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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관련자료/학교

40년 만에 만난 제자들과...

by 참교육 2009. 5.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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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 전.
군대를 제대하고 난 후 첫 발령을 받은 학교.
경북 칠곡군 석적초등학교
1969년 26세에 열두살짜리 4학년 담임을 맡았던 제자들과 40년만에 만났습니다.
총동창회를 한다는 연락을 받고 첫발령 받은 기분으로 찾아간 학교.
코흘리게 꼬마들이 50이 넘은 장년이 되어 이런 모습으로 기념 사진을 찍기도 하고....
신기하게도 이들은 하나같이 고향을 떠나 뿔뿔이 흩어지는 도시와는 달리 상당 수 지역에서 고향을 지키며 살고 있었습니다.  
이름을 보니 옛날 열한두살 때 얼굴은 기억 나는데 현재의 모습은 세월을 담아 낯선 얼굴을 하고 있었습니다.  
"넌 키가 작아 제일 앞자리에 앉았지?"
"너는 집이 남율동이었잖아?"
이름을 보며 잊었던 40년을 되살리고...
"우리가 특히 선생님이 기억에 남는 것은 하루 한가지씩 동화를 들려 주셨잖아요?"
 첫 발령지 학교에서 겨우 1년 반 만에... 본인이 원하지도 않은 학교로 강제 전출당하게 된사연이 있습니다.
전화도 전기도 없었던 학교.
사택이라고 임시로 지은 가건물에 처녀, 총각.. 그리고 교장선생님이 살림을 하고 있었고....
왜관에서 출퇴근하시는 선생님이 퇴근하고 나면 산 밑의 동네에는 개 짖는 소리와 개구리만 들리는 학교.
선생님 수가 적어 연탄불을 피우는 숙직실에 숙직은 왜 그리 자주 돌아 오는지...
언젠가는 연탄가스에 중독돼 하루종일 머리가 아파 수업읋 하기도 어려웠던 때도 있었고,,,,
이런 학교에 발령을 받아 오신 교장선생님이 한 가족처럼 아들 딸처럼 가르치고 이끌어 주셨으면 얼마나 좋아을까?
장학사의 기질이 있어서일까?
선생님의 일거수 일투족은 물론 환경정리며 수업시간에 찾아와 메모를 했다가 직원 회의 때 공개적으로 망신(?)을 주던 교장선생님 때문에...
학교 생활뿐만 아니었습니다.
심지어 학부모가 선생님들에게 보낸 수박을 교육청에 선물을 했다는 어떤 선생님의 제보(?)로 혈기 왕성한 초년병(교장 교감을 빼면 열명 선생님 대부분이 초임 내지는 굦빅경력 2~3년) 선생님들의 오기를 자국했던것.

퇴근 전 나무 그늘 밑에서
"우리 사표를내면 어떨까?"
어떤 선생님의 제안에 
"좋다. 집단으로 사표를 내자!"
무시무시한 음모를 이렇게 간단하게 결정하고 그자리에서 도장을 써서 교육청이 있는 왜관에서 퇴근하는 선생님편에 교육청으로 전하고...
이튿날 10명의 교사 전원이 출근하지 않고 사택에 있던 선생님조차 떠나버렸는데...
사건이 어떻게 전개 됐을까 짐작하기는 어렵지 않을 것입니다.
<40년 전에는 상상도 못할만큼 잘정돈되고 첨단 시설로 꾸며진 교실...>
집단 사표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하나씩 둘씩 강제내신으로 울며 떠났던 학교....
69년 첫발령.
70년에 그런 일을 저지르고 이듬에 1년반 만에 쫒겨났던 학교...
나도 잊을 수 없었지만 그때 열 한두살짜리 제자들도 우리를 잊지 않고 기억하고 있었다. 
<꽃을 달지만 않았으면 누가 선생님인지 누가 제자인지 구별이 될까?>
40년이라는 세워이 지나간 학교!
전교생이라야 겨우 67명(?).
1936년 개교한 이 학교는 교육기관으로서 초등학교라기 보다 
지역의 주민들의 구심체가 되는 공동체로서 자리매김하고 있었습니다.
'작은학교 죽이기...'
'학생이 100명 이하인 학교 폐교'라는 정부 방침에 용케도 살아남아 있는 이학교는 겉으로는 40년 전 모습 그대로였습니다. 
70이 넘은 선배들과 30대 후배들이 만난 하루는 나이와 동기를 떠나 신나고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우리를 초청한 제자(33회)들이 주체가 되어 연 지역축제.
군수며 읍장이며 파출소장까지 오셔서 축사를 하고...
풍부한 식견과 안목으로 세상을 보는 지혜를 가르치지 못했다는 미안함보다 만나고 싶은 마음으로 달려간 40년전. 한 일보다 받은 대접이 커서 미안한 짐을 떠안고 오긴 했지만 이들이 건강하게 살고 있는 모습에 마음 흐믓함은 교사이기에 느낄 수 있는 감정 아닐까? 
아내와 기어이 사진을 찍겠다며 포즈를 취한 제자(왼쪽)...
대구에서 사업을 하고 있다는 이 친구는 3살짜리 손자 사진을 휴대폰에 담고 다니며 자랑을 하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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