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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사는 이야기

정의가 무너진 세상에 살아남기

by 참교육 2024. 9.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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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존엄성이 사라지면 어떤 세상이 될까

불의에 분노하라는 책을 쓴 스테판 에셀은 무관심은 악이라고 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불의를 보고 침묵하는 것은 중립이 아니라 악의 편을 돕는 것...'이라고 했다.

세상이 참 요지경이다. 세상 돌아가는 꼴을 보면 이게 사람 사는 세상인지 헷갈린다. 어린아이들이 들어도 웃을 뻔한 거짓말을 진실이라고 우기는 정치인이 있는가 하면 경제며 교육이며 언론이며 종교까지 구석구석 썩어도 너무 썩었다. 더 기가 막히는 것은 이런 현실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불의를 보고도 무관심하거나 분노하지 않기 때문이다.

불의에 무관심한 사람들...

텔레비전 연속극에 마취되고 야구며 축구에 얼이 빼앗긴 사람들, 얼짱이며 몸짱에 혹은 학벌에 혹은 돈에 이성을 잃은 사람들.... 나라가 잘못되어 가고 있는데도 개인의 이익이나 안일만을 바라는 사람들, 돈이 눈이 먼 상인들은 사람이 돈으로 보이는지 남의 건강이나 생명에는 안중에도 없는 듯 불량식품을 만들어 팔아 이익을 챙기다.

나라를 지키던 군인이 백주 대낮에 총을 거꾸로 들고 주인의 권리를 도둑질한 반역자도 대통령이 됐다는 이유로 존경하고 대접받는 세상이다. 친일한 사람, 민주주의를 파괴한 사람, 심지어 시민을 학살한 사람까지 대통령을 지내고, 국민의 혈세로 경호까지 받고 있는 나라. 집권당이 자기네 사람을 대통령으로 만들기 위해 권력기관을 동원해 표 도둑질을 해도 남의 일처럼 강거너 불구경하듯 하는 사람들...

맹자는 불쌍하게 여길 줄 아는 마음(측은지심 惻隱之心)과 부끄러워할 줄 아는 마음(수오지심 羞惡之心)과 양보할 줄 아는 마음(사양지심 辭讓之心), 그리고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있는 마음(시비지심 是非之心)은 사람이 태어날 때부터 타고 태어난다고 했는데.... 이제 불쌍한 사람을 보고도 측은해 하지 않고, 잘못을 저지르고도 부끄러운 줄 모르고, 양보니 시비를 가르는 일에도 관심조차 없어지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첫째, 진실을 모르기 때문이다. 살기 바빠 발등에 떨어진 '먹고사는 일'이 급해 한 눈 팔 겨를이 없이 사는 사람들... 진실을 알려야 할 언론은 편파왜곡보도로 이런 사람들의 눈을 감기고 있다. 불의한 세상에 법이 없어도 살 수 있는 착하기만 한 사람, 순진한 사람... 이런 사람들이 사는 세상은 좋기만 할까?

둘째, 진실은 알고 있어도 두려워서 나서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불의한 일인 줄 알고 있어도 '내가 나서서 달라질 게 뭔가?' 혹은 '괜히 앞섰다가 손해 볼 일을 왜 내가 왜 나서는가?'라며 꼬리를 사람이 이런 사람들이다. 보도연맹 사건을 비롯해 아픈 역사가 '나서면 죽는다', '찍히면 손해본다'는 기회주의 인간을 만든 것은 아닐까?

셋째, 이해타산으로 세상을 보는 사람들이 그들이다. '나에게 이익이 되는 게 선'이라고 판단하는 사람들은 이해타산으로 세상을 본다. 눈앞에 보이는 것이 전부요, 이해타산이 판단의 기준이 돼 손해 볼 짓을 하면 바보라고 생각한다. 이들은 철저하게 경제논리로 세상을 살아가기를 좋아한다. 오늘날 경쟁만능의 이기주의 교육은 이런 인간을 지속적으로 양산하고 있다.

넷째, 변화와 연관이라는 관점에서 세상을 보지 못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세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은 서로 연관되어 있다는 진리를 깨닫지 못하고 눈 앞에 보이는 현상이 전부라고 생각한다. 이런 사람일수록 선입견이나 편견, 아집과 고정관념으로 세상을 보고 본질은 모르고 현상을 진실이라고 믿고 있다.

사람들은 어떨 때 분노하는가

삶에 찌들려 앞뒤를 분멸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그렇다 치고, 이해타산 때문에 불의를 보고도 침묵하거나 그들의 편에 서서 떡고물을 얻어먹겠다는 비열한 사람들로 인해 세상은 더더욱 삭막해지고 황폐해지고 있다. 보통 사람들은 자존심이나 명예 혹은 지위나 재산상의 손해를 입었다고 생각할 때 불같이 분노한다. 정치가 타락하거나 경제정책이 잘못돼 큰 손해를 보고 있어도 그런 것에는 너무나 관대(?)하다.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가난을 면치 못하는 사람들... 큰 손해에는 관대하면서 눈앞의 이익에는 한치의 양보도 할 줄 모르는 사람들로 인해 세상은 하루가 다르게 더 척박해지고 더 삭막한 세상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정의가 무너진 세상에 어떻게 사람답게 살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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