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3+6m2+5m=27n3+9n2+9n+1을 만족하는 정수 m, n의 순서쌍 (m, n)의 개수를 구하는 문제’와 같은 수학문제 풀이 능력과 ‘우리가 즐겨먹는 빵에 무엇을 넣어 조제하는지 아는 것’ 중에서 어느 것이 더 중요할까? 빵을 만드는 과정에는 제빵 개량제, 산화방지제, 합성착색료, 유화제, 이형제, 보존료가 사용된다는 것을 아는 사람들은 얼마나 될까? 더구나 제빵 개량제니 산화방지제, 합성착색료, 유화제가 인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기나 할까? 아니 빵이며 과자류를 살 때 표지에 깨알같이 적힌 식품첨가물을 확인이라도 하고 사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학문무용론을 주장하는 게 아니다. 학문보다 당연히 건강이 우선인데 내가 매일같이 먹는 음식이 과연 내 생명과 건강을 지킬 수 있는지의 여부를 판단할 수 없다면 그런 학문이 과연 얼마나 가치 있을까? 돈벌이를 위해서라면 성을 상품화하고 쓰레기 만두까지 만들어 팔기를 불사하는 게 상업주의다. 지식이 아무리 많아도 지혜롭지 못한 사람은 그 지식을 올바르게 사용할 줄 모른다. 판단능력이 없는 사람이 습득한 암기한 지식이란 철없는 아이에게 칼을 쥐어 준 것 만큼이나 위험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왜 학교는 아이들에게 지식을 사용할 수 있는 철학을 가르치지 않을까? 왜 학교는 인성이나 건강보다 공부(성적)만 잘하면 된다고 강변하는 것일까?
민주시민사회에서 학교가 해야 할 가장 우선적인 교육은 사람을 사람답게 키우는 인성교육이요, 민주시민교육이다. 그런데 정부수립 후 지금까지 학교는 입시교육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끊임없이 한 줄 세우기 주입식 암기교육을 계속해 왔다. 학교에서 인성교육을 못하는 이유와 입시교육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이유가 학원재벌과 무관하지 않다. 또한 학벌이 만들어 놓은 병폐와 학부모의 이기심, 학원재벌이 된 언론도 공범임을 부인힐 수 없다. 학교의 황폐화는 교사의 능력보다 교육을 상품화시켜 돈벌이 대상으로 만드는 자본주의가 학교교육을 병들게 하고 있는 것이다.
막가파식 자본주의, 미국과 같은 자본주의 모순이 첨예화한 나라의 교육을 모방한 우리교육이 교육다운 교육을 할 수 있을까? 자본의 입김뿐만 아니라 지연, 학연, 혈연과 같은 연고주의까지 가세하고 학벌까지 지배하는 사회에서 말이다. 집권세력의 철학만 확고하다면 사교육문제며 황폐화된 학교를 살릴 수 없는 것도 아니다. 교육의 살리지 못하는 이유 중의 하나는 집권세력의 태생적인 한계와도 무관하지 않다. 이에 기생한 사이비 언론이 있고 지식 전달을 교육으로 착각하는 교사들이 있는 한 학교가 교육다운 교육을 하기를 기대하기 어렵다.
일제잔재청산에 실패한 역사는 교육의 실패로 이어진다. 해방정국에서 권력을 장악한 세력은 민족을 배신했거나 친일 세력이 주류였다. 정부 수립 후 1960년 4월까지, 곧 이승만 정권 12년간의 각료는 국무총리 이하 115명이다. 이 중 재임 또는 두 번 이상 역임한 19명을 추리면 그 실질 연인원은 96명이다. 이들 중 해외 독립운동자는 단 4명, 국내 민족투사 8명을 합해서 그 비율은 12.5%뿐이다. 해방 이후 경찰의 총경 70%와 경감 40%, 그리고 경위 15%가 일제 경찰 출신이었다. 경찰뿐만 아니다. 국회의원을 비롯한 정치인, 군인, 법관들... 중 친일 세력과 무관한 사람들이 과연 몇%일까? 똑똑한 국민을 키우지 않으려는 이유는 집권세력의 태생적인 한계와 무관하지 않다.
비판의식이 거세된 채 운명론자로 살아가면 누가 좋아할까? 역사의 진실을 가르치면 가장 싫어할 세력은 누굴까? 민주의식을 가진 비판 능력을 가진 국민을 양성하면 가장 두려워하는 세력은 누굴까? 철학을 가르치자면 누가 가장 싫어할까? 벌(閥)사회가 나쁘다는 걸 가르치자면 누가 싫어할까? 역사를 덮어두고 교육을 하자고? 교육이 정치와 무관하다고? 승자독식의 벌(閥)문화가 바뀌지 않고 연고주의가 지배하는 사회. 신을 팔아 치부하는 종교 세력과 국민의 눈을 감기는 언론이 있고, 분노할 줄 모르는 교사들이 있는데 학교에서 교육다운 교육이 가능할까? 자본이 원하는 순종적인 인간상, 운명론자로 키우는 교육을 하자면서, 교사는 교과서나 가르치라면서 어떻게 교육을 살릴 수 있는가?
- 이미지 출처 : 다음 검색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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