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립 목적과 다르게 운영되고 있는 단체라면 해체를 하든지 아니면 문제점을 찾아 개선하는 것이 게 옳다. 개인들이 모여 운영하는 친목단체도 그러하거늘 하물며 정부가 학교의 민주화와 창의적인 학교, 투명한 학교, 특색 있는 학교...를 만들겠다고 시작한 학교운영위원회(이하 학운위)가 그렇다면 그대로 방치해서 되겠는가? 지금 전국 유․초․중․고 2만729개 학교 가 학운위의 설립취지대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어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지 오래다.
전교조 기관지 ‘교육희망’이 보도한 '경기도 학운위 구성현황'을 보면 2013년~ 2015년 사이 경기도내 2,314개교 초․중․고 전체 학교 학운위 학부모위원 선거 중 94.99%가 선거 없이 무투표당선 된 것으로 나타났다. 구성원만 문제가 있는게 아니다. 앨범납품업자, 관광여행 업자, 교복납품업자, 학교 앞 문방구점 주인, 부교재납품업자 등 이해관계에 얽힌 사람들이 학운위에 참여하고 있다는게 확인 됐다. 자녀의 이익을 바라는 학부모, 경제력이 있는 학생회 회장 학부모, 승진을 위해 교장의 근무평가를 잘 받기 원하는 교사와 교감, 전직 학교장이나 퇴임한 교육관료, 지역의 토호, 이런 사람들이 학교운영위원으로 참여하면 학운위가 설립 목적을 달성할 수 있겠는가?
실제로 학교운영위원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교장선생님과 친분이 깊으니까, 교장선생님과 선후배지간이니까, 내가 교장선생님 편을 들어주면 승진이나 이동에 유리한 반대급부가 돌아오니까... 이런 생각으로 학운위원으로 참여 해 임기가 끝나는 일 년 혹은 2년동안 단 한건의 안건도 발의하지 못하고 학교장이 제안한 안건에 손만 들어주고 점심만 얻어먹다가 임기를 마치는 운영위원들.... 학교운영위원회의의 설립목적과 배경에 대한 초·중등교육법이나 시도조례는 알지 못하더라도 단위학교 운영위원회 규정조차 한 번도 읽어보고 못하고 회의에 참여하는 정도라면 그런 운영위원들이 모인 학교에 민주적이고 투명하고 특색 있는 학교를 만드는데 기여할 수 있겠는가?
대표란 개인의 가치관이나 의견을 제시하는 사람이 아니라 구성원의 의사를 대변할 사람이다. 학운위는 학부모위원과 교사위원과 지역위원 그리고 당연직인 교장과 간사역할을 맡는 행정실장이 그 구성원이다. 학부모위원의 경우, 학부모회의에서 나온 학부모들의 의견을 학운위에서 반영하는 대표다. 교사위원의 경우도 교사들의 이해관계를 반영해 줄 사람이요, 지역위원은 지역의 요구를 반영해 줄 인사다. 그런데 학부모위원이나 교사위원 그리고 지역위원들이 그런 역할을 하고 있는가? 교사위원의 경우를 보면 대부분 학교의 교사위원은 교감선생님이 맡고 있다.
교감이 교사들의 이해관계를 대변해 줄 수 있는가? 교장이나 교감은 회사로 말하면 경영자다. 경영자가 노동자의 이해관계를 대변한다...?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민주주의를 가르치는 학교의 학운위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학교당국의 이야기를 들어 보면 일리가 없는 것도 아니다. 그렇잖아도 교사들은 수업과 업무과다로 지쳐 있는데 어떤 교사가 학운위에 참여해 일하려 하겠는가? 더구나 교사의 인사권과 평가권까지 쥐고 있는 교장선생님 앞에서 학교 일을 비판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당연히 교사위원을 자발적으로 맡겠다는 사람이 나오지 않는게 현실이다.
‘아니오’로 불이익을 당할 수도 있는데 왜 경영자에게 찍혀 미운 오리새끼가 되느냐는 것이다. 실제로 경남의 경우 지난 2016년 교원위원 3,163명 가운데 교감은 220명, 보직교사 1,137명 등 43%인 1,357명이 보직교사급 이상이다. 여기다 당연직 교원위원인 교장 859명까지 합하면 70% 이상이 친 학교장 성향의 위원으로 구성, 운영되고 있는 것이다. 결국 교원위원을 맡을 사람이 없으니까 교감이 대타로 나온다는 것이다.
학부모도 그렇다. 요즈음 같이 바쁜 세상에 하루를 빼앗긴다는 것도 그렇지만 교장선생님 앞에서 학교운영에 대해 비판의 소리를 한다는 게 쉬운 일이냐는 것이다. 지역위원도 자격조건을 ‘지역의 존경받는 명망 있는 인사’라고 했지만 그런 분에 자기 자녀가 다니지도 않는 학교에 나가서 시간을 내 봉사할 분이 많지 않다는 것이다. 학운위원은 교육에 전문가가 되어야 한다. 전직교사나 교대 혹은 사대 출신이면 좋겠지만 그런 사람이 아니더라도 내일의 주인공이 될 학생들을 위해 작은 힘이라도 보태겠다는 철학이 있는 사람들이어야 한다. 다시 말하면 교육위원이 되려면 지금부터라도 교육에 대한 공부를 해서 교육문제와 학교 운영에 대한 나름의 철학과 소신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런데 현실은 어떤가?...(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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