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화가 되기 전, 농춘 초가집 담벼락아래서는 또래집단들이 모여 ‘살림살이’(모방놀이)를 하는 정겨운 모습들을 흔히 보곤 했다. “너는 엄마해라! 나는 아빠 할께! 자기 어머니에게 들은 잔소리를 아빠역할을 맡은 또래에게 훌륭하게 수행하는 아이, 아빠가 하던 반응이나 행동을 그대로 엄마역할을 하는 아이에게 하면서 훌륭한 아빠가 될 예비아빠로서 부족함이 없음을 과시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아이들은 이렇게 사회적 지위가 주어지면 그 지위에 걸맞는 ‘역할’을 수행하면서 사회화 과정을 밟는다. 또래집단은 이러한 놀이를 통해 인간으로서 예기사회화 과정을 밟아 자아개념이 형성되고 사회적 존재로 성숙해 가는 것이다.
이 또래집단에서의 사회화과정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산아조절이 안 되던 과거에는 가족이 훌륭한 교육의 장이요 부모형제들이 서로가 서로에게 교사였다. 형은 동생을 돌보면서 당당하게 자신의 역할을 수행하기도 하고 동생에게 해야 할 일을 가르치는 교사가 되기도 했다.
이러한 과정이 지나 또래집단에서 놀이를 통해 부모나 형제들에게서 배우지 못한 사회적 지위와 역할을 배운다. 요즈음 부모들에게 이런 얘길 하면 무슨 뚱딴지같은 소릴 하느냐고 핀잔 받을지 몰라도 인간의 성장과정에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교육이 이 또래집단에서의 상호작용이다.
스위스의 심리학자 피아제(J. Piaget)의 이론을 빌리면 또래집단은 ‘구성원 상호간의 관계는 아이들과 그 부모 사이의 관계보다 민주적’이며 ‘상호 합의의 기반 위에서 성립’하기 때문에 ‘그들 사이에서는 서로 주고받는 것이 많다’고 말한다. 뿐만 아니라 ‘또래집단에서는 어린이들이 서로 다른 상호 작용의 맥락 위에 놓이게 되며, 거기에서는 행위 규칙에 대하여 검토를 하고 그 수용 여부를 결정’하는 인간으로서 기초질서를 배우게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또래집단에서의 관계는 ‘한 개인의 전 생애를 통틀어 가장 중요한 관계로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하고 있다. 또한 또래 관계야말로 ‘어린 시절과 사춘기를 지나서도 그 사람의 생활태도와 행동양식 등에 평생 동안 영향을 끼친다.’고 강조하고 있다.
사람들에게 사회화란 유년기에 필요한 교육이 있고 소년기나 청년기에 필요한 교육이 따로 있다. 가끔은 공백 기간을 주어 스스로 생각하고 깨우치도록 두는 것도 교육의 한 방편일 수도 있다. 유년기의 교육이 그 좋은 예다. 부부가 다 직장에 나가면서 아이를 어린이 집 등에 맡기면서 검증도 안 된 교육을 시켜, 아이들을 질리게 하는 경우가 있다. 어쭙잖은 교육이론가들이 조기교육의 필요성을 말하지만 유년기와 소년기의 아이들에게 절실하게 필요한 것은 ‘놀이’다.
경쟁교육에 익숙한 부모들은 ‘골든 벨을 울려라‘에서처럼 최종적으로 살아남는 스타가 되게 하는 것을 교육이라고 착각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엄밀하게 따져보면 교육이란 개인적으로는 ’생존 방식을 습득하는 과정‘이요, 사회적인 존재로서 ’더불어 살아가는 지혜를 체득하는 과정‘이다. 물론 지식기반 사회에서 많은 지식은 때로는 필요할 때가 많다. 그러나 ’너보다 많이 아는 것‘, 혹은 너가 모르는 것을 내가 아는 것’을 위해 교육이 필요한 것이 아님은 분명하다.
요즈음 부모세대들은 초등학교에 다니는 자녀들의 숙제를 도와주기 힘든다고 한다. 그것도 그럴 것이 과거에는 ‘과정을 생략하고 답만 중시’했다. 그러나 오늘날의 교육은 답보다 과정을 중시한다. 원의 넓이를 구하는 경우 과거에는 ‘원넓이=π ×반지름×반지름으로 통했다. 그러나 오늘날 초등학생의 수학은 그렇게 가르치지 않는다. ‘원의 반지름 길이로 잘게 쪼개어 붙이면 직사각형’이 되는데 이 직사각형의 넓이는 가로x세로이기 때문에 원을 잘게 쪼게는 과정을 학습해 원의 넓이를 구하는 과정을 이해하게 하는 것이다.
‘과정이 생략되고 답만 아는 교육’ 오늘날 성급한 학부모들은 자기 자녀가 이런 지식인이기를 바란다. 그러나 이렇게 답만 아는 교육으로 아이들은 변화에 적은하지 못하는 마마보이가 되는 것이다. 놀이문화를 빼앗고 등떠밀어 학원으로 또 학원으로 보내 답만 외워서 남보다 앞서게 만드는 부모들은 진정으로 자기 자녀가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적인 존재로 살아갈 수 있다고 믿는 것일까?
'교사관련자료 > 학부모'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방관과 과욕을 사랑으로 착각하지 마세요 (21) | 2011.08.13 |
---|---|
좋은 엄마, 나쁜 엄마 (41) | 2011.07.14 |
이제는 부모가 배워야 할 차례다 (35) | 2011.03.01 |
좋은 엄마 나쁜 엄마 (10) | 2010.06.02 |
<학부모님께 드리는 편지글 1> 우리 아이, 어떻게 키울까? (2) | 2009.02.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