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에게는 자존심이라는 게 있다. 자존심도 없이 좌충우돌하는 사람은 정신 이상자거나 아니면 사이코다. 국가도 마찬가지다. 국가라면 당연히 국가로서 갖춰야 국격이 있다. 그래야 주변 국가들로부터 무시당하지 않고 대등한 외교관계가 가능하다. 그런데 최근 대한민국에는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되돌려 주겠다는 주권을 스스로 남의 나라에 갖다 바치겠다는 자존심도 없는 꼴이 그렇다.
<이미지 출처 : 한겨레신문>
전시작전권(전작권)을 박근혜정부가 또 연기했다. 아니 포기했다는 것이 정확한 표현이다. 그것도 대선과정에서 국민에게 ‘전작권 전환을 예정대로 시행하겠다’던 철석같은 약속을 포기하면서까지 말이다. 지난 24일,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 연례안보협의회의(SCM)에서 한미 두 나라는 ‘전작권 환수 시기는 한반도 안보 상황에 따라 결정'하기로 했다. 회수기한이 명시되지 않아 연기가 아닌 환수를 영구적으로 포기했다는 지적이다. 주권을 남의 나라에 맡기면서 국민의 동의도 얻지 않은 정부나 달랑 성명서 몇 줄 내 공약포기를 비판하는 야당을 보면서 주권자인 국민은 할 말을 잃고 있다.
주권이란 무엇인가? 한국어 사전에는 주권이란 ‘국가의 의사를 최종적으로 결정하는 권력. 대내적으로는 최고의 절대적 힘을 가지고, 대외적으로는 자주적 독립성을 가지는 권력’이라고 풀이해 놓았다. 다시 말하면 주권이란 영토, 국민과 함께 국가를 구성하는 3대 요소 중 하나다. 대한민국헌법은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요,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명시해놓았지만 박근혜정부는 국민에게 있는 주권을 국민의 동의절차도 거치지 않고 야밤에 홍두께 격으로 주권을 포기하고 말았다.
주권과 군사주권이 다르다고요? 우리헌법 제 74조 1항은 ‘대통령은 헌법과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군을 통수하는 권한을 갖는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대통령이 국군통수권을 갖는 이유는 주권국가 원수로서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주권 국가에서 전시에 작전권을 남의 나라에 맡긴다는 것은 5천만 국민의 생명을 남에게 맡기겠다는 제 2의 을사늑약이다. 국민의 생존이 달린 군사주권이야 말로 국가의 존립과 국민의 생존권이 달린 포기할 수 없는 권리다.
전시작전권의 역사는 파란만장의 역사다. 1950년 6월, 한국전쟁 발발 직후 이승만 대통령은 한국군의 작전지휘권을 유엔군 사령관에게 이양한다는 서한을 보내 한국군의 작전지휘권은 미군으로 넘어갔다. 그 후 1968년 ‘1·21 청와대 습격 사태’ 대응에 대한 한·미 간 이견 때문에 박정희 대통령이 작전통제권 환수를 요구했던 일이 있다. 1987년 새누리당 전신인 민주정의당 대통령 후보였던 노태우 전 대통령이 ‘작전통제권 환수’를 대선 공약으로 내걸었고, 1994년 12월 김영삼 대통령이 작전통제권의 일부인 ‘평시 작전통제권’(평작권)을 미군으로부터 돌려받았다.
<이미지 출처 : 구글검색>
‘전시 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에 대한 첫 약속은 노무현 때다. 2007년 2월 한-미 국방장관 회담에선 ‘2012년 4월17일’로 전작권 전환 시기를 못박고 한미연합사를 해체하기로 확정했다. 그 후 이명박 전 대통령이 보수층 표를 의식해 ‘전작권 전환 재검토’를 공약으로 내놓았고 2010년 천안함 침몰 사건을 계기로 결국 그해 6월 말 한·미는 전작권 전환 시점을 2015년 12월1일로 3년 연기했다. 이러한 우여곡절 끝에 박근혜정부가 공약을 이행하겠다고 했지만 회수시기도 못박지 않은채 ‘환수 시기는 한반도 안보 상황에 따라 결정’ 하겠다는 영구포기를 합의하게 된 것이다.
2009년 기준으로 한국의 국방비 규모는 224억3900만달러로 세계 12위 수준이다. 국내총생산(GDP)에서 국방비가 차지하는 비율은 2.52%로 영국(2.57%)과 비슷한 수준이다. 지난해 우리나라 국방비는 34조3453억원이다. 북한의 국방비 89억6500만달러 비교가 안 된다. 자주국방을 외친지 언젠데 그것도 남북간의 국방력비교에도 상대가 되지 않는 전쟁에 대비해 주권을 포기하겠다는 게 말이 되는가? 우리나라 국방예산은 국내총생산 대비 무려 2.7%다. 5천만 국민 일인당으로 환산하면 연간 70만원씩이나 든다. 이웃 중국과 일본은 국내총생산 대비 1~1.3% 정도다.
전작권 연기(?) 대가로 미국이 북한 핵과 미사일 위협을 막기 위한 사드 (THAAD) 비용의 일부를 한국이 감당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사드란 북한의 핵공격으로부터 한반도를 방어하기 위한 시스템이 아닌 미군의 군사기지 공격을 막기 위한 방어체계다. 한반도에서 전쟁이 가능하기나 할까? 상상도하기 싫지만 실제로 남한에 설치된 23개 핵발전소 중 몇 곳만 공격받으면 한반도는 영구적인 불모지가 된다. 민족의 소원인 통일을 위해 노력해야할 정부가 통일은 뒷전이고 5천만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켜 줘야할 전작권을 미국에 갖다 바치겠다는 박근혜정부는 도대체 어느 나라 정부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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