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교육청이 9일 초등학교 6학년을 대상으로 교과학습진단평가(일제고사)를 치르려다 문제를 베낀 것이 들통 나자 취소하는 소동을 빚었다. 교과부가 이날 초등학교 3∼5학년 및 중학교 1∼2학년을 대상으로 치르는 일제고사를 6학년까지 치르려다 벌어진 소동이다. 10년 만에 부활된 전국단위 일제고사는 말도 많고 탈도 많다. 일제고사를 거부한 교사가 해임되고 학부모들은 체험학습을 떠나는 등 반발이 거치지 않고 있다.
일제고사를 실시하는 이유는 ‘기초학력 미달학생과 학습부진아를 구제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그러나 전교조와 학부모 단체 등 일각에서는 일제고사는 교육 평준화를 해체하고 또 다시 학교·학생들을 ‘무한경쟁 전쟁터’로 몰아가고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필자가 초등학교시절이었으니까 1950년대쯤 됐을까? 사회시간에 ‘세계에서 제일 높은 산은?, 세계에서 제일 긴 강은...? 이런 걸 지식이라고 달달 외우게 했다. 또 태정태세문단세예성연중인명선.....’ 어쩌고 하면서 외우기 숙제를 내기도 했다. 놀이 문화가 부족한 시대였으니까 재미삼아 했다면 이해 못할 바도 아니지만 암기한 지식의 양으로 개인과 학교, 지역까지 서열화하겠다니 어이가 없다.
줄 세우기는 학교뿐만 아니다. 텔레비전을 보면 무엇이든지 서열을 매기지 못해 안달이다. 게임이나 놀이는 대부분이 서열매기기다. 전자사전 하나면 다 해결될 지식을 전교생을 모아놓고 서열을 가리는 ‘골든 벨을 울려라’는 차라리 공동체 의식이라도 심어준다고 치자. 그러나 초등학생들까지 방학까지 반납하고 일요일도 등교시켜 준비하는 문제풀이를 교육이라 할 수 있는가?
‘교육으로 가난의 대물림을 끊겠더니... 학교 교육만으로 원하는 대학에 갈 수 있도록 하겠다’더니... 강남의 학생들과 제대로 된 학원 하나 없는 시골 학생을 한 줄로 세울 수 있을까? 기준이나 원칙이 없는 경기는 공정한 게임이 아니다. 능력의 차를 부정하자는 말이 아니다. 효율을 위해 경쟁이 필요하다는 것도 이해 못할 바 아니다. 지식으로, 돈으로, 권력으로, 미모로, 끝없는 한 줄로 세우겠다는 것은 공정한 경쟁이 아니다. 과정은 생략되고 결과가 선(善)이 되는 풍토에서는 승자만 정당화되는 진흙탕 싸움판이 계속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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