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법 행정7부(수석부장판사 민중기)는 16일 수능시험 응시학생 4명이 한국교육과정평가원과 교육부장관을 상대로 낸 세계지리과목 등급결정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세계지리 과목에 대한 등급 결정 처분을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수학능력고사의 정답이 다르다?
세상에 이런 일이... 아니 세계 토픽뉴스에 나올법한 얘기다. 수능이 뭔가? 한문제의 정답을 맞추느냐 못맞추느냐에 따라 개인의 삶의 질이 달라진다. 아니 사람가치까지 뒤바뀔 수도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그렇다. 그런 수능문제가 정답채점이 잘못돼 피해를 본 학생이 소송을 제기했고 고등법원이 피해자인 학생들의 손을 들어 준 것이다.
뜨거운 감자가 된 문제는 지난해 치른 2014학년도 수능시험 세계지리 8번 문제다. 문제부터 보자.
A - 유럽연합, B - 북미자유무역협정, NAFTA다.
교육과정평가원이 내놓은 답은 '2번'이었습니다.
나프타가 등장하면서 멕시코에 대한 투자가 급증했다는 ㉠ 지문, 유럽연합이 나프타보다 총생산액 규모가 크다는 ㉢ 지문을 옳다고 본 것이다. 교육과정평가원은 2009년 자료를 인용한 교과서를 토대로 유럽연합의 총생산량이 크다고 본 거다.
소송을 낸 수험생들은 통계청의 2007년부터 2012년까지 통계를 토대로 NAFTA의 총생산량이 더 크다고 주장했다.
지난 1심에서는 "8번 문제에서 ㉠지문은 명백히 옳고 ㉡,㉣지문은 명백히 틀렸기 때문에 평균 수준의 수험생이 (㉠ ㉢이 있는) 2번을 정답을 고르는 데 어려움이 없다"며 원고 패소로 판결했었지만, 2심에선 수험생들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이미지 출제 : 연합뉴스>
출제오류가 처음 제기됐을 당시부터 소송 결과에 따라 큰 혼란이 예상되는 상황이었지만, 교육과정평가원과 교육부는 이를 무시하고 책임을 회피하기에 급급했다. 당시 세계지리 8번 문제에 오류가 있다는 지적은 학계와 교육계의 공통된 의견이었다. 지리교사들이 설문조사를 발표하면서까지 문제오류가 있음을 분명히 지적했다. 사실이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평가원과 교육부가 상고를 한 것은 수험생의 고통이나 피해는 안중에도 없었던 무책임의 전형이다.
고법의 판결을 두고 어떻게 할 것인가? 교육부는 또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더 이상 상고를 해 문제를 확대해서는 안 된다. 8번 문제가 틀려 등급 하락으로 원하는 대학에 불합격했다는 사실이 확인되면 당사자의 의사를 묻고 정원 외로 추가 합격을 시켜주고, 당락에 미친 영향을 증명하기 어렵더라도 당사자들이 겪었을 정신적 피해에 대해 보상을 해야 한다.
잘못을 억지를 부린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평가원과 교육부는 출제오류에 대한 잘못을 인정하고 즉각 재발방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 지금까지 대학서열에 맞춘 변별위주의 출제경향을 자격고사제로 전환함과 동시에 수능과 내신으로 간소화해야 한다. 수능 한 문제로 인생이 바뀌는 참담한 대입제도를 언제까지 고집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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