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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도민일보 지면평가위 회의 참관해보니

by 참교육 2011. 4.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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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에서 제일 하기 어려운 말이 무엇일까? 6·25전쟁이 끝난 후 초등학교 국어 교과서에 이런 글이 실려 있었다. "수업에 들어오신 선생님은 아무 말씀도 없이 흑판에 커다랗게 쓰셨다. '세상에서 가장 하기 어려운 말은?' 아이들은 서로 얼굴만 마주 보다 경쟁하듯이 '저요!' '저요!'하고 손을 번쩍 들었다.

담임선생님의 지적을 받은 학생이 일어나 자신 있게 큰소리로…. '작년에 온 솥 장수는 헌 솥 장수이고 금년에 온 솥 장수는 새 솥 장수이다'입니다. '뜰에 콩깍지 깐 콩깍지인가 안 깐 콩깍지인가'가 더 어렵습니다. '간장공장 공장장은 강 공장장이고, 된장 공장 공장장은 장 공장장이다'가 더 어렵습니다. 여기저기서 자기가 한 말이 더 어렵다고 떠들어 댔다.

아이들 발표를 다 듣고 난 선생님은 흑판에 다시 '아니오'라고 썼다. 아이들은 하나같이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눈치였다."


다양한 직업인으로 구성…쓴소리 마다않아

확실하지는 않지만 대충 이런 내용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비판을 용인하지 않는 사회는 죽은 사회다. 특히 공식적인 조직사회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언제부터였는지 모르지만 우리 사회는 비판을 싫어한다. 싫어할 뿐만 아니라 비판하는 사람을 경원시하거나 문제 있는 사람으로 색깔 칠을 당하기도 한다.

그런데 그 비판을 자초해 회초리를 맞는 신문이 있다. 경남도민일보의 '지면평가위원회'라는 기구에서 하는 일이 그렇다. 4월 4일 오후 7시 30분, 필자가 경남도민일보 고충처리인 자격으로 5층 회의실에서 있었던 11명의 지면평가위원회(전체 16명 중) 모임에 참관했다.

        <지면평가위원회 안수정부위원장이 사진편집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이 지면을 한번 보십시오. 광고에 가려 옆에 있는 사진이 죽어 보이지 않거든요. 어떻게 이런 편집이 가능합니까? 이건 독자들의 수준을 우습게 보는 작품이 아닙니까?" 이 정도면 고언이 아니라 꾸중 수준이다. 이 정도로 끝나지 않는다. "경남도민의 신문이라면서 왜 서부 경남의 소식은 소외되고 있는 거지요?" '서부 경남 보도현황분석 통계' 자료까지 제시해 가며 따지기도 하고 중요한 환경문제를 일회성으로 끝낼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후속기사를 써야 한다…,

방사능 기사로 불안해하는데 안전대피에 대한 기사는 왜 안 쓰지요? 지면평가위원회 회의를 기자들에게 동영상으로 제작해 보여주자 등등 끝이 없다. 이날 지면평가위원들이 내놓은 기사평가서는 무려 44쪽에 달한다.

지면평가위원들은 직업적인 전문가가 아니다. 회사원도 있고 생태해설가도 있다. YMCA 상근자, 사회복지사, 민주노총 상근자, 여약사회 부위원장, 가곡 전수관에서 활동하는 예술인, 교사, 변호사 등등 삶의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이다. 언론을 바로 세워야 한다는 의무감, 책임의식이 바쁜 시간을 쪼개 언론에 쓴소리를 하는 모임에 열정을 쏟는 것이다.

사회적 지탄받는 신문에 더욱 필요한 기구

기사로 보던 지평위 회의 모습과 느낌이 전혀 딴판이다. 경남도민일보는 1999년 창간 당시부터 한국의 신문 중 처음으로 주주와 독자, 시민사회단체, 언론학자 등이 참석하는 지면평가위원회를 정관상 기구로 설치 운영하고 있다. 지평위는 2004년 지역신문발전 지원특별법과 신문법의 설치권고 사항으로 법제화되었으며 이후 대부분 한국언론이 경남도민일보를 모델로 삼아 이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지평위에 처음으로 참석해 느낀 점은 왜 왜곡보도로 서민의 지탄을 받는 신문에는 이런 기구가 없을까 하는 의문이다. 물론 형식적으로 만들어 놓은 신문은 많으리라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경남도민일보처럼 쓴소리를 할 수 있는 사람들로 구성된 지면평가위원회가 모든 언론매체에 설치돼 운영된다면 더욱 질 높은 신문으로서 독자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김용택(경남도민일보 고충처리인)

-  이기사는 경남도민일보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http://www.idomin.com/news/articleView.html?idxno=345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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