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의회가 법률유보원칙에 반하는 조례를 제정해 웃음거리가 되고 있다. 세종시의회는 지난 6월 27일 본회의에서 전국에서 처음으로 박영송(44) 의원이 대표 발의한 ‘방과후학교 운영 및 지원에 관한 조례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지방의회에서 방과후학교 조례가 본회의를 통과한 것은 올해 초 경기도의회에 이어 두 번째이지만 경기도교육청이 재의를 요청한 상태여서 실제로는 세종시교육청이 전국에서 첫 사례가 됐다.
방과후학교는 사교육경감, 교육격차 완화, 돌봄서비스 제공 및 지역사회 학교 실현을 목표로 시작한 이래 각 학교에서 11년간 운영돼 왔으나 법적 기준조차 미흡한 상태였다. 운영주체가 법적으로 정해져 있지 않다보니 교육청은 학교에, 학교는 교육청에 책임을 전가하는 현상이 계속되면서 교사들이 사교육 뒷치닥거리를 하는 기현상이 계속되어 왔다.
지난 27일 의회를 통과한 방과후 학교 조례에는 관련 조례는 ▲교육감 및 학교장의 책무 ▲방과후학교 기본계획 수립에 관한 사항 ▲방과후학교 운영 및 지원에 관한 사항 ▲방과후학교 프로그램 설치‧운영에 관한 사항 ▲방과후학교 강사 선정, 강사료 지급, 수가료 등에 관한 사항 ▲방과후학교지원센터 운영에 관한 사항 등을 담고 있어 사교육을 학교에서 담당하는 근거를 마련했다는 비난을 받아 왔다.
세종시의 이러한 조례 제정에 대한 전교조가 민주노총 법률원에 의뢰해 받은 답변에 의하면 지방자치단체가 제정한 조례가 적법·유효하기 위한 요건으로, 첫째, 지방자치단체의 사무, 즉 ‘자치사무’에 관한 조례일 것, 둘째, 주민의 권리 제한 또는 의무 부과에 관한 사항이나 벌칙을 정할 때에는 ‘법률의 위임’이 있을 것(법률유보의 원칙), 셋째, 그 내용이 ‘법령의 범위 내’일 것(법률우위의 원칙)을 요구하고 있다.
민주노총 법률원 강영구, 이종희담당변호사의 해석에 따르면 세종시 의회가 만든 ‘방과후학교 운영 및 지원에 관한 조례안’은 첫째, 학교장과 교원에게 의무를 부과하는 내용임에도 상위 법률에 아무런 근거가 없으므로, 법률유보원칙에 반하여 위법하며 둘째, 학교장에게 방과후학교 운영을 일률적으로 강제함으로써, 법령이 부여하고 있는 학교장의 방과후학교 운영 재량권을 침해하고 있어 위법해 무효라는 해석이다
지방자치법 제22조에 따르면, 이 사건 조례안은 ‘의무 부과에 관한 사항’을 정하는 조례로서 반드시 ‘법률의 위임’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초중등교육법 제23조(교육과정 등)는 “① 학교는 교육과정을 운영하여야 한다”고 규정함으로써, 학교로 하여금 ‘교육과정’을 운영하도록 하고 있을 뿐, ‘교육과정 이외의 활동’에 대한 운영 의무를 부과하지 않고 있다(방과후학교는 초중등교육법상 ‘교육과정’이 아니며, 이는 이 사건 조례안 제2조 정의 규정에도 명시되어 있다.)
한편, 초중등교육법 제32조(기능)는 “① 국립·공립 학교에 두는 학교운영위원회는 다음 각 호의 사항을 심의한다. 6. 정규학습시간 종료 후 또는 방학기간 중의 교육활동 및 수련활동”이라고 규정하고 있으나, 이는 학교운영위원회가 ‘정규학습시간 종료 후 또는 방학기간 중의 교육활동 및 수련활동’을 심의할 수 있다는 의미일 뿐, 이러한 활동을 학교가 운영하여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나아가 다른 법률에서도 학교에 대해 정규 교육과정 이외 활동에 대한 운영 의무를 부과하고 있는 규정은 찾아볼 수 없다. 결국 이 사건 조례안은 학교장과 교원에게 정규 교육과정 이외에 방과후활동에 대한 운영의무를 부과하는 조례임에도 불구하고, 상위 법률에 아무런 근거가 없으므로, 조례제정권의 한계를 벗어나 위법하다고 것이다.
초중등교육법 제23조(교육과정 등)는 “학교는 교육과정을 운영하여야 한다”고 하여, 학교에게 ‘교육과정’ 운영의무만을 부과하고 있을 뿐, ‘교육과정 이외 활동’에 대한 운영의무를 부과하고 있지 않는다. 정규 교육과정 이외 활동을 어떻게 운영할 것인지는 전적으로 학교장의 재량에 속하는 것이다. 한편, 초중등학교 교육과정 총론(교육부 고시 제2015-74호) 역시 “학교는 학생과 학부모의 요구를 바탕으로 방과후학교 또는 방학 중 프로그램을 개설할 수 있으며, 학생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원칙으로 한다”고 하여, ‘개설한다’가 아니라, ‘개설할 수 있다’고 정함으로써, 학교에 대해 방과후학교 운영 재량권을 부여하고 있다.
그런데 이번 세종시의회가 제정한 조례는 ‘조례의 적용 대상이 되는 모든 학교는 방과후학교를 운영해야 하지만 법령에 의해 부여된 재량권이 조례에 의해 완전히 박탈된 것이다. 결국 이 조례는 모든 학교로 하여금 방과후학교 운영을 강제함으로써 학교장의 방과후학교 운영 재량권을 침해하고 있으므로, 법령의 범위 내에서 제정되었다고 볼 수 없어 조례제정권의 한계를 벗어나 위법하여 무효라고 해석했다. 공교육정상화에 앞장 서야 할 세종시교육청과 의회는 법적 근거도 없는 사교육을 학교에서 의무적으로 강제해 학교를 학원화하고 공교육을 황폐화시키겠다는 폭거를 시민들에게 사과하고 반성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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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학생들을 생각하며 하루를 시작합니다. 가족들의 아픔에 함께 합니다. 잊지 않겠습니다.
2011년 8월 22일 열린 첫 공판 이래 7년째 재판을 방청, 기록한 <미디어오늘> 조현호 기자가 57명의 증언자의 증언을 중심으로 엮은 800여쪽의 기록입니다. '천안함 7년, 의문의 기록' 구매 - 교보문고 예스24 알라딘 인터파크 (클릭하시면 구매 사이트로 연결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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