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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래시장은 언제가도 볼거리가 있고 재미가 있다. 물건을 서로 팔겠다는 상인들의 목소리와 물건을 사러 나온 사람들의 왁자지껄한 소리는 시인의 표현을 빌리지 않더라도 삶의 목소리, 생동감 넘치는 삶의 현장이다.
단순하게 전시된 물품과 상인과 구매자가 만나는 장소로서 시장이 아닌 그 속에 흐르는 경제원칙이나 질서를 살펴본다는 것은 시장구경의 또 다른 재미일 수도 있겠다.
겉으로 보기는 천태만상의 상인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손자의 용돈을 만들기 위해 텃밭에서 따온 고추나 호박잎을 팔려 나온 할머니도 있고 제법 밑천을 가지고 가게를 열어 도매상을 하는 사람까지 가지각색이다.
그들 중엔는 장사에 이력이 나서 손님을 썩 잘 끌거나 재미스럽게 장사를 하는 사람도 있고 골목에 앉아 힘겹게 장사를 하는 사람도 있다.
물건을 사러 온 사람도 예외는 아니다.
값을 물어 보고는 두말없이 흥정도 않고 대금을 지불하는 사람도 있는가 하면 몇 십원을 덜 주려고 말다툼까지 하는 깐깐한 사람도 있다.
필요한 물건을 사러 오는 구매자와 이윤을 위해 상품을 판매하는 상인들이 만나는 곳이 시장이다.
물건을 사고파는 사장의 모습을 보면 세상을 이해할 수 있는 원리와 교훈을 얻을 수 있다.
시장은 삶의 의욕을 느끼는 낭만적인 장(場) 만이 아니라 생존의 원리, 자본의 법칙이 지배하는 냉엄한 법칙이 작용하는 곳이기도 하다.
(사진 출처 : 만드는 사람 블로그에서)
외형적인 시장은 온갖 사람들의 이해관계가 뒤범벅이 된 무질서의 장(場)으로 보이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시장을 통하여 사회의 법칙과 생존의 법칙을 이해할 수 있는 것이다.
<가치의 법칙>
시장에서 이루어지는 거래란 것은 도대체 무엇인가?
원론적으로는 수요자와 공급자가 만나 상품을 매매하는 장(場) 즉 교환의 장소인 것이다.
다시 말하면 이질(異質) 상품간의 교환을 '화폐라는 매체를 통하여 거래가 이루어지는 곳이다.
거래를 이해하기 위해서 한 가지 예를 들어 보자.
쌀 한가마니와 구두 두 켤레가 서로 교환되었다고 하자. 이 두상품 간의 교환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그 각각 상품이 갖고 있는 가치 즉 사용가치에 따라 가격이 결정되고 동일한 가격으로 거래가 형성되는 것이다. 이 거래를 가능하게 하는 사용가치란 무엇인가.
'상품 속에 담겨 진 인간의 노동이 얼마만큼 투하되어 있느냐'의 여부가 곧 상품의 가치로 표현되는 것이다. 공동으로 들어 있고 서로 비교할 수 있는 이 요소가 바로 서로 교환되는 두상품 사이의 평가의 요소가 되는 것이다. 투하된 '인간 노동의 양' 이것이 바로 모든 상품의 가치를 결정하는 요소가 되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모든 상품의 가치란 그 속에 얼마만한 양의 인간노동이 지출되었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그러나 상품에는 투하된 노동의 양이나 노동의 질, 노동의 시간이 외형상 보이지 않고 가격만이 보이는 것이다.
초등학생과 어른이 씨름을 한다면 아무리 정해진 규칙을 준수하고 규정된 씨름장에서 정정당당하게 경기가 진행된다 하더라도 공정한 경기라 할 수 없다. 상업 행위도 마찬가지다. 자본이 넉넉한 사람과 장바닥에 펴놓은 몇 가지 상품이 전부인 상인이 경쟁을 한다면 공정하지 못한 경쟁 즉 불완전한 경쟁이 되는 것이다. 어린이와 어른의 씨름 경기처럼 재벌과 중소기업 간의 경쟁이란 싸움 이전에 이미 승부가 결정된 뻔한 결과로 나타날 수밖에 없다.
95년에 들어서면서 대통령의 연두 기자 회견을 기점으로 국회에서 비준한 WTO조약은 이제 바야흐로 세계화의 시대가 시작됐음을 알려주고 있다.
일찍이 Ricardo. D는 비교우위의 원칙이라고도 하는 비교 생산비설을 주장한 바 있다. 이 이론에 따르면 생산이란 생산비가 절대적으로 가장 낮은데서 행해지는 것이 유리하다는 원칙에 입각하여 국가간에 Ⅰ국은 A상품에 특화하고 Ⅱ국은 B상품에 특화하는 편이 양국에 이익이 되므로 양국은 비교적 우위를 가진 생산에 특수화하여 국제 분업을 행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이론을 제창하였다.
강대국과 약소국이 완전 경쟁의 시장원리가 지배하는 상황이 조성되어 있다든지 강대국이 약소국에 대한 정치 경제적인 지배와 종속의 관계를 떠난 이상적인 사회에서는 Ricardo. D의 비교생산설을 이상적인 논리일 수도 있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볼 때 강대국은 약소국의 경제적인 이익을 위해 영토의 점령에서부터 다국적기업을 통한 직접투자까지 다양한 수탈이 자행되어 왔던 점에 비추어 그런 이론은 이상에 불과한 논리라고 비판받고 있다.
우리는 GATT나 I, M, F와 같은 기구가 약소국의 경제적인 지원을 목적으로 설립되었다고 보기보다는 강대국의 이해관계를 반영한 국제기구라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다. 코즈모폴리턴이즘(COSMOPOLITANISM)이 그렇고 월슨의 민족자결주의조차도 미국중심의 세계질서 재편이란 비판을 면치 못하는 상황에서 WTO의 적극 참여는 과연 우리나라 경제를 살리기 위한 선진국의 선심차원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문제인지를 심각하게 고려하지 않으면 안 될 줄 안다.
상품에 투하된 '노동의 양'이란 '얼마동안의 노동이 대상화'되어 있는가 즉 '지출된 노동시간이 얼마냐'의 길이로 측정된다고 볼 수 있다. 상품가치의 크기는 상품을 생산하는데 생산자가 얼마나 느리나, 빠르나, 게으른가, 부지런하냐에 상관없이 그 상품이 생산되는데 사회적으로 필요한 평균적인 노동시간에 의해 결정된다.
이러한 원리에서 보면 전공정(全工程)이 기계화된 과정에서 생산된 공산품과 개발도상국에서의 노동집약적인 상품이 교환되었을 때의 손익은 계산하지 않고도 결과를 알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국제간의 거래가 계속될수록 약소국이 무역적자 폭은 커지게 되고 강대국의 경제적인 예속에서 벗어날 수 없게 된다는 것은 자명한 이치가 된다. 시장의 개방은 재벌기업의 독점지위를 마감하고 산업의 전 분야에 걸쳐 외국자본의 직접적인 지배가 시작되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WTO가 시행되고 난 후의 국제간의 경제 질서는 후진국의 시장이 전면개방 되면서 산업의 전분야에 걸쳐 외국 자본의 직접적인 지배와 국내자본의 종속이 심화되기 마련이다. 물론 단기적으로는 산업별로 부가가치가 높아지거나 소득이 증가할 수도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특히 농산물은 경쟁력을 상실하게 되고 주식이 강대국의 무기가 됐을 때 그 결과는 예상을 뛰어 넘는 고통을 감수 할 수밖에 없게 된다. Ricardo. D의 산업의 특화란 완전경쟁이 불가능한 국제간의 무역에 있어서 강자의 논리라는 비판을 면하지 못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는 시장의 외형적인 무질서 속에 사회의 질서가 있음을 가치법칙에서 살펴보았다. 그 외에도 수요와 공급의 경제원칙이 현실의 여건 속에서는 독점이란 형태의 변칙이 있음을 보지 못할 때 원칙주의자는 피해자가 된다.
형식만을 보고 내용을 올바로 이해하지 못하면 사회의 객관적인 이해는 불가능한 것이다.
올바른 사회의 이해 없는 삶은 무계획적이거나 결정론적 세계관에 빠져 허무주의나 신비주의로 인생을 살아 갈 위험에 빠질 수도 있는 것이다.
시장구경을 통하여 물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는 질서가 자연 속에 숨겨 진 비밀이듯, 시장 속에도 수요와 공급의 법칙만이 있는 것이 아니라 독과점이나 가치 법칙도 숨어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주체적인 삶을 살아 갈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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