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교육까지 경제논리로 접근하면 어떻게 될까? 유치원교사에게 하루 60분씩 6시간 수업을 맡기면 어떤 현상이 일어날까? 초등학교 1학년 학생들도 하루에 160분(40분 기준) 4시간 수업을 하는데 3~5세 유아들에게는 하루 300분(60분 기준) 5시간 수업을 한다면 정상적인 수업이 가능할까?
지금까지 유아교육과정은 1일 3~5시간의 범위 내에서 원아의 연령, 발달단계, 지역적 특성을 고려하여 운영되어 왔다. 그런데 교육부가 지난해부터 60분 기준 하루 5시간 수업을 강제로 하도록 지침을 하달, 하루 5시간씩 교육을 시키기 위한 유치원 교육과정을 개정 중이다.
교육부의 이러한 방침에 반발해 유치원교사들은 22일, 오전 10시 30분 세종시 정부종합청사 14동-2관 교육부 앞에서 전교조 위원장, 시도지부별 유치원 위원회 위원장, 학부모 단체 대표가 참석한 가운데 기자회견을 열고 유아발달단계를 무시한 5시간 수업강제지침을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또 이날 오후 2시에는 전국의 유치원교사 1000여명이 집회를 열고 유아교육 정상화를 위한 전국교사대회를 열고 박근혜정권의 거꾸로 가는 유아정책을 규탄하는 집회를 열었다.
전교조는 기자회견에서 3세부터 5세까지의 유아에게 하루 5시간 수업을 시킨다는 것은 유아들의 연령, 발달단계, 지역적 특성을 무시한 처사라며 5시간 강제운영지침을 즉각 철회하고 현행대로 유아 발달에 맞는 3~5시간을 유지할 것을 요구했다. 유치원 교사들은 유아들에게 주당 30시간 수업도 문제지만 초등과 다른 유치원 교사에게 초등 1학년 보다 많은 하루 60분씩 5시간을 수업하도록 강제한다는 것은 어린이에 대한 폭력이리면 시정을 요구했다.
질 높은 돌봄을 위해 방과 후 전담교사를 확보
전국의 공립학교 병설 유치원은 4,300여개다. 그런데 이들 유치원에 행정업무를 전담하는 지방공무원은 단 한 명도 없다. 지금까지 병설유치원업무는 공립학교에 근무하는 일반직 교직원이 겸임하여 처리하였는데 유치원 교사들에게 매우 많은 행정 업무가 부가되고 있다. 유아들을 가르쳐야 할 교사들은 기본적인 행정 업무 외에도 공문수발, 물품 품의, E-유치원시스템, 유아학비지원 업무 등 행정 업무를 처리하다 보면 교육 활동에 전념할 수 없는 지경이다.
교육시간이 5시간으로 확대되면 자연히 방과 후 과정(기존 종일제) 시간은 줄어들게 된다. 아이들의 건강권을 위한 휴식, 간식, 놀이 등 생활 중심으로 돌봄이 이루어져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전담 교원이 배치되어야 한다. 그러나 누리과정이 5시간으로 강제되면서 방과 후 과정이 3시간으로 짧아져 교육부, 시도교육청은 전담 교원을 배치하지 않고 누리과정 교사에게 이를 떠넘기거나 비정규 계약직 보조원 배치로 땜질하고 있다.
이러한 교육부의 처사로 오늘날 유치원은 원아들은 돌봄을 제대로 받기는커녕 지나친 학습 부담으로 인해 등원을 거부하거나 유치원 생활 부적응과 같은 유아들의 문제 행동이 증가하고 있는 실정이다.
◆. 유치원교육이 정상화가 되기 위해서는...
박근혜 정부는 유아교육발전 5개년계획과 선진화 방안을 마련해 놓고 있다. 선진화 방안은 수많은 문제점을 가지고 있지만 특히 누리과정 5시간 확대 강제 방침, 방과 후 과정 및 행정 업무의 가중 등이 가장 개선해야할 문제가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이날 유치원 교사들이 교육부 앞에서 집회를 한 이유도 교육부가 누리과정 5시간 확대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전국 16개 시·도 유아장학관회의 소집, 강제 방침에 항의하기 위해서다.
<사진설명 : 김정훈 전교조 위원장이 대회사>
유아들을 교육마져 경제논리로 풀겠다는 정부... 어려운 여건을 극복해 가며 아이들을 볼보고 있는 유치원 교사들을 배려하지는 못할망정 기본교육과정을 5시간으로 확대하려는 것은 유치원 교사와 유아들에 대한 국가의 폭력이다. 교육부가 질 높은 유보 통합 실현 의지가 있다면 방과 후 과정의 정상화 및 전담교원의 확보부터 해야 한다. 이와 함께 유치원 학급당 원아 수를 OECD수준으로 축소해 학부모들이 안심하고 유치원 교사들에게 아이들을 맡길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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