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장이 할 수 있는 것이 있고, 할 수 없는 것이 있는데 의장은 어디까지나 법에 따라 할 수밖에 없다” 국회의장 해임까지 운운하면서 법안 직권상정 압력을 가하는 당·정·청의 초헌법적 사태에 대해 정의화국회의장이 한 말이다. 얼마나 멋진 말인가? 옳고 그른 것을 분별해 소진껏 책무에 충실한 모습... 그는 단호히 말했다. 입법부 수장으로서 “과연 지금 경제상황을 국가비상사태로 볼 수 있느냐는 것에는 동의할 수 없다”고...
자신이 가진 권리를 정당하게 사용한다는 것은 지극히 상식적인 일이요, 당연한 일이지만 변칙이 지배하는 세상에는 그게 오히려 아름답게 보인다. 정의화국회의장의 노동법과 경제활성화 법안 등 쟁점법안을 직권상정 하라는 당·정·청의 요구를 거부한 모습을 보면서 사람들이 환호하는 이유가 그렇다.
살다보면 가끔 이런 사람들을 만난다. 유승민 전 새누리당원내대표의 마치 시민단체의 목소리 같은 국회연설을 들은 야당을 물론 일반 시민들도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당시 정의화국회의장의 모습을 본 야당은 물론 일반 시민들까지 열광적인 지지와 성원을 보냈다. 그랬던 정의장이 왜 테러 방지법을 직권상정 했을까? 정의장의 변심(?)을 본 국민들은 그의 테러방지법 직권상정에 대해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기’격으로 허탈해 하고 있다.
노동자들의 해고를 쉽게 하고 그들의 임금을 삭감하는 노동법을 반대하면서 왜 ‘계엄령보다 더 휘두르기 쉽고 국정원장이 의심만 하면 누구든지 사찰할 수 있는...’ 희대의 악법이 될 수도 있는 테러 방지법을 왜 직권 상정하는가? 노동법을 악법이고 테러방지법은 괜찮은 법이라고 판단하기 때문일까? 정의화국회의장이 테러방지법을 직권 상정한 이유는 ‘우리나라의 현 상황을 “구체적인 테러 위협”을 받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처리가 지연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사람은 겪어봐야 안다’는 말이 있다. 맞는 말일까? 순진한 사람들은 사람들의 겉모습만 보고 자기 맘 같은 줄 안다. 본질을 감추고 거짓 착한채 하는 사람의 속내를 알 수 없는 것이다. 그런데 조금만 지혜로운 사람들은 현상이 아닌 본질을 보고 진짜와 가짜를 구별할 수 있다. 보통사람들은 외모를 보거나 학벌을 보고 사람 됨됨이를 믿는 경향이 있다. 외모나 학벌이 좋으면 좋은 직장이나 사회적 지위가 높으면 끔하면 인격적으로 훌륭한 사람으로 믿는다. 과연 그럴까?
‘사람은 좋은데 정당이 싫다’는 사람들이 있다. 진보정당에 소속된 사람을 보고 노인들이 하는 말이다. 노인들은 정당정치에서 정당이 추구하는 정강이나 이념을 보지 않고 ‘예의바른 사람= 훌륭한 사람’이라도 판단한다. 정치인을 보는 사람들의 시각도 별 다르지 않다. 동네에서 만나면 막거리 잔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이면 인격적으로 좋은 사람으로 믿는다. 정의화의장을 보는 시민들의 시각도 마찬가지다. 부분을 보고 전체라고 판단하는 것은 심각한 오류를 범할 수 있다.
<이미지 출처 : 스포츠 닷컴>
사람이 개인적으로는 좋다는 것과 정당의 한 구성원으로서 좋다는 것과는 다르다. 김종인이 여당에서 야당으로 왔기 때문에 사람이 달라진 건 아니다. 김문수와 이재오를 보라. 그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가? 민주화의 상징적인 존재였던 그들이 배신자의 상징 같은 인물이 된 이유가 무엇인가? 유승민이 국회연설이 야당 같은 발언을 했다고 그가 딴 사람이 된 것은 결코 아니다. 우리는 역사적으로 명멸한 수많은 사람들을 보아왔다. 때로는 민주투사로 때로는 황경운동의 대부로... 그런 그들 중에 다른 삶을 살고 있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부분을 보고 전체라고 판단하는 것은 심각한 판단의 오류다. 인기에 영합하기 위해 입에 발린 말 몇 마디로 순진한 사람들의 마음을 홀리는 노림수에 속아서는 안 된다. 새누리당이 이름을 바꾸고 로고가 바뀌었다고 당의 정체성까지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그가 세상을 놀라게 하는 사자후에 사람들의 영혼을 빼앗고 마음까지 내놓지만 그들이 양인지 늑대인지 구별하기 위해서는 그가 살아 온 역사를 짚어봐야 한다. 새누리당에도 좋은 사람은 있다. 그러나 그가 인간적으로 아무리 좋아도 새누리당원인 이상 약자의 편에 서지 못한다. 마치 빨강 옷을 입었다고 빨갱이가 아닌 것처럼 말로야 무슨 소리 못하겠는가? 현상을 본질이라고 착각하는 한 민주주의도 복지사회도 기대하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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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학생들을 생각하며 하루를 시작합니다.
가족들의 아픔에 함께 합니다. 잊지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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