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정권이 절대 허용할 수 없다고 고수해 오던 3불정책이 무너지게 됐습니다.
그동안 역대정권이 정책으로 금지해온 기여입학제, 고교등급제, 본고사를 대학 자율로 시행할
수 있게 해주겠다는 발언으로 학부모나 교육관련 단체들이 반발하고 있습니다. 대학교육협의
회 박종렬 사무총장은 지난 11월 말 ‘2010학년도 대입’에 관한 주요 사항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이제 고교등급제와 본고사를 대학 자율로 두어도 사회가 혼란스럽지 않을 것이라는 합의가 이
뤄지고 있다”며 2012년부터는 본고사와 고교 등급제를 허용하겠다고 밝혀 논란이 되고 있습니
다.
오늘은 3불정책을 폐지하면 교육계 안팎이 어떻게 바뀔지 전교조 경남지부 김궁배 정책실장과 얘기를 나눠 보겠습니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김궁배 : 반갑습니다.
김용택 : 얼마 전에 대학교육협의회 사무총장이 3불 정책에 대하
여 폐지나 다름없는 내용을 발표했다고 하는 데 그 내용이 뭡니
까?
김궁배 : 그 동안 정부는 대학입학 전형 시에 세 가지 원칙을 지켜 왔습니다. 그 하나가 대학입시에서 고등학교를 차별하지 않는다. 즉 고교등급제 적용하지 않는다. 두 번째로, 본고사 형태의 시험을 치지 않는다. 본고사를 보게 되면 사교육비와 고교교육과정의 혼란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세 번째로 기여금입학 제도를 허용하지 않는다. 경제력이 있는 학부모가 대학에 돈을 기부한 대가로 자녀를 입학시킬 수 있는 제도를 말합니다. 이러한 내용을 풀겠다고 대학교육협의회 사무총장이 입장을 밝혀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었습니다.
김 : 그렇군요. 그런데 잘 지켜져 오던 3불정책이 이번 대학입학 수시 전형에서 문제가 되었다면서요? 어떤 내용입니까?
배 : 본고사 부활에 대한 문제제기가 지난 11월 22일 치러진 2009학년도 수시모집 2학기 -2 논술고사에서 있었습니다. 고려대, 연세대에서 수학·과학의 풀이과정이나 정답을 요구하는 문제를 출제했습니다. 자연계열 논술문제 수학·과학교과 영역에 정답이 있는 문제들을 다수 출제해 사실상 본고사를 실시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특히 고려대 수시모집 자연계 논술고사에서 총 8개 문항이 정답이 정해져 있는 본고사 성격의 필답식 문항이었어요. 연세대의 경우엔 자연계 수리형 논술문제는 원과 직선의 방정식, 수열을 결합한 문항으로 자연수의 최소값을 구하는 등 정답을 직접 구하는 문제가 출제되었습니다.
김 : 본고사 부활 문제와 아울러 고교등급제도 대두되는 것으로 밝혀졌지요. 특히 고려대 2학기 수시 모집의 경우 서류전형도 문제제기가 있던데 뭔가요?
배 : 최근 수능시험에 앞서 실시된 고려대 수시모집 2-2 서류전형에서 내신 성적이 우수한 일반계고교 1등급 학생들은 탈락하고, 특목고 내신 5등급 학생들이 대거 합격하여 고교등급제 적용 의혹 주장이 해당 수험생들과 진학담당교사들에게서 거세게 일고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신속하게 조사하여 공식 입장을 발표하겠다던 대교협이 그 발표 시기를 내년 2월로 연기했어요. 이것은 시대착오적인 신연좌제에 해당하는 고교등급제의 피해를 받은 해당 수험생, 학부모 그리고 현장 진학지도 담당교사들의 상실감과 교육제도에 대한 불신을 조장하는 겁니다. 지성의 전당이라는 대학(상아탑)에서 교육적 모순을 부추기고 특혜를 베푸는 것은 우리 교육의 미래를 어둡게 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김 : 특목고 출신들이 소위 명문대라고 불리는 대학에 대거 입학한 사실이 민주노동당 권영길 국회의원으로부터 밝혀졌던데요? 구체적인 내용이 뭡니까?
배 : 2008년에 고려대와 연세대의 신입생 5명 중 1명 이상이 외국어고 출신인 것으로 나타났다.
민주노동당 권영길 의원실은 24일 교육과학기술부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해 보니, 2008학년도 고려·연세대 신입생 가운데 외고 출신이 각각 876명, 821명으로 입학정원(고려대 3862명, 연세대 3474명)의 22.7%와 23.6%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교과부의 <2008 교육통계연보>를 보면, 올해 전국 외국어고 졸업생은 전체 일반계고 졸업생(42만3513명)의 1.6%인 6883명이다.
외고 학생들이 주로 진학하는 인문계열만 놓고 보면 두 학교의 외고 출신 비율은 40%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됐다. 권 의원실은 “교과부 자료를 보면 올해 외고 졸업생의 82.7%가 인문계열로 진학했는데, 이 비율을 적용하면 고려·연세대 인문계열 학과에 진학한 외고 출신 학생수는 각각 725명(876명의 82.7%), 679명(821명의 82.7%)으로 추정된다”며 “이는 두 학교의 인문계 입학정원(고려대 1984명, 연세대 1621명)의 36.5%와 41.9%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김 : 고려대와 연세대에 이처럼 외고 학생이 많이 진학하는 이유는 뭔가요?
배 : 이 두 학교의 입시에서 내신 비중이 낮고, 외고 학생들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특별전형을 실시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2008학년도 정시모집에서 고려대와 연세대는 수능 1등급과 2등급의 점수 차는 영역별로 3~8점을 둔 반면, 내신은 1~4등급 점수 차를 고려대는 2.4점, 연세대는 1.5점을 두는 데 그쳐 내신을 사실상 무력화했다. 수시에서는 외국어 전문교과를 이수하거나 일정 수준 이상의 공인영어시험 성적을 얻은 학생들에게만 지원 자격을 주는 ‘외고 맞춤형’ 특별전형을 실시했다. 수능이 등급제에서 점수제로 바뀌면서 수능 비중이 크게 늘고 내신 비중은 줄어든 2009학년도 입시에서는 외고 편중 현상이 더욱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김 : 이렇게 대학입학 전형에서 특목고 학생들에게 특혜를 적용한다면 특목고 열풍이 더 심각해지겠는데요? 어떻습니까?
배 : 이명박 정부가 수능 등급제에서 점수제로 복귀시킨 2009학년도 수능시험이 수리탐구 등 일부 영역이 지나치게 어렵게 출제되어 상위권 대학에 특목고 학생들이 유리하게 작용했어요. 또한 향후 수능성적에 변별력을 높여서 반영한다면 특목고 학생들이 매우 유리하게 됩니다. 2010학년도 대학입시전형은 과도한 특목고 열풍 조장과 학생 한줄 세우기 등으로 공교육의 파괴와 사교육비 폭등 문제를 더욱 심화시킬 것이다.
김 : 3불정책 가운데 본고사와 고교등급제는 풀려서, 우려했던 일이 현실로 나타났습니다. 앞으로 기여금 입학제만 남았는데 어떻게 보십니까?
배 : 대교협에서는 2012년까지는 대학 자율에 맡기겠다는 입장 발표가 있었습니다. 4.15조치 이 후에 대학입학 전형 관련 업무는 대교협으로 넘겼잖습니까? 준비과정과 확인 검증없이 행정업무 권한을 위임한 것이 정부의 실책인거죠. 대교협은 책임질 수 있는 단체가 아닙니다. 왜냐면 대학마다 이해관계가 서로 다를 뿐만 아니라, 서로 얽혀 있어요. 따라서 업무의 일관성을 유지하기가 어렵습니다. 기여금 입학 문제도 본고사와 고교등급제 적용의 예처럼 쉽게 무너뜨릴 공산이 매우 높습니다.
김 : 결국 우리나라 학교교육은 대학 입학 시험제도에 의해 좌지우지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이렇게 대입전형에서 3불정책이 폐지되면 평준화정책을 비롯해서 학교 교육제도는 크게 요동칠 것 같은데 어떻습니까?
배 : 이명박 정부는“학교만족 두 배, 사육비 절반”을 주창하면서 학교교육을 통해 가난의 대물림을 끊겠다는 선언을 했습니다. 그런데 소위‘대입자율화’정책을 발표했고, 결국 학생 선발 자율권을 빙자한 일부 대학들은 공교육 황폐화와 사교육비 폭등시키는 본고사 부활과 고교등급제 실시로 국민을 기만한 꼴이 되었습니다.
- 고교등급제를 적용해서 특목고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져 중학교까지 입시중심 교육이 강화되고, 본고사 부활로 선행학습이 강화되어 사교육비가 천정부지로 오르게 됩니다. 교육 양극화가 심화되는 것은 불을 보듯 훤한 일이지요.
김 : 3불 정책 때문에 교육의 다양성을 실현할 수 없다는 주장도 제기되던데요. 어떻습니까?
배 : 3불 정책은 우리 교육현실에서 그 나마 최소한의 교육의 공공성과 공익성을 지켜 온 버팀목이었어요. 그런데 극히 일부에서는 다양한 교육을 막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다양한 교육을 한다는 것은 사회 구성원들의 다양성을 경험하게 하고 소통하게 하는 교육이 아닐까요?
- 교육의 본질에 비추어 보면 기회균등의 원칙과 공공성과 공익성을 담보하는 교육이어야 합니다. 다양한 교육이란 교과성적 하나만으로 줄을 세우는 현행 방식과는 부합하지 않습니다.
김 : 그렇다면 3불 정책과 다양한 교육은 어떤 상관관계가 있습니까?
배 : 먼저, 고교등급제를 적용하면 고입 경쟁이 더욱 치열하게 되는 것은 분명하잖습니까. 그렇잖아도 경쟁이 심각한데, 입시에 치중하는 교육은 다양한 교육하고는 거리가 멀죠. 누구나 교육과정을 충실하게 안정적으로 받게해야 다양한 교육을 받을 수 있습니다. 교육과정을 통해서 다양한 교육을 이룰 수 있는 거죠.
- 본고사 부활문제도 마찬가집니다. 대입시험문제를 교육과정 밖에서 출제하면 고등학교 교육과정을 불신하게 되고 또 사교육시장으로 치중하게 되어 더욱 심각해지죠. 어려운 시험문제로 창의력을 높이는 교육을 하는 것은 아니잖아요.
- 4.15조치 이 후에 사교육비가 폭증하는 가운데 국제중학교 설립을 비롯한 고교다양화 정책 그리고 전국단위일제고사와 영어몰입교육 등으로 교육 서열화와 경쟁 구도가 심화되고 있습니다.
- 그렇지 않아도 어려운 경제 여건으로 가정살림을 꾸리기가 만만치 않은데 자녀 사교육비 문제로 고통 받고 있습니다.
김 : 공교육을 정상화하기 위해선 대학 3불정책이 반드시 지켜져야 하는데,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요?
배 :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가 입시 업무 관리를 제대로 해야 합니다. 이 번 수시모집에서 발생했던 본고사 문제와 특목고 우대에 따른 고교등급제 논란에 대하여 분명하게 입장을 정리하고 재발방지책을 빠른 시일내에 만들어야 합니다.
대교협(회장 손병두 서강대 총장)은 최근 고려대가 2009학년도 수시 2학기 일반전형에서 특목고 학생들을 우대하는 등 고교등급제를 적용했다는 의혹이 일자, 이사회 회의를 열어 “윤리위원회에 공식 안건으로 상정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실제로 대교협이 한 조처는 고려대에 “해명서를 내라”고 요구한 것뿐이고, 이마저도 제출 시한을 정하지 않았다.
▲ 정부는 공교육 황폐화와 사교육비 폭등을 초래하는 기만적인 대입자율화를 전면 재검토
▲ 정부는 공교육 정상화의 최소 안전판인 3불정책을 전면 부정하는 해당 대학들을 강력하게 제재
▲ 정부는 학생 한줄 세우기와 특목고 열풍을 조장하는 수능제도를 전면 수정
▲ 정부는 고교등급제와 본고사 부활을 묵인하는 무기력한 대교협으로의 대입업무 이행을 즉각 중단
▲ 정부는 각 대학의 대입전형자료 중 총점 산출공식을 공개하게 하여 대입제도의 투명성을 확보
김 : 3불정책이 폐지됐을 때 학교가 과연 교육하는 곳이 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교육이 없는 학교 입시준비로 문제풀이로 날밤을 세워야 하는 학생, 사교육비로 허리띠를 더더욱 졸라매야 하는 학부모...
“학교만족 두 배, 사육비 절반”을 주장하면서 학교교육을 통해 가난의 대물림을 끊겠다는 대통령의 공약은 영영 공약이 되고 말 것인지 압타깝기만 합니다.
지금까지 전교조 경남지부 김궁배정책실장과 함께 3불정책 폐지로 다가 올 후폭풍에 대한 얘기를 나눠보았습니다.
오늘말씀 감사합니다.
배 : 감사합니다.
이 자료는 마산 MBC 12월 14(FM:98.9Mhz, Am:990Khz-08:10~09:00) 열려라 라디오! 시간에 방송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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