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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관련자료/학교폭력

교사에게 사법권을 주면 학교폭력이 사라질까?

by 참교육 2012. 2. 21.



교사들에게 사법권을 주면 학교폭력이 사라질까?


정부가 학교폭력을 근절한다는 명분으로 교원들을 고발, 입건하는 등 경찰이 교육에 개입하자 한국교원단체총연합(교총)이 교사에게 준 사법권을 요구하고 나섰다. 안양옥 한국교총 회장은 지난 13일 서울 프레스 센터에서 열린 ‘학교폭력 근절, 교원 선도 선언 및 여건 마련 요청 기자회견’에서 교장·교감 등 학생생활지도에 책임을 맡은 교원에게 준사법권을 요구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안양옥회장은 “학교폭력 해결의 열쇠는 일선 교원들에게 달려 있는데도 학교폭력 예방대책에 관한 법률에 교원은 신고의무만 있고 수사권이 없어 교사들이 객관적 사실에 접근하기 어렵다”며 ◆ 학생 성찰교실로 이동 ◆ 소지품 검사 및 위험물 압수 ◆ 면담 거부 시 학생 소환 ◆ 비위 경력 학생 감독 ◆ 폭력 행위 학생 조사 ◆ 학부모 강제 소환...등 준사법권을 부여해 줄 것을 요구해 귀추가 주목된다.


사람이 한 평생 사는 동안 병원과 경찰서는 모르고 사는 게 좋다는 말이 있다. ‘오죽하면 사법권을 달라는 요구를 할까?’ 하는 마음이 들다가도 ‘이건 아니다’라는 정서를 지울 수 없다.

그렇잖아도 교사들의 체벌이 사회문제가 돼 어디까지가 교육적인 체벌이고 어디까지가 폭력인가라는 체벌문제로 논란을 빚은 게 바로 엊그제의 일이다. 그런데 이런 현실을 두고 교원들에게 준사법권까지 부여하면 폭력문제가 일시에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믿을 수 있을까?

학교폭력의 잔인성이나 포악성을 보면 소름이 끼친다. 차마 인간으로서 도저히 할 수 없는 짓을, 그것도 어린 학생들이 죄의식도 없이 저지르는 모습을 보면 몸서리가 친다. 어떻게 하든 지 학교폭력은 반드시 뿌리뽑아야한다는 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다.


그런데 학교폭력이란 절도나 상해사건처럼 원인과 결과가 명확하게 드러나는 게 아니다. 장난을 좋아하는 친구가 싫어하는 친구에게 귀찮게 구는 것도 폭력으로 볼 것인가 하는 문제를 비롯해 비슷한 사례가 학교현장에서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다.

이런 문제를 천편일률적으로 법으로 따지고 학부모를 강제 소환한다는 것 자체가 무리가 아닐까? 며칠 전 청주에서 일진회 학생을 적발했다는 보도 후 일진회가 아닌 학생을 일진회로 몰려 억울하다는 보도는 무엇을 말하는가?

교사가 할 일과 경찰이 할 일은 다르다  

범법자를 색출해 처벌하는 일이란 전문가들조차 가려내기 어려운 문젠데, 교사들에게 준사법권을 주어 범인을 색출하라면 교육은 뒷전이 될 게 아닌가? 더구나 교육을 담당하는 교사가 모든 학생을 예비폭력범으로 본다는 것은 생각만 해도 끔찍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교육은 법 이전의 문제요 사랑으로 인도하고 이끌어야 할 문제다.

교사에게 사법권을 부여해 학교폭력이 근절될 수만 있다면 그 정도는 희생까지 각오해야 한다. 한계상황까지 온 학교폭력문제는 이제 다소 무리가 가는 한이 있더라도 근절될 수만 있다면 다양한 방법으로 시도해 보아야 한다는데 반대할 수 없다.


그런데 분명한 사실은 교육자가 하는 일과 경찰이 해야 할 일은 다르다. 법을 어긴 청소년을 수사해 처벌하는 일은 교육자가 아니라 경찰이나 사법부가 하는 일이다.
경찰은 범법자를 찾아내는 일을 하지만 교사는 학생들이 바른 길을 갈 수 있도록 이끌어 주는 사람이다.

경찰이 할 일은 위법한 사건을 증거나 자백으로 처벌하는 것으로 임무가 끝나지만 교육은 가치관이 바뀔 때까지 감동이나 간접경험을 통한 가치내면화로 이끌어야 한다. 경찰은 법으로 단시일에 문제를 해결할 수 있지만 교사는 오랜 시간동안 배려하고 인내하면서 행동변화를 할 수 있도록 기다려야 한다. 교육이 힘들다고 교육적인 접근을 포기하고 물리적인 힘으로 다그치고 윽박지르고 통제하고 고발하면 문제가 해결되는가?

폭력을 비롯한 문제행동을 개선하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물리적인 방법도 있고 감동감화를 통한 방법도 있다. 독서를 통해 지도와 영화나 연극을 통한 접근 방법도 있다. 교육자의 철학이나 역량에 따라 여러 가지 방법으로 피교육자를 안내 할 수 있다. 그래서 교육이 필요한 것이다. 처벌이 능사라면 교육이 필요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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