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했던 대로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교원평가문제가 개선으로 낙찰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5일, 서울교육대학교 전산교육관에서 교육부 주최로 열린 ‘교원능력개발평가 제도 개선 연구 토론회’에 토론자로 참여한 8명 중 7명은 모두 폐지가 아닌 개선 쪽이었기 때문이다. 정책을 입안하며 거치는 과정... 토론회. 누가 토론자로 나오는가에 따라 결론은 이미 나온 것이다 다름없다. 2020년 2월 29일까지 폐지나 개정을 해야 한다는 「훈령예규 등의 발령 및 관리에 관한 규정」에 따라 이날 토론회에서 제출된 제안이 교육부의 의도대로 확정될 것이 확실시 되고 있다.
교원평가란 해마다 ▲동료 교원 평가 ▲학생(초등 4년~고 3년) 만족도 조사 ▲학부모 만족도 조사 설문지를 통해 확정된다. 이 평가지에서 볼 수 있듯이 교원평가란 교장·교감, 담임교사, 교과 담당 교사, 보건·영양·사서·상담 교사 등에 대한 만족도를 평가해 5.0점 만점으로 환산한 뒤 4.5점 이상은 '매우 우수', 1.5점미만 '매우 미흡'식으로 다시 5단계로 나눈다.
2010년부터 이런 식으로 시작한 교원평가는 교원의 90%, 심지어 보수적인 교원단체인 교총조차 반대했었다. 교원의 능력을 계발하고 전문성을 높인다는 취지로 시행한 ‘교원능력개발평가’가 시행 10년째를 맞고 있지만 초등생 학부모는 41.27%, 중학생 학부모는 30.68%, 고교생 학부모는 20.05%였는가 하면 교원의 사기저하, 불신을 초래 하는가 하면 온정주의와 감정적인 평가자세로 공정한 평가를 의심받아 왔다. 이런 평가로 교원의 능력을 계발하고 전문성을 높일 수 있을까?
교원평가란 김영삼정부가 ‘신교육체제 수립을 위한 교육개혁방안’이라는 교육개혁을 시작하면서 그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말이 좋아 ‘신교육체계’니 ‘교육개혁’이지 따지고 보면 자본의 논리인 경쟁을 교육에 접목시키자는 논리다. 자본의 논리란 ‘이익이 되는게 선’이라는 논리, 경쟁을 통해 이윤을 극대화하자는 것이고 이는 결과로 구체적인 승패가 가려지는 것이다. 그런데 교육이란 그렇게 자본처럼 투입, 산출이라는 수치로 성과가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야구선수를 배구팀에서 뛰게 해 배구 선수와 서열을 매길 수 있는가? 교육이란 영업사원의 발품처럼 가시적으로 나타나는 게 아니다. 수학을 잘하는 학생과 음악에 소질이 있는 학생을 한 줄로 세울 수 없듯이 영어선생님과 체육선생님을 비교해 누가 더 훌륭한 선생님인가 누가 더 유능한 교사인가 여부를 가릴 수 있는가? 교육부가 도입하겠다는 정책은 꺼내놓기 바쁘게 파리 떼처럼 나타나는 전문가들이야 어차피 보태고 빼고 구색 맞춰 내놓는게 혁신정책 아닌가? 정부수립 후 그 많은 개혁안 그렇게 많은 교육개혁을 수도 헤아릴 수 없이 많이 했지만 교육이 개혁되기는커녕 개악 일변도로를 걸어 온 것이다.
교원평가도 마찬가지다. 교육을 자본의 논리에 꿰맞추다보니 성과는 내야하고 수치로 결과를 나타낼 수 없으니 찾다보니 만만한 게 교사였다. ‘교육이 무너진 책임은 선생이 무능해 나타난 결과’다. 이 무능한 선생을 골라내는 방법이 A, B, C급으로 점수를 매겨 무능한 교사를 골라내 책임을 불으면 되 것이 아닌가? 그들에게 재교육을 시키거나 좌천 혹은 징계를 하면 죽기 살기로 성과를 낼 것이 아닌가? 발상이 기가 막히지 않은가? 교육에 열성을 쏟다 찍힌 교사... 어쩌다 말실수나 학생들에게 손찌검을 하다 들킨 교사를 제물로 삼아 문제교사로 낙인찍는다.
지금은 A-B-C가 아니라 S-A-B로 바뀌었지만 어차피 꼴찌는 C급이니, C급으로 평가를 당한 교사는 물론 이런 선생님에게 자녀를 맡기는 부모의 기분은 어떨까? 여기다 성과 상여금까지 연동시켰으니 받아오는 성과급을 놓고 사모님들의 입방아에, C급 선생님은 교실에 들어갈 마음이 생기겠는가? ‘이건 아니다. 교육은 사람을 사람답게 만드는 건데 서열이라니...’ 억울해서 어디 하소연이라도 하면 ‘억울하면 출세해!’라며 ‘실력 없는 사람은 원래부터 불만이 많은 법’이라고 매도당한다.
우리는 교육다운 교육을 하고 싶다. 그래서 교원단체를 만들면 먹잇감을 찾던 하이에나처럼 “하나의 유령이 유럽을 배회하고 있다...”라는 유령으로 만들어 “너 빨갱이지?”하며 묶어 잡혀가 중징계에 파면을 당한다. 레드 콤플렉스로 의식화시켜놓은 우군 학부모들이 있고 자본에 길들여진 기레기들이 지원군이 되어 “내 자식을 전교조선생한테 맡길 수 없다”며 교원평가에 찬성하고 지지해 두 번 세 번씩이나 해직당하기도 했다. 이들은 성과급 반대로 저항했지만 자본의 논리를 포기할 정부가 아니다.
“폐지가 아라 개선” 어차피 공청회니 토론화란 형식적인 절차로 구색 맞추기니 그런 논리를 꺼내 합리화시키는 교육부의 우군이야 셌고 셌지 않은가? 붙이고 자르고 꿰매고... 그래서 만든 안이 ‘△책무성 모형(근평통합 모형) △학교자치 모형(공동체 모형) △환류 모형(절충 모형)’ 3가지다. 고고한 이런 모형의 내용이야 분석할 필요조차 느끼지 못한다. 어차피 교육부의 방심이 폐지가 아니라 개선이니 거기다 토 달면 또 ‘말 많은 빨갱이’ 소리를 들을 게 뻔하니 차라리 참여를 하지 않든가 모른체 하는게 속편한 일일까? 촛불정부라고 믿었다가는 또 코 깨지기 마련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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