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하(김용택)에 대한 저작권위반 피의 사건에 관하여 문의할 일이 있으니...당서 수사과 지능팀으로 출석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이런 내용이었다.
한달 치 두 번째 주사를 맞자 속이 울렁거리고 밥을 먹을 수 없을 정도였는데 다섯 번을 다 맞자 입 안이 헐고 손이며 얼굴이 흑인같이 됐다. 뿐만 아니었다. 물만 먹어도 그대로 화장실로 직행해야하는 고통을 견디다 못해 응급실 신세를 졌다. 다음 날 입원까지 했다가 퇴원해 보니 나의 ‘다음 블로그’에 리멤버링 유(Remembering You)라는 배경음악이 저작권법을 어겼다는 것이다.
욕심이 많아서일까? 이 황당한 교육, 무너진 교육을 살릴 수 있는 길이 없을까? 시간이 나는 대로 홈페이지며 다음과 네이버에 카페며 블로그 그리고 SBS 블로그까지 운영하면서 내가 쓴 교육칼럼이며 교육뉴스를 통해 교육의 문제점을 개선해 보려고 했다. 그런데 내 글을 읽어 본 사람이면 알겠지만 딱딱하고 재미없기로 소문이 날(?) 정도다. 이걸 좀 부드럽게 하겠다고 잘 찍지도 못하는 사진이며 남의 시에 음악까지 올려 방문객을 유인(?) 해 오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 노고(?) 덕분인지 네이버 블로그의 경우 하루 수백명씩 찾아오는 분들이 있어 힘이나긴 했지만 워낙 여러개 카페와 블로그를 운영하느라 모종의 결단이 필요했다. 다음과 SBS 그리고 엠파스 블로그를 닫고 티스토리와 내 홈페이지(http://chamstory.net/) 하나만 운영하기로 결정하고 사실상 다른 블로그와 카페는 문을 닫은 상태였다. 다음블로그의 경우 거의 1년동안 팽개쳐 뒀었는데 저작권이라니....
아픔 몸을 이끌고 중부경찰서 지능팀으로 찾아갔더니 담당자 왈 “음반회사가 자기회사와 계약한 음악을 퍼가서 옮기거나 카페 등에 옮기는 초등학생까지 무작위로 고발하는 바람에 골치가 아프다”는 것이었다. “선생님뿐만 아니라 수백 수천명이 고발돼 초범의 경우 기소유예처분을 하고 있습니다”라는 것이었다. 다행히 벌금을 물어 전과자가 되지 않은 것은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영 기분이 개운치 않았다.
경찰서에서 돌아오는 즉시로 팽개쳐뒀던 카페나 블로그를 찾아 시와 음악을 지우기 시작했다. 홈페이지를 만드는 일은 솜씨가 있는 분들의 도움을 받기도 하고 내 힘으로 겨우 만든 카페나 블로그의 경우 형식이며 내용이 빈약하기 짝이 없었다. 여기다 욕심은 많아 남의 음악을 수천 수만개나 퍼다 옮겨 놨으니 이걸 지우는데 무려 3일간이나 소요됐다. ‘늦게 배운 도둑질 밤새는 줄 모른다’고 했던가?
움직이는 그림이면 배경음악을 깔아 듣는 음악이며 시는 감수성이 메마른 나 같은 사람에게는 신비스럽기까지 했다. 뒤늦게 HTML이며 소스를 조금씩 배워가며 만들어뒀던 정성이 담긴 자료를 지우는 심정은 착잡했다. 도대체 지적 소유권이 뭐기에 상업적인 목적이 아닌 순수한 정서적 여유까지 뺏겨야 하는지...? 몇 년 전 소리바다에서 저작권과 정보공유문제를 놓고 팽팽한 신경전을 벌였던 일이 새삼스럽게 떠올랐다.
‘이 사이트의 모든 자료들은 돈벌이나 사회적인 억압을 위한 용도가 아니라면 원저자의 의도를 훼손하지 않는 범위 한에서 마음대로 복제, 변형하여 사용할 수 있습니다.’
제 홈페이지(http://chamstory.net/)하단에 게시된 글이다. 홈페이지를 개설(2000년 6월) 후 무려 70만명이 다녀갔지만 방문자들에게 모든 자료를 개방해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물론 저작권을 무시하자는 건 아니다. 그러나 저작권에 대한 개념은 다른 의미로 해석되어야 한다. ‘내가 작곡했으니까 내꺼다’ 라는 사고는 지나친 횡포가 아닐까? 악보며 글자까지 자신의 소유권으로 묶어 두겠다는 것은 정보 공유에 대한 지나친 확대 해석이다.
밥그릇까지 내놓으라는 얘기는 아니다. 목구멍이 포도청인 사람에게는 '무슨 개뼊따귀같은 소린가?'라고 힐난할 사람들이 있겠지만 사람은 밥만 먹고 사는 게 아니다. 심금을 울리는 음악 한 곡, 시 한 수는 삶의 의미를 찾게 하는 활력소가 된다는 것은 초등학생도 다 아는 얘기다. 얘술가의 입장에서도 그렇다. 척박한 세상에서 예술의 대중화 없이 예술인이 살 길이 있을까? 내가 땀흘린 저작권을 함부로 포기하라는 말이 아니다. 그러나 상업적인 목적이 아니라면 예술의 대중화를 위해 마구잡이식 고발이 살 길일까?
저작권도 인정해 주고 정보에 목말라하는 네티즌들에게도 욕구를 충족시켜 줄 길은 없을까? 삶의 질을 높이는 길, 예술의 대중화를 위해서는 국가도 '저작권 분제'를 네티즌과 상인들의 싸움으로 구경꾼이 되어서는 안 된다. 국가는 예술의 지평확대라는 차원에서 정보공유권에 대한 권리를 인정하고 공유권을 확대해 나가려는 노력을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 근본적인 해결책 없이 초등학생들까지 마구잡이로 고발하는 상인들의 속 보이는 욕심으로는 오히려 예술의 지평을 위축시키는 자충수를 두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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