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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관련자료/학교

창동에 학교가 생겼다고...?

by 참교육 2010. 11.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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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산 부림시장에서 어시장으로 내려가는 길,
옛 부평상사라는 문구점 옆에 학교가 생겼다.
‘시장입구에 학교라니...?’
라고 의아해 할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벌써 3개월 전에 학교가 문을 열고 여덟명의 학생들이 공부를 시작했다.

시장 입구에 설립한 ‘별+초학교’가 바로 그곳이다. 내가 이런 학교를 만들고 싶어 했던 이유는 나도 어려운 환경에서 학교를 다녔기 때문이다. 특히 정년 퇴임 후 공립대안 학교인 태봉고등학교에 와 있으면서 한 학생이 퇴학을 당한 걸 보고 저 학생이 갈 곳이 어딘가
? 고민하다 학교 이탈자 문제를 생각하게 됐다. 태봉고에서 퇴학당한 학생뿐만 아니다. 한국교육개발원에 따르면 지난 해 2월 현재 학업중단 청소년은 초등 1만1천832명, 중학생 1만 9681명, 인문계 고 16174명, 전문계고 18099명 등 모두 7만2086명(전체학생의 20%)이나 된다. 연속해서 3년간 7만여명의 학생들이 학교를 떠나고 있는 것이다.


공교육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설립한 대안학교. 그 대안학교는 대부분이 사립이다. 공립이라고는 경기도 대명고등학교와 마산의 태봉고등학교 단 2곳뿐이다. 방황하는 청소년! 그것도 교육이 사회경제적 지위를 대물림하는 현실을 감안한다면 학교 이탈자는 대부분 경제적으로 어려운 여건에 처한 청소년들이다. 이들을 어떻게 할 것인가? 사실 사학이 이 학생들을 감당하다시피하고 있지만 이들에 대한 지원은 공립학교로 복귀하는 숫자에 따라 지원하는 생색내기 정도다.


태봉고등학교를 만들자고 제안한 사람으로서 태봉고에 입학한 학생은 어쩌면 선택받은 학생들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 ‘방황하는 학생들을 우리가 힘이 돼 보자.’ 이 학교에 근무하는 김상열선생님과 의논 끝에 ‘야학을 한번 시작해 보자’고 합의. ‘학교 이탈학생이나 세터민 그리고 다문화가정 중 희망하는 학생들을 모아 고입 혹은 대입검정 검정고시반을 만들자’고 시작한 것이 이 학교가 태어나게 된 계기다. 다행히 필자가 고등학교 시절 제자였던 지금은 대학생을 둔 엄마가 모든 경제적인 책임을 지겠다는 후원에 힘입어 학교를 열수 있게 된 것이다.

중학교에서 고등학교 대학을 야간으로만 공부한 필자는 재직시절, 어려운 학생들에 대한 배려를 별로 한 일이 없다. 주관적인 생각이겠지만 ‘내가 좋은 선생님이 되는 것. 인간적으로 그들을 대해 주는 것. 그들의 편에 서는 것... 정도가 내가 기껏 교직생활에서 신념으로 살와 왔다는 것 말고는 다른 점이라고는 없었던 것 같다. 또 내가 어려운 학교시절을 살아오지 않았다면 d런 일을 시작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정년퇴임을 하고 벌써 4년째. 퇴임 후 건강문제로 많이 아파했지만 이제 남은 인생을 어려운 사람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일을 해보자는 마음에서 가족과 생이별을 하고 혼자 마산에 내려 온지 1년이 가까워 오고 있다. 

검정고시반을 모집하려 했지만 지원생이 거의 없었다. 결국 의논 끝에 교육이 사회경제적인 대물림되는 현실에서 ‘어려운 학생들을 우리가 도와보자’고 합의 방과후 학교형식으로 운영하자고 있다. 지난 9월부터 문을 연 별+초학교는 전적으로 자원봉사를 하시겠다는 선생님뜻에 따라 운영이 가능하다. 대부분 전교조 선생님들이지만 이분들의 열정으로 토요일을 제외한 매일 저녁 7시부터 9시까진 완전무상으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국어, 영어, 수학, 과학, 사회, 상담교사 등 교사 10명에 학생은 8명이다. 이제 예약한 학생까지 합하면 10명의 식구가 ‘별+초학교의 전교생이다.


별+초 학교에 대한 관심은 예상외로 높다. '좋은 뜻으로 시작한 일인데 도울 수 있는 일이 있으면 언제든지 돕겠다‘는 교사, 현재 30평정도 되는 교실을 ’좀 더 넓고 큰 곳으로 옮기 수 있도록 찾아보자’는 분, ‘참고서며 교과서를 구해다 주시는 분’, 상담이라면 언제든지 저를 불러 주시면 기꺼이 도와주시겠다는 분..... 태봉고등학교에서도 협력학교 또는 부설학교 형식으로 지원해 주는 방향을 모색해보자고 의논 중에 있다.


이제 좋은 뜻으로 출발한 작은 학교. 비록 좋은 여건을 아니지만 어려운 학생 몇이라도 우리가 도와 줄 수 있다는 게 여간 다행스럽지가 않다. 행복이란 무엇일까? 나뿐만 아니라 퇴근 후 피로도 잊고 이들을 만나 동생처럼, 혹은 아들딸처럼 이들과 함께 하면서 행복해하고 있는 선생님들! 이분들을 만나면 그들은 행복해 하고 있다. 비록 시작은 미미하지만 결과는 창대하리라 믿는다. 자신을 태워 주위를 밝히는 선생님과 배운 걸 남에게 배줄 아는 사람으로 살겠다는 학생들의 만남은 아름다운 내일을 만들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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