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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추를 안으면서 / 이해리
안지 않으면 묶여주지 않겠다는 듯
퍼들퍼들 벌어지는 잎들,
부둥켜안고 묶으면서 알았다
배추 한 포기도 안아야 묶여준다는 걸, 묶여야
속을 채워 오롯한 배추가 된다는 걸
안는다는 건 마음을 준다는 것
마음도 건성 말고 진정을 줘야한다는 걸
보듬듯이 배추를 묶으면서
쓸 곳이 너무 많았던 내 마음에 대해 생각한다
잠시 방심 했다고 죽어버린 화초들과
매일 살피지 않는다고 날아 가버린 펀드와
깜박해서 태워버린 빨래와
어느새 가버린 사람
나는 안는다고 안았지만
안긴 것들은 부족함을 느꼈던가 보다
대체 내 마음의 용량은 얼마만해야 하는 걸까
풀 먹인 옥양목소리 싱싱한 배추를
파랑파랑 묶으면서
감싸 안고 안아도 안겨지지 않던 당신이라는
서운한 바람에게 오늘은 내가 안겨 묶여본다.
시집<감잎에 쓰다> 2010. 시와사람
이해리 시인
경북 칠곡 출생.
대구예술대학교 한국음악과졸업
1998년 계간 <시대문학> 신인상
2003년 토지문학제 평사리문학대상 시부문 당선
2005년 시집 <철새는 그리움의 힘으로 날아간다> 나남출판사
2010년 시집 <감잎에 쓰다> 시와사람
자료출처 : '내 영혼의 깊은 곳' 카페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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