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 감독을 들어갔을 때 일이다. OMR카드를 먼저 나눠주고 문제지를 나눠주려고 하는데 뒤에 앉은 한 학생이 OMR카드에 부지런히 마킹하고 있었다.
‘아~니 문제지도 안보고 답을 적다니...?’
시험분위기를 망칠 것 같아 문제지를 다 나눠준 뒤 문제의 학생(?)에게 다가갔다.
“야! 넌 귀신이냐? 어떻게 문제지를 보지 않고도 답을 적을 수 있니?”
했더니 답지를 완성하고 엎드려 있던 학생이 졸리는 눈을 치켜뜨면서 귀찮다는 듯이...
“선생님! 문제지 보나마나 똑같습니다”
<자료 : 전국교직원 노동조합 홈페이지에서>
뭘 몰라도 한참 모른다는 듯이 시험지를 깔고 다시 엎드리는 것이었다. OMR카드를 보았더니 답이 모두 똑같은 번호였다.
이 학생뿐만 아니다. 문제지를 다 나눠준 뒤 5분도 채 안 돼, 5~6명이 시험지를 엎어놓고 엎드린다. 10분정도 지나면 전체 45명 가운데 반 가까운 학생들이..., 시험이 거의 끝날 무렵이면 서너명 정도가 문제를 풀고 있을 뿐이다. 인문계 고교의 시험장 풍경이다.
중고등학교는 매 학기에 평균 2회 실시하는 내신 정기고사(중간·기말고사) 외에도 도학력평가, 모의고사, 일제고사, 고입선발고사, 전국단위 학업성취도 평가 등 적게는 7번, 많게는 12번까지 시험을 본다. 고3의 경우, 진도도 나가기 전 3월부터 수능모의고사를 치기 시작해 연간 한 달 이상을 시험을 치르는데 시간을 보낸다.
평가란 교육과정에 명시한 목표 달성을 측정하거나 교육계획 수립을 위한 정보를 수집, 적용하는 일련의 과정이다. 그러나 현재 학교에서 시행하고 있는 평가는 평가가 목적으로 둔갑해 평가 만능주의, 일등지상주의로 변질되고 있다. 학생간. 학급간뿐만 아니라 학교간, 시군단위, 전국단위로 비교, 서열화하고 심지어 교원평가까지 연계하겠다는 것이다. 명문대학 합격자 수로 고교를 서열화하고 고시합격자 수로 대학을 등급화 하는 나라에 과연 교육다운 교육이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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