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는 살아 있는가? 진보한다고 했던가? 서울시의 인권시계를 보면 그런 진리가 사실인지 믿어지지가 않는다. 서울시 교육청(교육감 문용린)은 2013년을 이틀 남긴 지난 30일, '서울특별시 학생인권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이하 학생인권조례)을 입법예고 했다. 이번 서울시가 추진하겠다는 서울시 학생인권조례를 보면 문교육감은 인권의식이 있는 사람인지 의심이 간다.
<이미지 출처 : 오마이뉴스>
역사를 거꾸로 돌리겠다는 학생관으로 어떻게 21세기의 인간을 길러내겠다는 것인가? 그동안 서울시교육청은 법적 논란을 핑계로 서울 학생인권조례에 대한 탄압을 해왔지만, 지난 11월 28일, 대법원의 학생인권조례 무효 확인소송 각하 판결로 법적 논란은 종식되었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법률적으로 더 이상 제동을 걸 수 없게 된 문용린교육감은 이번에는 그 대안으로 조례를 개정하겠다고 나섰다.
서울시교육청이 입법예고한 조례개정안을 보면 학생인권조례의 상징이었던 ‘두발 자유 조항에 규제를 가능하게 하고 학생의 의무에 학칙 준수조항을 삽입하거나 반인권적인 학칙에 대해서도 학생들이 학칙의 의무를 따를 수밖에 없도록...’해 학생의 인권을 침해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해 놓고 있다.
그 밖에도 차별금지 조항에 '성적 지향', '성별 정체성', '임신 또는 출산'을 배제함으로써, 성소수자 및 미혼모 학생에 대한 역차별을 조장하고 있으며, 일괄적 소지품 검사를 가능하게 함으로써, 학생들의 사생활을 심각하게 규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미지 출처 : 참세상>
인간의 존엄성과 자유, 평등을 구현하기 위해 필요한 게 인권이요, ‘사람이 사람답게 살 권리’를 유지할 수 있는 삶의 조건을 충족시키는 길이 곧 인권의 실현이다. 인권은 민주사회가 추구하는 자유, 평등과 함께 인류가 추구하는 보편적인 권리이기도 하다.
서울시육감이 하겠다는 교육은 어떤 것인가? 인권의식이 없는 성인들의 시각에서 보면 두발도 교복도 학생다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학생답지 않음으로서 교사가 수업을 제대로 진행할 수 없고 학생생활지도가 어렵다는 것이다. 학생들과의 대화와 소통을 통한 학생지도가 아니라 교사중심의 ‘지시와 복종’에 따르는 것이 교육이라고 착각하고 있는 것이다.
학생의 인권이란 ‘통제와 훈육을 통한 보호’에서 ‘참여 보장과 자기결정 존중’의 개념으로 바뀌어 왔다.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혹은 투표권이 없다는 이유로 무시와 차별을 받고, 학생들의 목소리를 외면하는 사회는 후진 사회다. 두발자유와 용의복장, 강제 보충수업과 야간자율학습 등 학생들의 의사에 반하는 관행과 생활규정은 버려야 할 전근대적인 가치다. 교권과 학생인권은 다른 개념이 아니다. 교권이 필요해 학생인권을 규제하겠다는 것은 구차한 변명에 다름 아니다.
서울시 교육청이 진정으로 학생들의 교권을 보호할 의지가 있다면, 이미 제정된 교권보호조례부터 수용해야 한다. 교권보호조례를 재의 요구도 부족하여 대법원에 제소까지 한 교육당국이 교권을 빙자해 학생인권조례를 바꾸겠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은 얘기다.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학생인권 조례가 제정된 것은 경기도 김상곤교육감이 당선되면서다. 2011년 3월 1일 경기도에서는 당선 교육감의 선거공약으로 최초로 학생인권조례 제정되었다.
<이미지 출처 : 참세상>
학교의 주인은 학생이다. 우리 헌법을 비롯한 유엔아동권리협약은 ‘모든 국민은 기본권의 주체임을 천명하고 있으며, 인간이기에 누구나 천부적으로 부여받은 권리를 향유한 권리’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천명하고 있다.
우리 헌법에서뿐만 아니라 유엔아동권리협약, 교육기본법, 초중등교육법, 그리고 국가인권위원회에서까지 보장하고 있는 학생인권은 단지 학생들에게 두발이나 복장, 사생활의 자유 등을 보장하겠다는 취지로만 제정된 것은 아니다. 교육기본법 제2조, ‘자주적 생활능력과 민주시민으로서의 자질 함양’이라는 교육목적을 달성해 민주시민을 양성하기 위해서다.
이미 학생인권조례는 경기도와 전북을 비롯한 진보교육감당선 지역에서는 학생인권조례가 통과돼 학생들의 인권을 보호하고 존중하는 인권교육이 실행중이다. 문용린교육감은 이러한 학생들의 자발적 운동과 주민발의, 서울시의회의 의결을 통해 제정된 학생인권조례를 훼손하려는 시도는 멈춰야 한다.
학생들의 인권 보장이라는 책무도 지키지 않으면서 조례를 개악할 궁리만 하는 교육청이 존재할 이유가 무엇인가? 민주적이고 법적으로 전혀 하자가 없는 과정을 거쳐서 만들어진 조례를 개악해 반인권적인 교육을 하겠다는 서울시 교육청의 시대착오적인 폭거는 중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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