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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피서지에서 만난 된장남

by 참교육 2010. 9.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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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자리 깔면 안 됩니다. 저 안에 들어가요!”
“여기 자리 까면 왜 안 되죠?”
“길이잖아요, 길에다 자리를 깔면 되는가요?”
“옆에 길이 있는데요, 저쪽에는 길에도 사람이 다닐 수 없도록 텐트까지 쳐 놨던데요”
“이양반이 깔지 말라면 못 까는 거지 왜 말이 많아!”
40중반이 됐을까? 이런 곳에서 일하다보니 그런지 몰라도 짜증이 묻고 거만하기 짝이 없다.

<2010년 8월8일, 미륵소 유원지 오른쪽에 앉은 사람이 아내와 아들, 며느리 그리고 돌이 안된 손자가 자고 있다>

경기도 가평에 피서를 갔다가 물어물어 간 곳이다. ‘경기도 가평군 설악면 미륵소 유원지’다. 유원지라고 할 수도 없지만 계곡이 깊어 풍광이 참 좋다. 좋은 계곡과는 반대로 쓰레기가 나딩굴고 쓰레기장이 없어 냄새가 코를 찌른다. 사람 다닐 곳은 모조리 텐트를 쳐 걷기조차 힘들고 물이 깊어 사고 위험이 있는데도 안전요원 하나 보이지 않는다.

벼르고 별러 아들이 사는 서울서 가까운 곳이라고 딸과 사위 그리고 외손자까지 데리고 갔지만 전날 밤 외손자가 열이 많이 나는 바람에 딸 가족은 병원에 가고 아들과 며느리, 손자까지 데리고 함께 찾아 간 곳이다.
웬만했으면 “그래요, 다른 자리가 안 보이는데요, 여기 잠간 앉았다가 갈게요.”하고 양해를 구했을 텐데 주인인가 안내잔가 하는 사람이 태도며 말씨가 너무 귀에 거슬려서
“당신 뭐하는 사람이요?” 했더니 “나 이 유원지 주인이요, 왜요?” 이런 투다. 태도가 보통 거만스러운 게 아니다. “관리자라면 완장이나 복장이라도 갖춰야 되는 게 아니요? 그런 복장을 해가지고 우리가 주인인지 아닌지 어떻게 믿어라는거요? 자리를 옮길 수 없소!” 했더니 자리를 집어 당기며 “이거 뭐 이런 사람이 다 있어?” 하며 눈알을 부라리는 것이었다.
어이가 없어 “당신이 주인이라는 걸 밝히면 자리를 깔지 않으리다.”했더니 "아니 뭐 이런 사람이 다 있어?" 하면서 담배를 꺼내 불을 붙이더니 담배연기를 얼굴에 훅~ 불면서
“깔지 말라면 안 까는 거지 왜 말이 많아, 나잇살이나 처먹어가지고...!”
내가 나이가 많다고 자랑(?)한 일도 없는데...  '나이를 먹은 게 왜 남의 말을 못 알아듣느냐'는 것이다. 뒤돌아서서 가래침을 돋우어 칵 뱉는다. 하도 어처구니가 없어 카메라를 꺼내 사진을 찍자
“뭐야  ×× 왜 사진을 찍고 지랄이야. 더러워서 못해먹겠네.” 거의 된장남 수준이다. 

                                       <사진을 찍지 말라며 욕을 하는 된장남>
옆에서 보고 있던 아들이 나서자 아들과 싸움이 붙을 기세다. 겨우말려놓고 가만 두지 않겠다며 우리가 워낙 거세게 나오니까 “그만 둡시다” 하며 슬그머니 자리를 피한다. 기분을 잡쳐놓고 입에 담지 못할 욕을 해놓고 그만 두자니... 기분을 망쳤다. 며느리와 아내 앞에서 이게 무슨 망신이람. 피서할 기분이 싹 가셨다.
물에 발이라도 담그자는 아내의 말을 귓전으로 흘리고 자리를 피했다. 화도 식힐 겸, 둘러 본 유원지는 그야말로 발 디딜 틈이 없다. 자세히 보니 텐트가 개인이 친 것 같지 않았다. 텐트를 쳐놓고 돈을 받는 모양이다. 호기심이 발동해 “이 텐트 빌리는데 얼마 줬습니까?” “말도 마슈, 그늘이나 텐트 크기에 따라 어떤 사람은 30만원도 주고 어떤 사람은 10만원 , 5만원짜리도 있답니다!”
<사람이 지나 다닐 틈도 없이 텐트를 치고 길에다 텐트 줄을 묶어 걸어 다닐 길도 없다>


‘하루 텐트를 빌리는데 30만원....????’  “영수증이라도 받고 빌렸습니까?” “그런게 어디 있습니까?” 묻는 내가 오히려 이상한 사람이 아니냐는 듯 도루 쳐다본다.

‘아직도 이런 바가지를 씌우는 곳도 있다니....’
설악면 사무소에 전화를 했다.
                                          <가평군 설악면에 있는 미륵소유원지>

“피서를 온 사람입니다. 미륵소 유원지가 개인 땅입니까?, 아니면 국유집니까?”

“미륵소유원지는 국유지는 아닙니다.”
“아무리 개인 땅이라도 유원지에 텐트를 치고 기준도 영수증도 없이 피서객들에게 적게는 5만원에서 30만원씩 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계십니까?”
“저희들 관내에는 계곡들이 많아 일일이 그런 감독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고발이 들어오면 나가서 해결합니다.”
             <피서 객 중에는 다이빙을 하고 있지만 안전 요원도 주의하라는 표식도 하나 없다>

고발이 들어와야 해결해 준다? 유원지가 많아서 바가지를 씌워 피서객들에게 나쁜 인상을 주고 바가지요금에 탈세까지 하고 있는데 모르는 일이라?
“보아하니 계곡이 깊어 사고라도 날 위험이 있던데 위험 표식하나도 없고 안전요원도 배치하지 않고 있으면서 면사무소에서 모르고 있다는 게 말이 됩니까?”
“글쎄요, 그런걸 일일이 다할 수 있는 일손이....”
그렇겠지. 그런데 수년 전 해수옥장에서 바가지요금을 씌웠다가 손님이 찾아오지 않거나 찾아오는 손님이라도 먹을거리를 다 준비해 오는 바람에 울상이 된 상인들 생각이 났다.
‘당신네들 더우면 찾아오든지 말든지.... 우리는 이런 천혜의 자원이 있으니 기분 나쁘면 안 오면 될게 아닌가?’ 이런 태돈가?
쫓기듯이 자리를 걷어 돌아오면서도 내내 잡친 기분이 풀리지 않았다. 아무리 천혜의 절경이라도 관리조차 못하는 달천면의 행정이며 된장남이 지키는 유원지에는 오라고 사정해도 찾아가지 않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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