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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내 진료기록을 내가 달라는데 돈을 내라고요?

by 참교육 2010. 9.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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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RI 복사 CD 한 장에 4만원이라고요?”

“예, 4만원입니다.”

내가 놀란 것은 간호사의 사무적인 대답 때문만이 아니다. 의사의 진료를 받은 것도 아닌데. 그리고 진료 기록은 진료당시 하나같이 진료비를 계산했던 자룐데 4만을 내라니...?

“내가 돈을 내고 진료를 받았던 내 기록물인데... 한 장에 몇백원하는 CD를 4만원이나 내라는 거요?”

“우리병원에서는 그렇습니다.”

“아니 내가 내 진료기록을 달라는 이유를 알기나합니까? 신경선형술로 하루면 고칠 수 있다기에 6개월동안 150만원이 넘는 진료비를 내고 치료를 받아왔는데 달라진 게 없어 병원을 옮기려는데 사본에 수수료라니요?”

“우리병원 규정이 그렇습니다.”

목소리가 커지자 원무과장이 뛰어 나오고 제발 목소리 좀 낮추고 진정하라며 사무실 안으로 끄는 것이었다.

“아니, 내가 지금 성이 안 나게 됐습니까? 진료비를 내고 남은 기록물인데 진료비를 그것도 1~2천원도 아니고 4만원이라니요?”

“알겠습니다. 알겠으니 안에 들어가서 말씀하십시다.”

“안에 들어가고 뭐고 할 시간 없으니 기록물만 주십시오.”

“예, 예, 드릴테니 목소리만 좀 낮추십시오.”

어이가 없었다. 큰소리치면 받지 않을 돈을 왜 달라고 했는지...

처음 이 병원에 담당의사를 만났을 때 의사선생님은

“수술이 만능이 아닙니다. 수술하지 않고 낫는다면 더 좋잖아요? 돈도 적게 들고 고생도 안하고 말입니다.”

뼌 주산(?)가 뭔가를 맞고 한 달 후 다시 보자는 것이었다. 주사를 맞고 난 뒤부터 몇시간은 통증이 없는 것 같아 ‘아 이렇게 해서 효과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기대하고 며칠이 지나자 치료를 받기 전이나 달라진게 없었다. 한 달이 지났지만 마찬가지였다. 한 달 후 병원을 다시 찾았을 때 의사선생님의 역시 환자의 고충을 가장 잘 이해하는 말로 격려하고

“한 번 더 치료해 보고 안 되면 다른 방법으로 해 봅시다.”

이의가 있을리 없었다. 의사선생님이 시키는대로 다시 주사를 맞았다. 약에 부작용이 있다고 했더니 6만원이나 하는 ‘리키라’라는 약을 처방해줘 울며겨자먹기로 사 먹기도 했다. 한 달을 기다렸지만 역시 상태는 호전되지 않았다. 슬며시 화도 나고 짜증스럽기도 해 ‘뭔가 잘못된 게 아닐까’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 한 달 후 다시 병원을 찾았을 때는 의사 선생님 왈,

“MRI를 찍어보고 다른 방법으로 치료를 해봅시다.”

이왕 시작했으니 환자로서 의사가 시키는대로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거금 45만원이나 하는 MRI며 흉부 X-RAY까지(그게 허리 협착증 치료를 하는데 효과가 있는지 모르지만...) 찍고 ‘등뼈가 휘어서 신경을 누르기 때문에 통증과 다리 저림 현상이 온다.’는 진단을 내렸다. 이번에도 수술이 아니고 이 병원의 비장의 신기술인 침술과 곁들인 허리주사를 놓고 다시 기다려보자고 했다.

한 달이 지나도 달라질 리 없었다. 더 이상 이 병원에서 희망이 없겠다는 판단으로 진료기록을 받아 다른 병원에 가야겠다고 판단하고 내 기록물 달라고 하는 데 돈을 내라는 것이었다.

내가 이 병원 문을 두드리게 된 사연은 이렇다. 분명히 신경성형술이라는 선전 문구에는 ‘하루 만에 수술을 마치고 퇴원할 수 있다. 통증도 없는 최신 기술이기 때문에 수술과 같은 위험부담은 전혀 질 필요가 없다’는 솔깃한 선전에 현혹돼 서울 소재 Y병원을 다닌 지 6개월. 45만원이나 하는 MRI사진은 그렇다 치고 혈액검사며 골밀도 검사, 흉부 X-RAY까지 찍고 뼈 주사(마취제가 아닌가 생각됨)에 침술까지 동원한 최신 기법(?)으로 치료를 받았지만 좋아지기는커녕 갈수록 다리의 통증은 심해져갔다.

‘수술을 잘못하면 병신이 될 수 있다’는 경험자들의 말을 듣고 수십년동안 미뤄오던 수술이다. 순진한 시골사람들을 속여 ‘고통 없이...’ ‘하루만에...’ 수술이 가능하다는 것은 새빨간 거짓말이었다. 더구나 MRI까지 확인해 협착증이 수술 없이 치료가 안 된다는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아는 의사가 뼈 주사를 네 번씩이나 시술한 것은 명백한 사기가 아닌가?

다른 병원으로 가야겠다는 결심을 하고 진료기록을 받으러 갔을 때만 해도 아무 말 없이 곱게 기록만 받아 가려고 했다. 그런데 수수료가 몇천원도 아니고 4만원이라는데 화가 치민 것이다. 목소리가 높아지자 원무과장이라는 사람이 달려 나오고 목소리 낮추고 사무실에 들어와 조용히 얘기하자고 이끄는 것도 화를 돋우었다.

“당신네들은 치료비 몇백만원이 껌 값밖에 안된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돈보다 환자들을 이렇게 속이고 내 진료 기록물까지 팔아먹는다는 게 말이 됩니까? 내가 양심적으로 줄 수 있는 돈은 CD 한 장 복사하는데 필요한 경비 2000원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수수료를 받지 않을 테니 차 한 잔 마시고 좀 진정한 후 가시라는 간곡한 원무과장을 뿌리치고 2000원을 던져주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병원 문을 나왔다.

문밖까지 따라 나와 “안녕히 가십시오.”라는 원무과장의 인사가 왜 그리 역겹든지 큰소리치는 사람에게 받지 않을 돈을 왜 사람 약올려놓고 저리 비굴하게 구는지....

뒤에 들은 얘기지만 상당수의 사람들은 그런 과정을 거친 후 결국은 수술을 하고 만다고 한다. 무식한 탓인지는 몰라도 의사는 정확한 진단 후 치료를 시작하고 환자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것이 아닐까?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환자들의 고통을 담보로 돈을 벌겠다는 것은 인술이 아니다. 순진한 시골사람들에게 ‘신경성형술’이니 ‘꼬리뼈 성형술’(이러한 의술이 엉터리라는 뜻이 아니다)이니 하면서 돈벌이를 하는 의사들. 그들도 의술을 배울 때 인술 운운했겠지. 다시는 나와 같이 이들의 감언이설에 속는 순진한 사람들이 없었으면 하는 바램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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