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교문 지키다가 지각생 잡기, 월장 잡기, 반입금지물품 압수, 불순 이성교제 단속, 점심시간 순찰...’
무슨 얘기일까요? 우리나라 중·고등학교에서 아침마다 교문을 지키는 선도부라고요? 틀렸습니다. 일본의 초·중·고교에 있던 학생들의 자치조직인 ‘풍기위원’이 하는 일이랍니다. 왜 우리나라 학교의 선도부와 닮았느냐고요? 우리나라 선도부는 식민지시대의 풍기위원의 모습을 흉내 내 이름만 바꿔 만들었기 때문이지요. 식민지시대의 문화가 어디 학교선도부 뿐이겠습니까. 풍기위원같은 일제식민지 잔재가 아직도 학교를 비롯한 우리생활 깊숙이 자리 잡고 있어 바뀔 생각조차 하지 않고 있습니다.
학업성취도를 평가하는 ‘수-우-미-양-가’나 제일중학교니, 동중학교, 서중학교와 제 1 고등학교와 같이 순서나 방위를 나타내는 교명(校名)이 그렇습니다. 황국신민 정신을 주입하기 위해 시행하던 애국조례며 학교장 훈화, 일본식 군국주의 교육의 잔재인 ‘차렷, 경례’, 불량선인을 색출하기 위한 교실첩자(?) 주번제도며 복장위반이나 지각생을 단속하던 선도부는 일제식민지 잔재인 것입니다. 부끄럽게도 식민시시대 유습이 해방된지 70년도 학교에 지금도 그대로 남아 있는 것입니다.
가치내면화를 통한 교육적인 행동변화가 아니라 물리적인 힘이나 통제와 단속은 교육이 아니라 길들이기입니다. 물리적인 힘으로 겁주고 단속하던 군국주의 교육방식이 해방 70년도 훨씬 지난까지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계속되고 있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입니다. 황국신민을 만들겠다는 국민학교를 초등학교라는 이름으로 바뀌는데는 무려 51년이라는 세워이 지나서야 가능했습니다. 그러나 선도부나 주번제도, 평가 용어, 교명, 차렷, 경례와 같은 구호는 아직도 바뀔 생각조차 하지 않고 있습니다.
학생이 선도부라는 이름으로 친구인 학생에게 복장검사를 하고 벌점을 주는 행위는 정당한가? 중·고등학교에서는 선도부 학생들이 아침마다 등교하는 학생들이 교복 명찰을 달고 있는지, 가방은 교칙에 적합한 것인지, 색깔 있는 양말이나 발목 양말을 신지 않았는지, 머리 길이가 턱 선을 넘지 않는지... 등을 일일이 검사하는 학교가 있습니다. 선도부에게 적발당하면 이름이 적히고 벌점을 받거나 군대식 기합을 받기도 합니다. 어떤 학교에서는 점심시간에도 선도부들이 소지품 검사를 실시해 만화책이나 잡지, 군것질 거리를 소지한 학생을 적발해 책을 압수당하고 벌점을 매기도 합니다.
전라북도 학생인권 심의 위원회는 "교원의 학교 생활지도 권한을 학생에게 위임 및 행사하도록 한 각급학교의 '학교생활지도규정'을 폐지하고, 학생선도부 관련 조항도 폐지할 것을 권고한다"고 밝혔습니다. 학생이 학생을 지도하는 '학생선도부' 운영은 인권침해라는 결정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에 따라 전라북도 교육청은 일부 학교에서 학생생활규정 등에 학생선도부를 명시하고 운영하고 있는 것에 대해 점검하고 폐지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학생 생활지도는 초·중등교육법, 교육기본법 등에 의해 교원에게 있습니다. 교원의 권한을 특정 학생 집단 또는 학생자치기구에 위임하는 것은 교권의 포기입니다. 선도학생에게 생활지도를 위임하기 위해서는 법적 근거가 있어야 하는데, 이에 대해서는 어떤 법적 근거가도 없습니다.
전교조가 펴낸 ‘2016년 학교실태백서’에 따르면, 중부와 서부교육지원청 소속 사립 중고등학교 55개교 가운데 25개교(45.5%)가 학생 선도부를 동원해 교문 지도를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인천시교육청은 지난해부터 선도부 폐지 및 상벌점제 개선을 일선 학교에 권고하했는가 하면 충북지역 일부 고등학교에서도 선도부라는 명칭 대신 '000봉사단', '00써포터즈' 등의 봉사단체 이름을 사용하는 등 선도부의 활동을 개선하고 있습니다.
학생이 학생을 지도하는 식민지 잔재는 폐지해야 합니다. 학생들은 차별받지 않을 권리, 폭력으로부터 자유로울 권리와 같은 기본권을 존중받아야 합니다. ‘준법정신을 함양하고, 명랑하고 건전한 교풍을 확립하고, 질서유지에 선도적 역할을 수행하는 데 기여’하는 목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학교생활규정은 법적근거도 없는 교권의 포기요, 학생들의 인권침해입니다. 순종과 길들이기 교육, 위계질서를 체화시키는 식민지잔재, 선도부는 폐지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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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학생들을 생각하며 하루를 시작합니다. 가족들의 아픔에 함께 합니다. 잊지 않겠습니다.
2011년 8월 22일 열린 첫 공판 이래 7년째 재판을 방청, 기록한 <미디어오늘> 조현호 기자가 57명의 증언자의 증언을 중심으로 엮은 800여쪽의 기록입니다. '천안함 7년, 의문의 기록' 구매 - 교보문고 예스24 알라딘 인터파크 (클릭하시면 구매 사이트로 연결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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