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의 B 중학교는 비싼 신발이나 책가방을 쓰면 벌점 3점을 준다. 인근 C 중학교는 부모의 차를 타고 등교하면 벌점 1점을 매긴다. 친구의 흡연 사실을 알리는 등 아이들끼리는 이른바 ‘고자질’이라고 생각하는 일을 하면 상점을 주는 학교도 많다. 상급학교에 진학할 때 불리할까 봐 일종의 ‘그린마일리지 세탁’를 세탁하는 경우도 있다. “벌점이 쌓인 아이가 자신의 돈을 마치 주운 것처럼 속여 교사에게 가져다 줘 상점을 받은 사례도 있다.”(서울신문)
<이미지 출처 : 오마이뉴스>
오는 9원 1일부터 경기도 교육감의 ‘상·벌점제’가 수구세력들의 집중포화를 당하고 있다. 진보교육감들의 정책에 흠집내기를 일삼아 오던 조중동과 수구세력 그리고 교원단체인 교총까지 나서서 상벌점제가 시행되면 "학생 지도 방안이 사라지게 됐다"며 반발하고 있다. 상벌점제란 무엇인가? 교육부가 2009년부터 ‘체벌 없는 인권, 친화적 학교문화 조성을 위해 도입한 생활 평점제(상·벌점제)가 상벌점제다. 체벌을 금지하고 상벌점제에 대한 이미지가 좋지 않자 학교마다 그린마일리지라는 이름으로 바꿔 전국 대부분 학교들이 시행 중이다.
들키지만 않으면 죄가 되지 않는 상벌점제로 학생들을 통제하는 것이 과연 교육적일까? 똑같은 일을 저질렀는데 들킨 학생은 범법자가 되고 운이 졸아 들키지 않은 학생은 도덕적인 학생인가? 학생들의 행동을 점수화해 평가하는 것이 교육적이라고 할 수 있는가? 상점제도 마찬가지다. 선행이란 마음에서 우러난 행위여야 하지만 상을 받기 위해 하는 행위는 자칫 이중인격자를 만들어놓을 수도 있다. 진정한 선행은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는 것이다. 상도 벌도 행위자체를 놓고 평가하는 게 어떻게 교육적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지각 한 번에 1점, 명찰 미부착 한 번 1점, 마시지 말라는 시간에 음료수 마시면 1점.... 익산의 한 고등학교에서는 책가방의 크기가 학생의 가방으로서 크기가 좀 작거나 너무 큰 가방으로 등교하는 학생에게 벌점 5점을 매기기도 했다. 또 어떤 학교는 친구의 흡연사실을 신고하면 상점을 주는 학교도 있다. 어떤 학생이 인사 예절을 잘 지키거나 고운 말을 사용하고, 용의 복장 관리에서 다른 학생의 '본보기'가 되면 상점을 준다. 그렇다면 본보기의 기준은 무엇일까? 상벌점제가 얼마나 심각한 반교육적인지를 학생들이 지적한 문제점을 살펴보자.
<이미지 출처 : 서울신문>
[학생들이 지적한 상벌점제의 문제점]
▶ 짜증, 스트레스 유발: 벌점을 받을 때 스트레스가 된다. 자신이 좋아하는 생활을 할 수가 없다. 상벌점 의식 때문에 버겁다. 상벌점을 의식하여 재밌게 수업을 즐기지 못한다. 왜냐하면 재미있게 수업하려 하면 벌점을 준다.
▶ 남용성: 별 것 아닌 것에 벌점을 준다. 선생님이 너무 참견을 많이 한다. 작작 줘요. 별 것도 아닌 것 가지고 찌질하게 굴지 마요 어른이면 어른답게. 진짜 벌점 아니면 안 되겠다 할 때 주시는 거 아닌가요? 이중적 처벌을 한다. 벌점도 하고 처벌도 하고. 너무 남용하고 학교 생활 내에서 모든 문제에 벌점이 부과됨.
▶ 위협, 조종, 종속성: 학교 노예를 만들려고 하는 것 같다. 상점 때문에 청소하느라 수업을 소홀히 한다. 상벌점으로 아이들을 협박한다. 이거 안 하면 벌점이다. 저거 하면 상점 주겠다 이런 식으로.
이런 현실을 놓고 수구세력이나 교총이 난리다. 상벌점제를 폐지하면 교육이 불가능하기라도 한 듯 어깃장을 놓고 있다. 중앙일보는 이재정 "상벌점제 폐지" … 학교선 "교육감, 현실 너무 몰라"라는 기사에서 ‘오전 9시 등교’ 논란으로 학교 현장이 어수선한 가운데 상벌점제까지 없애겠다고 하자 교사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며 ’상벌제를 시행하면 상벌점제 말고 학생을 선도할 방법이 없다‘는 투로 호도하고 있다. 한국최대의 교원들의 조직인 한국교원단체총연합도 상벌점제를 폐지하면 학생지도가 어렵다며 반발하고 있다. 안양옥 회장은 “학교장 재량인 등교시간을 교육청 차원에서 사실상 강제하는 것은 직권남용”이라며 “학교 현실과 학부모들의 바람은 외면한 채 무리한 정책 추진으로 혼란만 키우고 있다”고 말했다.
가치내면화를 통해 학생들의 행동변화를 이끌어내는 게 인성교육이다. 체벌이 없어지고 상벌점제가 시행되면 학생지도가 어렵다는 것은 교육의 본질이 무엇인지 모르는 무지의 소치다. 상점을 잘 받기 위해 거짓말을 하고 남이 보는 앞에서 선한 척하게 만드는 게 교육인가? 양심적인 교사들이 차마 상벌점제라는 이름이 부끄러워 그린 마일리지라고 바꾼 상벌점제는 당연히 폐지되어야 한다. 학생을 이중 인격자로 만들고 교권과 인권을 구별조차 못하는 단견으로 어떻게 인성교육을 말할 자격이 있는가? 이재정경기도 교육감의 교육철학이 이 땅의 무너진 교육을 살리는 길이라는 것은 양심적인 지식인들은 모르는 이가 없다. 조중동을 비롯한 수구세력과 권력의 눈치나 보는 교총은 후안무치한 괴변으로 교육을 더 이상 황폐화시키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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