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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관련자료/교육칼럼

교과서가 틀렸어요!

by 참교육 2009. 6.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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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사람은 교과서예요!”라고 하면 ‘원칙주의자’ 혹은 ‘융통성이 없어 답답한 사람’으로 표현하는 말이다. 그만큼 교과서란 ‘표준’으로 공인을 받아 온 셈이다. 교과용 도서에 관한 규정 제2조를 보면 교과서는 '학교에서 교육을 위해 사용하는 학생용의 주된 교재'라고 정의하고 있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보면 교과서를 ‘국정’ 혹은 ‘검인정’으로 만들어 건강하게 성장해야할 2세 국민들을 국가의 시각에 맞춰 ‘국가가 원하는 인간’을 양성해 왔음을 부인할 수 없다.

사회민주화가 진전되면서 교과서도 국정에서 검인정으로 바뀌고 있다. 수학능력고사가 있는 나라에서 ‘검인정 교과서’란 사실상 ‘국정교과서’나 다름없지만 그래도 출판사의 성향에 따라 다소의 차이를 보일 수 있다. 이 정도 차이도 못 견디는 수구세력들은 결국 뉴라이트계 시각의 역사교과서를 만들고 말았다. 이름만 검인정제도를 유지하고 있기는 하지만 나름대로 국정제도보다 검인정제도는 기대할 게 많다. 그러나 과거가 부끄러운 수구세력들은 이 정도 검인정제도도 용납할 수 없다는 자세다.

표준이 돼야할 교과서가 수구세력의 시각으로 바뀌면 어떻게 될까? 교과서가 ‘표준 지식(?)’이 되지 못하고 집권 세력이나 기득권 세력의 시각에 맞추면 학교는 어떤 인간을 양성하게 되는가? 국가인권위원회는 25일 초·중·고교 교과서 집필자·편집자들과 ‘인권 친화적 교과서 도입을 위한 간담회’를 개최하고 교과서의 인권침해 사례를 소개한 내용을 보면 어이가 없다. 초등학교 6학년 도덕 교과서(163쪽) ‘세계의 불행한 어린이를 돕자’는 ‘불행한 어린이’에 소녀가장·장애아·고아를 열거해놓고 있어 ‘장애, 고아=불행’이라는 편견을 가질 수 있도록 서술되어 있다.

초등 6학년 영어 7단원 ‘직업카드’ = 의사·조종사·경찰은 남성, 교사·간호사는 여성(사진 : 경향신문에서)

중학교 3학년 도덕 교과서(151쪽)에는 명절문화 개선을 소개하면서 “음식준비, 손님맞이 등으로 고생하는 여자들을 배려하여 역할을 나누고 협력하는 자세를 가져야 하겠다”고 서술하고 있다. 명절 음식준비는 여성의 역할임을 전제하는 성차별적 서술이다. 초등학교 6학년 영어 7단원 직업카드에는 의사·조종사·경찰은 남성, 교사·간호사는 여성으로 그려져 있다. 또한 고등학교 사회 교과서(ㄱ 출판사, 108쪽)에는 국제협약 관련 각국 대표를 모두 남성으로 그려놓았다.

고등 도덕 80쪽 = 장애인과 봉사자들의 모습을 ‘도덕공동체’로 서술(사진 : 경향신문에서)

그밖에도 교육과학기술부 검인정을 받은 고등학교 사회 교과서(ㅈ 출판사 249쪽)에는 ‘결손가정’이 ‘정상가정’의 반대 용어로 제시돼 있다. 같은 교과서 267쪽에는 ‘장애인’이 ‘정상인’과 대비되는 개념으로 서술돼 있고 중학교 3학년 도덕 교과서(143쪽)는 가족 건강지수를 점검하는 내용에서 ‘한 부모 가정=건강하지 못한 가정’으로 받아들여질 소지가 있는 내용도 담고 있다. (2009. 6. 26 경향신문)

 철학이 없는 기술자는 자신의 잔재주로 사람을 괴롭히는 도구를 만들 수도 있고 철학이 없는 부자는 약자의 고통을 만들어 낸다. 철학이 없는 교육자, 철학이 없는 교육 관료는 교과서에 변칙을 담아 사이비 인간을 양성하는 일에 방관하거나 일조할 수도 있다. 지식만 주입해 ‘암기한 양’으로 인간을 서열화시키는 사회에서는 배부른 돼지를 양산할지언정 생각하는 사람을 양성하기는 어렵다. 주관적이고 이기적인 인간, 사회적인 존재가 아닌 개인적인 인간을 양성하는 가치관으로는 ‘인격적인 존재로서의 인간’을 길러 낼 수 없다.

단세포적인 인간, 시비를 가릴 수도 없고 해야 할 일과 해서는 안 되는 일을 구별할 줄 모르는 인간이 살아가는 세상에는 힘의 논리가 정당화된다. 이러한 세상을 바라는 이는 누굴까? 과거가 부끄러운 사람.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결과만 인정받고 싶어 하는 기득권 세력들이 원하는 인간상이다. 역사를 왜곡해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키려는 자는 역사의 범죄자다. 신문지법과 방송법을 바꿔 기득권 논리를 정당화시키겠다는 세력들이 꿈꾸는 세상은 ‘근면’과 ‘정직’ 그리고 세상을 보지 못하는 ‘청맹과니’ 순진파들이 사는 인간세상이다. 교과서가 표준이 되지 못하는 한 인간해방도 역사발전도 기대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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