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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정책/교육개혁

지식만 가르치고 지혜를 가르치지 않는 학교

by 참교육 2024. 9.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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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로몬의 지혜 AI생성 이미지 (이미지=시사타파뉴스)

어느 날 두 명의 창기가 솔로몬 왕 앞에 왔다.  

그들은 둘 다 갓난아이를 데리고 있었다. 그런데 한 창기가 잠을 자다가 아기를 깔고 눕는 바람에 아기가 죽고 말았다. 그래서 다른 창기의 살아있는 아기와 자신의 죽은 아기를 바꿔 놓았다.  
이 일로 재판을 받으러 온 두 창기는 똑같은 말을 했다. 
“살아있는 아기가 내 아이이고, 죽은 아기는 저 여자의 아들입니다!”
두 사람의 말과 표정, 행동을 봐서는 도저히 누가 살아있는 아기의 진짜 엄마인지 알 수 없었다. 
그러나 솔로몬은 모두가 깜짝 놀랄 명령을 내렸다.
“살아있는 아들을 둘로 나눠 반은 이 창기에게 주고 반은 저 창기에게 주라!”
아기의 진짜 엄마는 아들이 죽는다는 소리에 마음이 불붙는 것같이 고통스러웠다. 그래서 솔로몬 왕께 말씀드렸다.
“청컨대 내 주여! 살아있는 아들을 저에게 주시고 죽이지 마옵소서!”
그런데 다른 한 창기는 이렇게 말했다.
“내 아들도 되지 말고, 저 여자의 아들도 되지 말게 나눠도 됩니다.”
누가 진짜 어머니였을까? 솔로몬의 재판. 구약성서 열왕기상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지식과 지혜의 차이를 명령어로 제작한 AI 이미지 (이미지=시사타파뉴스)

■ 지식만 가르치고 지혜를 가르치지 않는 학교
학생들은 학교에서 엄청난 양의 지식, 원리, 법칙 등 사회과학과 인문과학의 지식을 배운다.  
과거 농업사회나 지식산업사회는 지식이나 정보가 필요했다. 
그러나 오늘날은 알파고 시대, 4차산업사회, AI시대다. 지식보다 창의력과 판단력이 더 필요한 경쟁력의 시대로 바뀐 것이다. 
학생들이 살아갈 세상은 창의력과 판단력이 승패를 가르는 시대로 바뀌었다. 지식이 많다고 사리를 분별하고 시비를 가릴 수 있는 판단력이 좋아지는 것은 아니다.
 
지식(智識)과 지혜(智慧)는 다르다. 
지혜란 ‘사람, 사물, 사건이나 상황을 깊게 이해하고 깨달아서 자신의 행동과 인식, 판단을 이에 맞출 수 있는 것’을 뜻한다. 비슷한 말로는 통찰(insight), 혹은 안목(discernment)이 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자신의 저서인 형이상학에서 지혜란 '원인을 이해하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원인을 이해 하는 것... 그것은 지식이 아니라 지혜 즉 세상을 보는 안목이요, 사리를 분별할 수 있는 세계관이요, 철학을 뜻하는 것이다.

■ 옛 사람들의 이상적인 인간상
옛사람들의 이상적인 인간상은 ‘신언서판(身言書判)’ 즉 네 가지 조건을 갖춘 인간이었다. 신수(身)와 말씨(言), 문필(書)과 판단력(判)을 기준으로 사람 됨됨이를 구별했다. 
첫째, 신(身)이란 사람의 풍채와 용모를 뜻하는 말이다. 신은 사람을 처음 대했을 때 첫째, 평가기준이 되는 것으로, 아무리 신분이 높고 재주가 뛰어난 사람이라도 몸가짐이 바르지 못한 사람은 정당한 평가를 받지 못했다는 말이니다. 오늘날처럼 소신 없이 내게 이익이 되는 일이라면 신의도 헌신짝처럼 버리고 배신을 밥 먹듯이 하는 그런 사람은 아니었다.
 
둘째, 언(言)이란 사람의 언변을 이컫는 말이다. 
이 역시 사람을 처음 대했을 때 아무리 뜻이 깊고 아는 것이 많은 사람이라도 말에 조리가 없고, 말이 분명하지 못했을 경우, 정당한 평가를 받지 못했다는 뜻이다. 
셋째, 서(書)는 글씨(필적)를 가리키는 말이다. 
예로부터 글씨는 그 사람의 됨됨이를 말해 주는 것이라 하여 매우 중요시하였다. 그래서 인물을 평가하는데, 글씨는 매우 큰 비중을 차지하였으며, 글씨에 능하지 못한 사람은 그만큼 평가를 받지 못했던 것이다. 
넷째, 판(判)이란 사람의 문리(文理), 곧 사물의 이치를 깨달아 아는 판단력을 뜻하는 말이다. 
사람이 아무리 체모(體貌)가 뛰어나고, 말을 잘하고, 글씨에 능해도 사물의 이치를 깨달아 아는 능력이 없으면, 그 인물됨이 출중할 수 없다고 보았던 것이다.

▲바칼로레아를 명령어로 만든 AI 이미지 (이미지=시사타파뉴스)

■ 프랑스의 바칼로레아, 독일의 보이텔스바흐 합의
일찍이 선진 유럽 국가, 특히 프랑스와 독일에서는 어린 시절부터 철학교육을 받아왔다. 그래서 이들 나라의 학생들은 인간과 자연, 그리고 사회 각 영역에서 출현하는 다양한 문제들을 스스로 분석·비판하고 창조적으로 사유하는 철학적 삶을 생활화해왔다. 
특히 오래전부터 바칼로레아(Baccalauréat) 시험을 치러온 프랑스 학생들은 철학적 사고를 통해 스스로 사유하고 정당하게 행동하는 책임 있는 시민으로 성장해왔던 것이다. 독일 학생들도 철학 정신, 즉 논쟁적 사유하기에 기초하여 주어진 현안들을 합리적으로 해결하는 ‘보이텔스바흐 합의(Beutelsbach Konsens)’ 정신을 생활 속에 실천해왔다. 
이처럼 이들은 철학적 대화를 통해 진리와 정의를 실현하려고 했던 소크라테스의 철학하기 정신을 오늘에까지 이어오고 있다. 이들 나라의 철학교육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전반에서 학생들이 성숙한 시민으로 성장하는 데 중요한 기여를 해 온 것이다. 창의력과 판단력이 경쟁력인 4차산업사회, AI시대에 우리나라는 왜 지식만 가르치고 지혜는 가르치지 않을까.


이 기사는 시사타파뉴스(https://sstpnews.com) 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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