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25년 동안 경주마처럼 길고 긴 트랙을 질주해왔다. 우수한 경주마로, 함께 트랙을 질주하는 무수한 친구들을 제치고 넘어뜨린 것을 기뻐하면서. 나를 앞질러 달려가는 친구들 때문에 불안해하면서. 그렇게 소위 '명문대 입학'이라는 첫 관문을 통과했다.....’ 지난 10일 고려대 경영학과 김예슬씨는 ‘오늘 나는 대학을 그만둔다, 아니 거부한다’는 대자보를 정경대 후문에 붙이고 ‘자발적 퇴교선언’을 해 신선한 충격을 주고 있다.
<출처 : '김예슬 선언' 앞에 부끄러운 고려대 교수 - 오마이뉴스>
‘'자격증 장사 브로커'가 된 대학, 그것이 이 시대 대학의 진실임을 마주하고 있다. 대학은 글로벌 자본과 대기업에 가장 효율적으로 '부품'을 공급하는 하청업체가 되어 내 이마에 바코드를 새긴다. 국가는 다시 대학의 하청업체가 되어, 의무교육이라는 이름으로 12년간 규격화된 인간제품을 만들어 올려 보낸다....’ 김예슬씨의 자퇴선언은 이 시대의 아픔을 온몸으로 저항하는 절규다. 그의 글을 읽고 있노라면 마치 1970년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 내 죽음을 헛되이 하지 말라.’며 분신한 전태일을 연상케 한다.
초·중등학교는 대학의 하청업체가 되고 대학은 학생들을 자본과 기업의 ‘부품’을 키우면서 부끄러워 할 줄도 모르는 세태.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온갖 모순이 용인되는 현실... 현대를 사는 사람치고 학벌이 만들어 놓은 굴레에서 자유스러운 사람이 얼마나 될까? 정치,경제,사회,문화가 학연으로 얽히고 종교와 언론까지 이성을 잃은 지 오래다. 사용가치로 사람을 등급매기는 사회. 자본의 필요에 의해 인간을 길들이고 규격화하는 사회에서 사람은 사람대접 받기는 어렵다. 학벌과 자격증이라는 굴레, 돈과 명예와 허례허식과 이데올로기의 노예가 된 사회에서는 사람이 인간답게 살기를 기대할 수 없다.
자본의 입맛에 맞게 길들여지기를 강요당하는 사회에서 벗어나고 싶은 욕구는 김예슬씨 뿐이겠는가. ‘생각한 대로 말하고, 말한 대로 행동하고, 행동한 대로 살아내겠다’는 의지와 용기... 그 굴레를 벗어나지 않고서는 우리가 추구하는 삶의 질이란 제자리걸음이다. ‘삶의 목적인 삶’ 그 자체를 살기 위해서는 우리에게 덧씌워진 굴레를 벗어던져야한다. 이런 의미에서 김예슬선언은 이 시대를 향해 던지는 인간선언이요, 경고장이다. 교육의 이름으로 자행되는 온갖 모순들, 이제 우리는 그 부끄러운 가면을 벗어야할 때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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