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교사관련자료/교육칼럼

시합 전 승부가 결정 난 게임도 공정한 경기인가

by 참교육 2014. 1. 4.
반응형

 

                           <한겨레그림판,장봉군 화백, MB식의 무한경쟁...>

 

한 사람은 승용차로 한 사람은 자전거로 같은 출발점에서 달리기를 시키면 누가 이길까? 이런 질문을 하면 질문 하는 사람이 바보소릴 듣겠지만 이게 우리교육의 현주소다.

 

‘연간 소득이 2만 달러 미만인 가정 자녀의 평균 성적은 독해 437점, 수학 460점, 작문 432점이다. 반면 20만 달러를 넘는 가정의 자녀는 각각 568점, 586점, 567점으로 격차가 100점 이상 났다.’

 

소득 수준을 10단계로 나눠 조사한 결과를 보면 소득 수준과 자녀 성적이 완벽하게 정비례한다는 얘기다. 부모의 학력 수준도 마찬가지다. 고졸 이하인 부모를 둔 학생은 독해 422점, 수학 446점, 작문 419점인 반면, 대학원 이상 부모의 자녀는 각각 561점, 575점, 554점으로 격차가 크게 벌어졌다.(2010, 09.10 YTN)

 

우리나라 얘기가 아니라 우리교육이 본보기로 삼고 있는 미국에서 교육을 통한 계층 대물림 현상이 나타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는 사례다. SAT를 주관하는 비영리단체 미국 대학협의회가 공개한 올해 SAT 보고서에 나오는 얘기다. 고려대 교육학과 김경근 교수가 발표한 '한국사회 교육격차의 실태 및 원인'이라는 논문을 보면 월 소득 200만 원 이하 가구 자녀의 수능 평균은 287점, 201만∼350만 원은 293점, 351만∼500만 원은 310점, 500만 원을 초과하는 경우 317점으로 가계소득 수준과 수능 점수는 정비례했다.

 

아버지의 학력이 중졸 이하인 학생들의 수능 평균은 279점인 데 비해 대학원 이상인 학생들의 수능 평균은 328점으로 50점 가까운 차이가 나는데 이걸 게임이라고 중계하는 방송(모든 매스 미디어들 포함)에 열광하는 시청자는 정상인가?

 

이건 경쟁이 아니다. 경쟁이란 승부를 가리는 게임이지만 시합 전에 승패가 결정 난 경기를 게임이라고 관전할 바보는 없다. 신자유주의 바람이 불면서 효율이나 경쟁이라는 가치가 복지니 배분이라는 가치를 비웃고 있다. 나라가 온통 서바이벌게임천국이다. 경제도 교육도 의료도 물도 음악도, 철도도 경쟁만이 살길이라며 민영화를 금과옥조로 믿고 추진하고 있다.

 

비행기 이착륙시간까지 통제해 가며 해마다 6, 70만 명을 한 줄로 세우는 수능이라는 경기는 진짜 손에 땀을 쥐는 공정한 게임일까? 복싱선수나 육상선수나 체조선수를 가리지 않고 더구나 체급이며 연령조차 가리지 않고 같은 경기를 시켜 한 줄로 서열을 매기는 경기와 수능이라는 경기와 다를 게 있는가?

 

                              <경향그림마당,김용민 화백, 교육의 계급화 시대...>

 

어떤 사람은 버스로 출발하고 어떤 사람은 오토바이로, 또 다른 사람은 자전거로 그것도 연료량의 통제도 없이 출발시간만 같으면 공정한 경기가 되는가? 자본주의를 부정하자는 게 아니다. 땀 흘려 일한 대가를 자식에게 물려 줄 수 있다는 인간의 기본적 욕망조차 부정하자는 게 아니다. 그러나 모심기와 추수할 때를 가려 정직하게 땀 흘려 농사지은 농부가 번 돈이든 도둑질을 해 모은 돈이든 똑같은 가치를 부여하자는 데 동의할 수 없다는 얘기다.

 

권언유착이나 민족을 배신한 대가로 모은 재산이 정직하게 땀흘려 번 돈이 똑같은 가치로 따지면 안 된다는 얘기다. 규칙이 필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한사람은 50만원어치 기름을 넣고 한 사람은 5만원어치 기름을 넣고 똑같은 거리를 달리기를 해 최종적으로 승리한 선수에게 박수를 보낼 수 없는 이유다. 대안 없이 불만을 하자는 얘기가 아니다. 노래를 잘하는 아이는 노래를 배우게 하고 축구를 하고 싶은 아이들에게는 축구선수로 키우자는 것이다. 시를 좋아하는 아이는 시인으로 키우고 컴퓨터를 좋아하는 학생은 그 분야에서 전문가로 키우자는 것이다.

 

구구단도 모르는 아이들에게 미분이나 적분을 가르치는데 수업시간에 흥미를 가지고 참여할 수 있겠는가? 국문 해독이 잘 안되는 아이에게 문법을 가르치고, 개념도 모르는 아이들에게 사지선다형이나 오지선다형의 문제풀이를 하게 하는 게 교육이라고 우길 수 있는가? 성적순으로 선발된 초임교사는 모든 아이들이 열심히 공부만 하면 다 일등이 될 수 있다고 윽박지른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일등은 한 명뿐이다.

 

90대 10의 사회가 된다고 아우성이다, 사회양극화를 걱정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상위계층 20%가 하위계층 20%보다 수입이 10배 가까이 차이가 난다, 하위계층 30%중 52.7%가 가계가 적자라고도 한다. 반면 종합토지세를 납부하는 상위 10%가 차지한 땅은 전국토의 72%요, OECD 국가 중 생계형 자살률이 가장 높다’는 것이 통계청의 발표다. 자신의 가난과 배고픔은 참을 수 있지만 자식까지 대물림은 할 수 없다는 게 우리나라 부모들의 마음이다. 언제까지 규칙이 무너진 경기의 승자에게 박수를 보내는 구경꾼으로 남을 것인가?

 

 

 

 

김용택의 참교육 이야기-책 보러-10점
김용택 지음/생각비행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