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빡눈이 온누리를 덮은 다음 날. 말게개여 햇살이 눈부시게 비치는 들판을 완행열차를 타고 달리는 기분은 어떨까? 바깥의 풍경이 싫증이 나면 가끔은 책이나 신문을 보기도 하고 젊은이들처럼 이어폰을 끼고 좋아하는 노래를 듣기도 하면서....
살다가 이런 여유도 있다는 게 얼마나 행복한지 모른다. ‘여수갯가 길’이 주최한 팸투어에 참가하기 위해 여수로 완행열차를 타고 가는 길이다. 철도파압을 한지 6일 째 되는 날... 세종시에서 바로 가는 KTX가 없어 조치원에서 여수 엑스포역까지 장장 3시간 30분... 바쁜 길이라면 시계를 들여다보며 조급증이 나겠지만 마침 12시에 여수 엑스포역에 집결하기로 돼 있어서 오전 8시 04분 기차를 타고 가면 30분이나 여유가 있는 느긋한 일정이었다.
차창에 비쳐지는 따가운 햇살에 반사되어 돌아오는 눈부신 햇살을 고스란히 받으며 그렇게 털거덕 거리며 달리는 기차가 싫지 않았다. 철도노조 파업으로 혹시나 하고 불안감이 없지 않았으나 다행이 내가 타고 갈 기치는 시간에 차질없이 달려 주었다. 여수는 모임에서 몇십년 전에 향일암인가 하는 곳을 가 본 후 두 번째 길이다. 바닷가에서 30년이 넘게 살아 왔으니 바닷가가 내 고향이나 다름없다.
도착시간을 30분이나 넘겨 늦게 도착했으나 역에서 기다리던 주최측과 이제 친구처럼 익숙해진 블로거들과 반가운 인사를 끝내고 맛있는 점심시간.... 그리고 서로안부를 묻고 온라인에서 봇다나는 이야기를 나무며 그렇게 즐거운시간이 시작된다. 여수의 일정은 길을 만드는 사람들(갯가 길)과의 만남에서 시작된다.
길....! 길이 화두다.
길의 역사는 사람이 살면서 시작되지 않았을까? 사람이 사는 곳에는 길이 있고 그 길은 사람들의 생활양식과 함께 진화를 거듭했다. 그 길은 단순히 목적지를 오가는 코스가 아니라 ‘몸을 치유하고, 마음을 치유하며, 몸과 마음의 근본이 되며 조절하는 의식을 정화하고 확장시켜주는... 힐링로드맵. 그래서 힐링이란 '인간이 가지고 있는 본래의 성품을 회복시켜주는 치유'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지자체마다 경제적인 이유로 혹은 지자체 단체장의 선거용으로 자연을 훼손하고 눈이 즐거운 공간을 만드는데 주저하지 않았다. 그래서 만든 올래길이란 치유라기 보다 보여주기식 길이많다. 그렇다보니 힐링이란 본래의 뜻이 거두절미된 자본의 구미까지 맞춘 다목적용일 경우기 허다하다.
여수의 갯가길은 어떨까?
갯가길은 의도적으로 깍고 다듬고 꾸민 그런 길이 아니었다. 사람이 사는 곳이면 어디든지 저절로 생겨난 길. 여수 갯가길은 자연과 인간이조화를 이루는 그런 길을 찾아 이 길을 걸으면 행복을 만날 수 있도록조성 된 길이다. 환경을 생각하는사람들, 자연관 인간이 공종하는세상을 바라는사람들이 꿈꾸는 철학을 가진 사람들과 산과 자연이 만나 이루어 내는 천혜의 비경....
한려수도의 절경과 만나 걷는 길은 그래서 행복한 시간이 된다. 자연을 사랑하고 여수를 사랑하는사람들이 만들어 가는 갯가길의 행복... 그들은 이 길이 이제 삶의 한부분이 되고있었다.
여수의 갯가 길....!
그 길은 자본주의에서 의도적, 계획적, 유목적적으로 시작한 길이 아니다. 여수의 갯가길은 ‘길을 만드는 사람들’이 길이 좋아 길을 만들고 그 길을 통해 인간의 본성을 회복하려는 힐링의 공간을 만들어 주고 싶었던 것이다. 길이 좋아 길을 만들고 사람들과 만나며 대화를 통해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마음에 평화를 안겨주는 치유의 길.... 여수의 갯가길은 그렇게 관청의 도움없이 이들 스스가 만들어 가고 있었다.
<갯가길을만드는 사람들....>
여수를 사람하는 사람들이 만들어 놓은 갯가 길은 어떤 모습일까?
아름다운 갯벌과 바다가 만나 만들어 진 길... 섬 따라 떠나는 행복한 여수 나들이 스토리텔링 로드맵을 따라 가보자.
‘행복한 희망 세상을 걷자~’는 1코스는 우두리항(돌산대교 아래 출발점) → 돌산공원→ 신추(거북선대교)(seaside) → 진목마을 → 밀듬벙 → 범바위 → 용월사 → 월전포 → 안심개 → 하동 삼거리→ 마상포 → 진모마을 → 안굴전 → 무술목(종착점)의 23Km의 길이다.
1구간은 우두리항에서 신추-진목- 밀듬벙범-범바위...를 거쳐 무술목 해수욕장까지 가는 코스다. 우리 일행은 원전포에서 안심개를 거쳐 초소바위까지 5Km를 걸었다. 시멘트 길을 5Km를 걸었다면 아마 많이 지쳤겠지만 이길을 걸으면 피곤한 줄을 모른다.
첫번째가 1코스, 두번째가 2코스다.... 여수갯가길은 이렇게 12개의 구간이 있다.
1코스 1구간의 시작은 거북선에서 출발한다. 나라를 지키겠다는 일념으로 자신의 한 몸을 초개와 같이 던지신 성웅 이순신 장군의 정신으로 무장하고... 여수갯가길을 따라 걷다보면 가장 먼저 만나는 아름다운 곳이 돌산공원 숲길이다. 길을 찾는사람들이 찾아낸 숨겨진보물... 그 숲길에 서면 바다 위에 서 있는 거북선대교가 보인다.
여수갯가길은 길을 잃을 염려도 없다.스마트폰의 길찾기 프로그램을 모르는 사람이라도 휴대폰의 NFC(근거리통신)칩에 2~3초만 갖다대면 코스 안내를 말할 것도없이 음성안내까지 나온다. 이런시설이 곳곳에 비치돼 있다.
이 프로그램은 갯가길을 함께 만든 제주오름보전연구회 김홍구대표님의 특허작이다. 기발한 아이디어로 낯선 길을 가다 길찾기 힘든 어려움을 쉽게 해결해 주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갯가길의 안내자 역할을 하고 있었다.
지자체가 길을 만들면 돈으로 길을 만든다. 자연히상업주의가 개입하고 그러다 보면사람이 아닌 돈이 주인 역할을 하는 피곤한 길이 되고 만다. 그러나 여수 갯가길은 다르다. 우선 이 갯가길은 환경을 지키고 자연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닦고 다듬고 만들어 가는 자연친화적인 길이다.
사단법인 여수 갯가길은 걸어서 여행하는 길을 만드는 비영리 단체다.
이 코스는 한 번에 걷기에는 길이가 긴 편이다. 하지만, 짧게는 1km, 길게는 3.3km에 이르는 12개의 소구간으로 구성되어 있고, 가족들이 편하게 걸을 수 있는 평탄한 구간과 갯벌의 생태를 체험할 수 있는 구간 등 다양한 걷기 조건을 포함하고 있어 특정 구간을 선택해서 걷을 수 있다.
코스 군데군데에는 버스 정류소가 있어서 중간에 하이킹을 마치고자 할 때는 큰 어려움 없이 노선버스를 타고 시작점으로 이동할 수 있는 편리한 길이다.
'길...!' 하면 무슨 생각이나세요?
지난 2007년에 만들어져 한 해 백만명이 찾는다는 제주도 올레길. 그런데 사람들은 아직모르고 있습니다. 4백여 킬로미터에 이르는 해안선과 3백 65개의 크고 작은 섬. 여수는 해안 둘레길, 여수갯가길을 만나면 힐링의 진수를 만날 수 있다.
제주대학교 김경호교수님은 갯가길 지킴이다. 아예 전정가위와 거북이표 안내표식을 들고 다니신다. 행여나 이 길을 걷는 사람들이다칠새라 가시덩쿨을 정리하고 풀뿌리에 걸리지않도록 다듬고 가꾼다.
바위에 몸을 의지하고 사는 이름 모르는 풀 한 포기에서 자연의 경외감을 느낀다. 인간의욕망이 만들어 놓은 환경 파괴는 급기야 인간의 생존까지 위협당하는지경에 이르렀다. 욕망을 억제하고 자연과 공존할 방법을 찾지 않고 물좋고 공기좋은 곳만 찾아 다닌다.
돌아 오는 길에는 석양이 만들어 준 또 다른 감동...!
여수에서만 만날 수 있는 행복은 갯가길을 걸어보지 않은 사람들은 모른다. 돌아오는 길은 이렇게 길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평생 잊을 수 없는 진한 감동을 안겨 주고 있었다.
사단법인 여수갯가
전남 여수시 중앙동 686번지 2층
Tel. 061-920-5888
Web. www.getga.org
Facebook. https://www.facebook.com/getga.org
김용택의 참교육 이야기-책 구매하러가기 - |
'렌즈에 비친 세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백두산을 보며 통일의 애절함에 가슴이... (3) | 2014.12.07 |
---|---|
낮보다 밤 풍경이 더 아름다운 여수 밤바다 (13) | 2013.12.19 |
영규스님 추모제와 산사 음악회가 열린 천년고찰 갑사에는... (5) | 2013.11.02 |
수원화성문화 축제의 이모저모 (8) | 2013.10.05 |
수원화성문화제, 정조대왕 능행차를 만나다 (21) | 2013.09.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