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참 지난 이야기입니다.
학교에 근무하다보면 별별 잡상인들이 다 드나든다. 보험회사의 영업사원에서부터 치약 칫솔을 들고 들어오는 사람, 구두나 넥타이를 들고 오는 사람 등 등.... 그런데 이러한 상인들의 공통점이 대부분 상품의 질이 떨어지는.. 그래서 남자들의 경우 물품을 들고 가면 아내의 잔소릴 듣기 딱 좋은 상품들이다. 군중심리로 사놓고 보면 제품에 하자가 있거나 시중에서 그 이하의 가격으로 충분히 구입이 가능한 상품이라는 점이 특징이다.
"양말 한 켤래 팔아 주이소"
이어폰을 꼽고 정신없이 컴퓨터에 빠져 있던 나는 한 참 후에야 알아들었다. 예의 그 상인들이구나 하는 생각으로 조금은 짜증스럽게 처다 보았다. 그런데 '아~! 이 사람은..." 그런 생각이 스치고 지나갔다. 책상 위에 올려 진 양말 몇 컬레 그리고 포장이 닳아 꾀죄죄한 치약 하나. 50이 갖 넘었을까말까 한 아줌마 상인.
<이미지 출처 : 다음 이미지 검색에서>
손을 떨고 있는 걸 보니 장애인 증명서를 꺼내지 않아도 '장애인'임을 직감적으로 느낄 수 있었지만 그는 장애인 증명서를 함께 올려놓았다. 소아마비를 앓았던 사람 같았다. 가짜가 아니구나 하는 생각과 함께 장사를 익숙하게 하고 다니는 그런 상인이 아님을 금방 알 수 있었다. 아무도 처다 봐 주지 않는 그를 처다 보면서 "아주머니. 좀 쓸만한 물건을 갖고 다니시지요"해놓고 앗차 말 실수를 했구나 하는 생각과 함께 '밑천이 있으면 누가 그럴 줄 몰를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의 행색이 너무나 초라해 보였기 때문이다.
50 정도 됐을까? 얼굴에 장사꾼의 때가 전혀 묻지 않은 부끄러운 모습으로 설명도 못하고 그냥 서 있었다. 팔아 줄 마땅한 것이 없었다. '다 있는 물건이라서....' 거절 해 놓고 돌아가는 뒷모습에 빈손으로 가족에게 돌아갈 그의 모습이 떠올라 다시 불렀다. 두컬레를 받고 만원을 지불하고 잔돈을 받지 않겠다는 나에게 몇번이고 잔돈을 내놓던 그를 억지로 돌려 보내놓고도 하루종일 맘이 편치 못햇다. 그런 돈 몇푼으로 가족들을 먹여살려야 할 가장이라면...? 허기진 눈으로 그를 기다리고 있을 실망한 가족들을 생각하니 맘이 영 편치 못했다.
온전치 못한 걸음으로 교무실을 나가는 뒷모습이 안스러워 떠난 후 한참동안 시선을 떼지 못했다. 수천억원의 국민의 세금응 떼먹고 그렇게 당당한 이 땅의 정치인들 모습이 왜 하필 그 시간에 생각났을까? 가짜 상인들이 드나들면서 순진한 선생님들을 속혀 먹지만 안했어도 선생님들의 가슴 속에는 진짜 어려운 분들의 아픔을 함께 나눌 수 있는 가슴 따뜻한 마음들이 남아 있을텐데... '불신을 심어 놓은 상인들로 인해 진짜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이렇게 손해를 보이는구나' 하루종일 마음이 편치 않은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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