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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민주노총, 그 간판이 부끄럽지 않은가

by 참교육 2010. 9.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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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이 글을 쓸까말까를 한참을 망설였다. 그 이유는 첫째 개인의 고민을 상담해 주지 않았다고 노조자체의 정체성을 문제 삼는 것은 옳지 못하다는 생각 때문이요, 둘째는 수많은 노조 중에서 한 개의 노조를 문제 삼아 전체 민조노총 산하 조합원의 의식을 문제 삼는 것이 온당한가에 대한 의문 때문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이 글을 쓰게 된 것은 민주노총 산하 노동조합 중 하나라도 우리사회가 안고 있는 모순을 외면한 채 조합이기주의에 매몰돼 근시안적인 시각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간과해서는 안된다는 충정 때문입니다. 물론 10만 조합원 중 조합원 한 두명의 문제를 전체로 확대해석한다는 것은 중대한 오류가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오늘날 노동조합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유 중의 하나는 조합원 개개인의 정치의식이나 시민의식의 결여로 노동조합이 지향하는 가치에 결정적인 거슬림이 되고 있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며 이러한 문제로 노동조합이 위기에 직면하고 있음도 부인할 수 없습니다.
노동자 교육. 조합원의 교육. 이것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고 봅니다. 조합원 한 사람 한 사람의 강고한 의식으로 무장하지 못하다면 조합원 숫자가 아무리 많을들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구성원의 의식수준이 그 조직의 수준을 말해준다는 것은 재론의 여지가 없습니다. 비록 내가 겪은 특정 병원노조 하나의 문제가 아니라 내가 몸담았던 전교조를 비롯한 민주노총 전체의 문제이기도 하다는 생각에서 이 글을 쓰게 됐습니다. 비판이 비난으로 인식하는 노조는 발전할 수 없습니다. 나의 충언이 민주노총의 조합원 교육의 전기가 됐으면 하는 마음 간절합니다.


“위원장님 면담 좀 할 수 있을까요?”
“위원장님은 지금 출장 중인데요?, 무슨 일로 오셨는데요?”
“그럼 사무국장이라도 좀...!”
“사무국장님도 함께 가셨는데요?, 무슨 일로 오셨느냐고요” 짜증스러움이 묻어 있는 목소리가 좀 높아졌다.
“위원장님과 상담을 좀 할게 있어서 그런데요”
“여기는 노동조합인데 환자와 상담은 의료행정실에서 가시면 됩니다. 여기는 환자 상담하는 곳이 아닙니다.” 목소리에 찬바람이 싱싱 분다.
여직원 3명, 남자직원 한명 앉아 있다가 한 여직원이 일어서서 귀찮다는 듯 빨리 나가 줬으면 좋겠다는 표정이 역역하다.
“저는 전교조 해직교사출신인데요...”
노동조합, 그것도 민주노총 산하의 노조라면 전교조라면 통할 줄 알고 엉겁결에 해직교사라고 했는데... 반응이 없다. 오히려 ‘그래서 어쨌다는 거요?’라는 표정이다.
민주노총 소속 노조라면 그래도 뭔가 좀 다를 줄 알고 기대했던 게 한꺼번에 무너졌다. ‘좀 앉아보라든가, 차라도 하자...?’ 같은 생각은 꿈이었다. 문전박대였다.
“여기가 민주노총소속 노동조합이 맞습니까? 그걸 몰라서가 아니라...”
“맞습니다. 그렇지만 여기는 그런 상담을 하는 곳이 아닙니다.
더 이상 대답하기도 귀찮다는 태도다. 상담  수술 중 마취가 깨 그 고통을 어딘가 호소해 억울함을 하소연하고 싶어 고심 끝에 찾아간 곳이다. 마취의사가 찾아와 사과하기 전이다. 수술한 허리가 아파 워커(상반신을 의지하고 걷는 보조기)에 의지해 물어물어 찾아간 곳. 한국노총 산하조합이 아니었다면 찾아가지도 않았다. 분명히 사무실 입구에는 ‘민주노총 00병원노동조합’이라는 간판이 붙어 있었다.
노동조합이 억울한 개인의 하소연을 들어주는 곳이 아니라는 걸 모르지 않는다. 물에 빠진 사람이 지푸라기를 잡는 심정으로 찾아 간 곳이다. 얼마나 답답했으면 노동조합 문을 두드려야겠다고 생각까지 했을까? 상담을 못해줘도 좋다. 그러나 불편한 사람이 찾아오면 잠시 앉으라는 친절 정도는 베풀 수 있지 않은가?
“위원장의 휴대전화라도 좀 알려 주실 수 없는지요?”
“휴대전화를 알려줄 수는 없습니다. 내일 오십시오.”
전형적인 관료제 냄새가 나는 대답니다. ‘내일은 퇴원을 하는데...’ 목소리가 되어 나오지 않았다. 작은 기대가 무너지는 서운함보다 더 서러운 것은 민주노총에 대한 믿음이 허무하게 무너지는 허탈감에 눈물이 핑 돌았다.
                                      <그림은 00병원 홈페이지에 명시한 '환자권리장전'이다>

‘민주노총이 어떤 조직인가? 87년 노동자 대투쟁 이후 2,000 여명에 이르는 구속자와 5,000여명이 넘는 해고자를 낳는 등 온갖 탄압 속에서 살아남아 노동법 개정투쟁, 사회개혁투쟁 등을 전개하면서 오늘에 이른 우리사회의 약자들의 희망 아닌가? 신자유주의의 칼바람에 맞서 사람 사는 세상, 평등세상을 실현해 보자고 투쟁하는 조직 아닌가?

인간다운 삶과 존엄성을 유지할 수 있는 노동조건의 확보, 노동기본권의 쟁취, 노동현장의 비민주적 요소 척결, 산업재해 추방과 남녀평등의 실현해 전체 국민의 삶의 질을 개선함과 더불어 조국의 자주, 민주, 통일을 앞당기기 위해 탄생한 조직 아닌가? ‘인간의 존엄성과 평등이 보장되는 참된 민주사회를 건설하는...’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 연대한 조직 그게 민주노총의 산하조직인 병원 노조다.(다른 민주노총소속노조도 마찬가지지만...)

                                                              <민주노총강령>
내가 서러운 것은 민주노총 산하 노동조합에서는 그래도 전교조에 대한 인식이 다른 줄 알았다. ‘동지’라고 믿고 있던 노동조합에 대한 배신감이 한꺼번에 밀려 왔다. 민주노총에 대한 나의 믿음은 산산조각이 나고 위원장의 전화번호조차 알려달라는 간절한 요구조차 거절당하고 내쫓기다시피 노조 사무실에서 밀려 나왔다.

내 신분을 밝히겠다고 애걸하다시피 말했는데 노조위원장이 무슨 비밀지하조직의 수장이라도 되는지... 그날 문전박대를 한 상근자가 조합원이 아닐 수도 있다. 나한 사람에게 불친절하게 대했다고 그 조합이 변질됐다고 속단해서는 더더구나 안 된다고 생각도 한다. ‘환자들이 나타나 귀찮게 구는 일이 다반사’라서 그럴 수도 있겠다고 이해를 하다가도 ‘그 불친절과 문전박대로 어떻게 민주노총의 강령을 실천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서글픈 생각이 지워지지 않는다.

불친절을 당했다고 문전박대를 받았다고 속 좁은 마음에서가 아니다. 노동조합이 지향하는 가치란 무엇일까? 00병원노조에 묻고 싶은 게 있다. 대중의 지지를 외면하는 노동조합이, 노동조합이 지향하는 목표를 실현할 수 있을까? 혹여 노동조합이 조합이기주의에 빠져 임금인상이나 조합원들의 작업환경개선이 목적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노동조합이 대중의 지지를 받고 사람 사는 세상을 앞당길 수 있는 길은 무엇일까? 민주노총이여! 이명박에게 밟혀 숨죽이며 사는 이 시간, 조합원 교육을 중점사업으로 추진하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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