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수업을 시작하기 전에 “여러분들이 가장 갖고 싶은 게 뭔가?“라고 물었던 일이 있다. 그 때 아이들의 대답 중 가장 갖고 싶어 하는 게 ‘돈이나 지위, 명예....’ 와 같은 것들이었다. 그런데 한 학생이 ‘권력이요!’ 하는 것이었다. 돈이나 사회적 지위보다 권력이 더 좋다는 이색적인 답변을 하는 학생에게 구체적으로 물어 봤다. ”권력을 왜 갖고 싶어 하지?“ 그랬더니 이 학생 대답이
“권력을 갖고 있으면 뭐든지 다 할 수 있잖아요?”
‘어 이 녀석 봐라!’‘ 이 학생은 권력에 대한 개념을 어느 정도 이해하고 있는 것 같았다. 원론적으로 권력이란 ’남을 지배하여 강제로 복종시키는 힘‘ 또는 ’남을 복종시키거나 지배할 수 있는 공인된 권리와 힘‘이라고 해석한다. 남의 행동을 자기 마음대로 움직이게 할 수 있다는 것은 대단한 힘이다. 그렇다 힘이 있으면 뭐든지 다 가질 수 있다.
<이미지 출처 : 다음 이미지 검색에서>
그런데 이 힘을 양심적인 사람이 갖지 않고 나쁜 생각을 가진 사람에게 맡겨지면 문제는 심각하다. 우리는 하루에도 몇 번씩 공권력을 남용해 힘없는 사람들이 피해를 보는 현상을 자주 목격한다. 국회의원이 됐거나 지방자치단체장이 되어 자신이 가진 권력으로 부정을 저지르다가 적발돼 쇠고랑을 차는 모습도 본다. 교과서 진도에 쫓겨 더 깊이 얘기하지 못하고 ‘네 말이 맞다’하고 대충 얘기하다 넘어 갔지만 사람들은 누구든지 ‘돈이나 사회적 지위나 명예나 권력을 갖고 싶어 한다. 그 중에는 돈이나 지위나 명예보다도 권력을 갖고 싶어 하는 사람들도 많다.
전제군주제 사회에서도 권력을 장악하기 위해 부모형제간에 피를 흘리는 모습을 역사를 통해 읽을 수 있다. 과거뿐만이 아니다. 현재도 대통령이나 국회의원 그리고 광역단체장 선거를 앞두고 정파 간 또는 계파간의 대립과 갈등을 보면 순진한 서민들은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권력을 장악하기 위해 선거법을 어겨 구속되는 추태를 보이는 사람들을 보묜 ‘참 권력이 좋기는 좋은 거구나“ 하면서도 권력의 본질에 대해서는 잘 이해하지 못한다.
다들 선호하는 이 권력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우리나라 헌법 제2항에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라고 못 박고 있다. 그렇다면 내가 가지고 있는 권리란 어떤 것인가? 국어사전에는 권리를 해석하기를 ‘어떤 일을 행하거나 타인에 대하여 당연히 요구할 수 있는 힘이나 자격’이라고 정의해 놓고 있다. 그런데 국민들은 이렇게 소중한 권리를 제대로 알고 행사하고 있을까?
민주주의 사회는 국민 개개인이 가지고 있는 권리를 제대로 행사할 때 진정한 민주주의가 실현될 수 있다. 몇년 전 합천군수는 ‘새천년 생명의 숲’ 공원 명칭을 전두환 전 대통령의 호를 따서 ‘일해공원’이라고 바꿔 시민단체들의 반발을 샀던 있이 있다. 전두환이 누군가“ 광주시민을 학살하고 국민의 권력과 돈을 도둑질 해 사형선고까지 받았던 인물이다. 광주에는 아직도 처자식을 잃은 부모들이 한이 그대로 남아 있고 그의 부하들이 쏜 총탄에 불구자가 되어 병원신세를 지고 있다. 이런 인간을 대통령을 했다는 이유로 국민의 세금으로 만든 공원의 이름을 ‘일해‘라고 하다니…….
권력은 소중한 줄 알면서 권리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주권자가 사는 사회에는 민주주의를 찾을 수 없다. 정치혼란은 물론 경제적 불평등 사교육비, 사회 양극화……. 이 모든 것은 주권행사를 제대로 못한 국민들에게 근본적인 책임이 있다. 돈이나 조직의 힘으로 또는 학연이나 혈연, 지연으로 권력을 장악하려는 음모는 용납해서는 안 된다. 권리를 제대로 행사하지 못하면 그게 곧 부메랑이 되어 자신에게 돌아오기 마련이다.
시험 준비를 위해 외운 지식이기에 졸업 후 모두 팽개쳐서는 안 된다. 권리의식이 실종된 주권자가 사는 나라에는 부정과 부패, 억압과 수탈, 빈곤의 대물림 등 모든 악의 근원이 여기서 나온다. 학벌, 지연, 형연과 같은 연고주의로부터 자유로워야 하겠지만 권력을 맡길 사람이 어떻게 살아 왔는지 얼마나 양심적인 사람인지 그걸 판단하지 못하고 행사해 버린 권리는 희망이 없는 사회양극화가 반복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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