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사유’를 쓴 함영기 선생님... 나는 함영기 선생님을 잘 모른다. 컴퓨터가 학교에 처음 들어오기 시작했을 때 그는 그 분야의 최고 전문가였다. 89년 전교조 해직교사들 대부분 그랬듯이 학교에서 파면 된 후 학생들과 만날 수 있는 길을 잃자 함영기 선생님도 컴퓨터를 통해 학생들을 만나기 위해 ‘교컴(교실밖교사커뮤니티 http://eduict.org)을 운영했다. 당시 컴맹에 가깝던 나는 멀리서 부럽고 신기한 눈으로 찾아가곤 했다.
그 후 시위현장에서 혹은 전교조 집회에서 스쳐 지나가긴 했지만 어떻게 나 같은 사람을 그가 주도하는 교컴 교사연수에 과분하게 강사로 초청해 그를 만났던 일이 있다. 그리고 페이스북이나 인터넷을 통해 종종 소식을 듣고 있다. 세월이 많이 지나고 함영기가 누군지 그를 깊게 만날 수 있었으니 그것은 그가 쓴 ‘교육 사유’(바로세움 출판사) 덕분이었다.
사람이 짧은 인생을 살면서 먹고 사는데 급급해 쫓기듯이 살다 간 사람도 있지만 참으로 많은 업적으로 후세 사람들에게 귀감이 될 모범을 보이고 간 사람도 많다. 함영기선생님은 ‘교육 사유’ 외에도 ‘통하는 학교 통하는 교실을 위한 교사 리더십’, ‘인터넷에 꾸미는 온라인 학습방’, ‘바람직한 ICT 활용교육 이론과 실제’, ‘깡통@나모 웹에디터 4.com’, ‘캡틴과 함께 처음으로 만드는 홈페이지’... 등 모두 일곱권의 책을 냈다.
교육을 살리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아끼지 않는 사람... 실천하는 교사로서 또 선생님들의 선생님으로 삶을 살아가고 있는 사람이 함영기선생님이다.
우리주변에는 참 좋은 선생님이 많다. 교직생활 동안에도 그런 선생님들을 만났다. 전교조활동을 하면서 만난 아이들을 내 자시처럼 사랑하는 선생님.... 직접 만나자는 못했지만 책을 통해서 만난 가슴 따뜻한 선생님도 많다. 때로는 아버지 같은 사람, 형제 같은 그런 선생님이 있어 나는 힘든 교직생활을 마칠 수 있었다. 함영기 선생님의 ‘교육 사유’를 밑줄을 그어가며 읽으면서 현직에 있을 때 이런 책을 만날 수 있었으면... 그런 생각을 했다.
책을 읽다보면 아껴가면서 읽고 싶은 책이 있다. 함영기선생님의 ‘교육 사유’가 그런 책이다.
‘이 녀석이 교무실에 나타나면 “선생님 아들 왔네요” 라고 할 정도다. 그가 왜 나를 좋아 하게 됐는지 물어보지 않았다. ...교실에서는 표정이 어둡다가도 나를 만나라 오면 얼굴이 편안해 지는 것이 겉으로 드러났다’
선생님을 만나면 마음이 편안해 지는 선생님... 그는 인간적으로 좋기만 한 선생님이 아니다.
‘기득권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만든 법과 제도로 유지되는 절차적 민주주의를 보고 ’민주화가 완성되었다;고 한다.... 절차적 민주주의와 경쟁적 자본주의가 만났다. 그 만남의 결과는 ... 이익을 취하기 위해서는 법과 제도를 제 편에 유리하도록 만들고 권력을 유지하기 위한 제도적 기구의 설치 운영, 기득권 편에 선 권력, 소수의 의견을 고려하지 않는 다수의 횡포, 타인을 배려하지 않는 무례함, 실정법에만 저촉되지 않으면 어떤 행위도 합리화할 수 있다는 신념 등이 독버섯처럼 자라고 있다.‘ (본문 중에서)
이렇게 세상을 꿰뚫어 보는 예리함과 철학, 불의를 보고 분노할 줄 아는 마음... 그것은 교사들이 지녀야할 기본적인 품성이 아닐까? 해박한 지식과 세상을 꿰뚫어볼 줄 아는 혜안과 교육을 걱정하는 사랑의 철학이 있어 그는 학생들과 선생님으로부터 존경과 사랑을 받고 있는 것이다.
다 같이 한평생을 살아도 ‘죽지 못해 살다간 사람’이 있는가 하면 수많은 업적을 남겨 후세 사람들에게 사랑과 존경을 받는 사람이 있듯이, 교사라고 다 똑같은 교사가 아니다. 교과서에 적힌 지식을 달달 외워 시험문제 몇 개 더 맞추도록 하는 게 능력이라고 착각하는 교사가 있는가 하면 함영기선생님 같은 교사도 있다.
사람을 사랑하는 교사... 그런 교사가 아이들을 만남은 남다르다. 학생들의 인권을 존중하는가 하면 지식주입보다 아이들 한명 한명을 마치 보석처럼 아끼고 사랑한다. 기다릴 줄도 알고 용서할 줄 아는 교사, 때론 엄격하고 때론 어머니 같은 자애로움으로 아이들을 만나는 사람... 그런 품성을 가졌기에 그는 오래 기다릴 줄 아는 농부처럼 그를 만나면 아이들이 편안해 한다.
함영기는 수학선생님이다. 결과만 중시하는 교육, 수학문제까지 달달 외워 점수 몇 몇 점 더 올리는 게 교육이라고 착각하는 현실에서 그는 과정을 중시하는 교육을 고집한다. ‘교육 사유’에 적었듯이 그의 ‘교육을 바라보는 시선’은 남다르다. 사랑의 철학으로 보는 학생관, 그런 철학의 눈에 비친 교사와 학교, 그리고 수업, 평가...는 어쩌면 무너진 교육을 살리는 대안이 될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든다. 함영기선생님과 같은 분이 우리 교육계에 있다는 것이 참 고맙고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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