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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관련자료/학생인권

“야 임마!, 넌 학생이 머리가 그게 뭐야?”

by 참교육 2014. 3.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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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례 1

 

“야 임마!, 넌 학생이라는 자식이 머리가 그게 뭐야? 1교시 마치고 학생부로 와!, 알겠어?”

등교하던 학생이 교문에 서서 지도를 하던 학생부 선생님에게 두발단속에 걸렸다.

 

“... 제 머리가 어때서요?”

 

“야 이놈 봐라, 너 지금 선생님에게 반항하는 거야?”

 

“씨~”

 

혼잣말을 그만 선생님이 듣고 말았다.

 

“야~ 이 자식 봐라, 이거 안 되겠어, 너 몇학년 몇반이야?”

 

#. 사례 2

 

“야, 너 이리와 봐!~ 치마길이가 그게 뭐야! 너 학생 맞아?”

 

교문에서 등교하는 한 여학생이 치마길이가 유별나게 짧다. 뱀눈을 하고 지키던 학생부선생님이 그냥 넘어갈리 없다.

 

“제 치마가 어때서요? 우리반 00는 이 보다 더 길어도 괜찮던데... 에이~ 아침부터 재수 없어..”

 

“어 이놈 봐라, 뭐 재수가 없어? 너 이리와 봐!, 어~ 이것 봐, 손톱에 메뉴큐어도 칠했잖아, 어쭈 화장까지 하고... 이거 불량학생이잖아~”

 

필자가 정년퇴임하기 전 출근하는 교문에서 일상적으로 보던 일이다. 지금은 어떨까? 며칠 전 선생님들의 모임에 갔다가 요즈음도 이와 다를 바 없다는 얘기를 들었다. 10여년 전이나 지금이나 다른 게 없다니... 교문에는 언제쯤 민주주의가 살아날 수 있을까? 필자가 살고 있는 세종시에는 평준화지역이 아니어서 국제고니 명문고(?)로 지원해 가고 나머지(?) 학생들만 일반계고로 지원하기 때문에 이런 현상이 일상적으로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이미지 출처 : 오마이뉴스>

 

반면 실업계 고등학교는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들 중에 진학을 포기하고 취업을 원하는 학생들이 지원하기 때문에 오히려 50%내외 성적 학생들이 몰려 옛날보다 훨씬 좋아졌다는 것이다. 결국 중간 성적 학생들까지 뺏겼으니 일반계 고등학교가 옛날 실업계 고등학교와 뒤바뀐 형상이 되고 말았다는 한다.

 

위의 사례 #.1과 사례 #. 2는 무엇이 문제일까?

 

첫째로 교사의 학생관이 아직도 구시대의 모습과 달라진 점이 없다는 사실이다. 학생지도를 인권의 차원에서 접근하지 못하고 통제와 단속, 그리고 복종을 강요하는 시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학생이 고분고분하지 않고 선생님에게 반항하면 무조건 ‘요즘 아이들 버릇이 없다’거나 아니면 ‘선생님을 무시한다(교권)’고 판단한다.

 

 

학생들이 버릇이 없다거나 교권이 추락했다는 말에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그 전에 한 번쯤 생각해 보자. 머리카락의 길이가 왜 ‘학생다워야...’하는가? 이 ‘학생답다’는 기준은 ‘학생은 머리가 단정해야 모범적’이라는 철저한 어른중심의 가치관이다. 머리를 염색을 했다거나 길이가 그렇다. 물론 학생이 지나치기 짧은 치마를 입는다든지 또는 외모에 자나치게 관심을 갖는다는 공부에 집중하는 학생의 자세가 아니다. 그러나 ‘짧은 치마를 입은 학생은 불량학생’이라는 판단은 옳지 않다.

 

 

 

누가 이 여학생의 치마길이를 짧게 입도록 강요하는가? 외모지상주의 얼짱, 몸짱문화는 가치판단의 기준이 확립되지 않은 학생에게 이런 문화를 불어넣은 건 상업주의나 남녀불평등이 낳은 결과다. 더구나 사춘기에 남보다 더 예뻐지고 싶다거나 이성에게 돋보이고 싶어 하는 본능에 비추어 학생들게만 책임을 지우는 게 옳은가?

 

남녀공학이나 여학교에서 치마길이에 대한 선생님들과 학생들간의 신경전은 몇십년 전이나 지금이나 변한 게 없다. 학생의 치마길이는 무릎을 덮어야 학생답다는 선생님들의 시각과 허벅지가 보여야 예쁘다는 학생들의 욕망(?)은 치마길이 전쟁을 방불케 한다. 필자가 여고에 근무하고 있을 때 교문지도를 하는 선생님을 피해 담벽을 넘던 학생이 다리뼈가 부러져 병원에 입원했던 일도 있을 정도다.

 

<이미지 출처 : 오마이뉴스>

 

이미 학생인권조례가 시행되고 있는 지역도 많은데 아직까지 두발 길이로 불량과 모법을 구별하는 전근대적인 학생관은 이제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고분고분한 학생, 순종적인 학생을 학생답다고 생각하는 학생지도는 학생을 가치내면화가 아닌 이중인격자로 만들고 있는 것이다.

 

교권이란 '교사의 권력'이 아닌 '교사의 권위'의 줄임말이다. 교권을 '학생들이 교사의 권위(?)에 복종하는 것'이라고 착각해서는 안 된다. 교육이란 ‘물리적으로 학생을 제압하는 힘이 아니라 타의 간섭으로부터 벗어나 자신의 신념에 따라 행동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자신을 낮추고 학생들을 존중해 자발적으로 따르도록 할 때 완성되는 것이 교사의 권위라고 본다면 이제는 시대착오적인 교권으로 학생을 지도하겠다는 착각에서 깨어나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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