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는 편의시설도 모자라고 문화시설도 부족한 과도기적인 도시다. 갑자기 정부청사를 이전하고 계획적인 도시가 형성되다 보니 아직도 아쉽고 부족한 게 많다. 식당이며 편의 시설이 있긴 있지만 땅값이 비싸다 보니 생필품 가격도 비싸 인근 대전이나 공주로 찾아가는 사람들이 많다. 자연히 문화에 대한 욕구는 꾹꾹 눌러 억제하고 사는 게 세종시민들이다. 영화야 인터넷에서 골라 볼 수 있지만 음악이나 연극과 같은 문화에 대한 욕구충족은 한시간 이상 걸리는 대전에 가야 가능하다.
지인의 소개로 옥탑방 고양이를 보러 대전 가톨릭문화원에 갔다. 옥탑방 고양이는 너무 잘 알려져 새삼스럽게 소개할 것도 없지만 너무 신나고 재미있어 다시 소개해 주고 싶다. 대부분 알고 있겠지만 이 연극의 줄거리를 보면 작가라는 부푼 꿈을 안고 서울로 상경한 엉뚱한 시골여자와 정체를 알 수 없는 미스터리 차가운 도시남자가 동시에 옥탑방으로 이사를 오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이중계약! 집주인은 연락이 두절된 상태. 서로 차지하겠다고 옥신각신하다 결국 그들은 하우스 메이트를 제안하기에 이르는데… 그러던 어느 날, 결국 두 사람은 대형 사고를 친고 만다. 젊은 청춘 남녀가 한 지붕에 같이 살고 있으면서 미운정 고운정이 들어가는데 ... 술까지 한잔 했으니... 다음 날 아침 한 이불 같이 덮고 잤다는 사실에 기절초풍... 전개되는 줄거리에 웃지 않고 베길 수 없다. 말하는 고양이까지 함께 사는 이야기 속에는 웃음을 강요하는 저질이 아니라 공감과 경쾌 통쾌에 박수가 절로 나온다.
두시간 가까운 연극이 언제 끝났는가 싶게 시간이 지나가 버린다. 그만큼 재미있다는 얘기다. 웃고 박수치고 공감하면서 보낸 시간... 영화나 다른 예술에서 느끼는 재미와는 질이 다르다. 처녀총각이 풀어가는 알콩 달콩한 연애 얘기지만 늙은이가 끼어 앉아 보아도 전혀 어색하지 않다. 실제로 관객 중에는 몇몇 연세 지극한 부부가 손을 꼭 잡고 앉아 보고 있었다. 아마 그들은 연극을 보면서 추억을 되살리며 또 다른 재미를 느끼지 않았을까?
연극은 재미다, 관객과 배우가 하는 되는 재미... 거기다 출연배우의 재치와 유머가 있어 보는 재미를 더해 주고 있다. 각박한 세상에 무조건 웃음만 강요하는 코미디에 진저리를 느끼는 사람이라면 옥탑방 고양이를 보고 진짜 웃음은 강요하지 않는 그래서 박수가 절로 나오는 코믹에 다시 보고 싶은 연극이다. 시든 소설이든 철학이 없는 문학이나 예술은 눈물이나 웃음을 강요하는 3류 예술이다. 웃음 속에는 팍팍한 현실을 풍자한 그래서 그 가운데 관객에게 전하는 메시지가 있어 끝나고 나서도 여운이 오래 남는 연극, 옥탑방 고양이... 삶에 지친 사람들에게 한 번 쯤 이런 호사를 누릴 수 있도록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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