는 근본적인 요인이라는 것은 교육전문가가 아니라도 다 알고 있는 얘기다.


과도한 사교육비와 공교육비 부담, 청년실업의 증가, 이러한 현실은 저출산사회, 맞벌이사회, 장시간노동사회, 고령출산사회를 만들어 가족공동체와 지역공동체를 해체하고 있다. 또한 통제와 단속으로 인한 인권교육의 부재, 차별과 배제, 은폐와 소통부재의 학교문화가 학교폭력을 부추기고 있음도 부인할 수 없다. 이러한 복합적인 요인이 학교폭력을 유발하는 원인 제공이 아니라고 부인할 수 있는가?

폭력근절, 학급당 학생수 감축, 교원정원 확보가 먼저다  


정부가 학교폭력을 근본적으로 뿌리 뽑기 위해서는 학생들에게 맞춤형 학습지도와 인성교육이 가능하도록 학급당 학생수 감축, 교원정원확보 등 21세기형 교육여건으로 바꿔나가야 한다. 과도한 학습노동과 사교육비, 학업스트레스를 양산하는 지나친 경쟁위주의 일제고사 및 입시선발제도, 학교정보공시제도를 두고 어떻게 학교폭력이 근절되기를 바라는가?

폭력은 폭력을 재상산하다. 체벌이나 처벌위주의 대책으로 폭력을 뿌리 뽑겠다는 것은 해결책이 아니다. 가해 학생 즉시 출석정지, 중학교 체육활동 강화, 일진 경보제 도입, 가해 학생 강제 전학, 학부모 소환, 피해학생 전학권고폐지...와 같은 방법으로 폭력이 근절되기를 믿을 수 있는가?

학교폭력을 근본적으로 뿌리 뽑겠다면 경기도나 서울시에서 시행하고 있는 학생인권조례를 확대 시행해 진정한 인권이 무엇인지를 가르쳐줘야 하지 않겠는가? 원인을 두고 현상만 치료하겠다는 대책은 대책이 아니다. 가해자를 두둔하자는 말이 아니다. 사회질서를 문란하게 하는 잔인한 폭력은 경찰력은 물론 현직교사들이 발 벗고 나서야 한다. 그러나 폭력의 근절을 위해서는 학교가 입시준비를 하는 곳이 아니라 교육을 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드는 정책을 병행할 때 가능하지 않겠는가?


- 이 기사는 충남도청인터넷신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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