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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한겨레신문도 이제 찌라시가 되고 싶은가?

by 참교육 2013. 12.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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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교 사제단 등 종교계의 사퇴 요구는 종교적 신념에서 나온 것으로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헌법기관인 현역 국회의원의 대통령 사퇴 주장은 차원이 다른 문제다. 할 수 있다고는 보지만 현실적으로 다수 국민의 공감을 얻긴 어렵다....

 

그렇더라도 지금 시점에선 대통령 사퇴가 가능하지도, 바람직하지도 않다. 국정원 등의 대선 개입이 당락에 어느 정도 영향을 끼쳤는지를 객관적으로 계량하기 힘들고, 또 대통령을 사퇴시킬 합법적인 수단도 마땅치 않다. 그렇다고 대통령 사퇴 요구가 잦아들 것 같지도 않다. 박 대통령까지 나서 ‘국론 분열과 갈등을 부추기고 도를 넘는 발언을 하는 것’이라고 몰아치는...」

 

                                    <이미지 출처 : 오마이뉴스>

 

엊그제 한겨레신문을 잃다가 나는 내가 ‘잘못 읽은 게 아닌가’ 하고 내 눈을 의심했다.

 

정석구논설위원실장이 쓴 ‘12·19 부정선거와 박근혜 사퇴론’ 얘기다. 찌라시도 아니고 그것도 외부 필진도 아닌 논설위원실장이라는 사람이... ‘지금 시점에선 대통령 사퇴가 가능하지도, 바람직하지도 않다...?’, 그럼 언제 사퇴를 주장해야 옳은가? ‘대통령을 사퇴시킬 합법적인 수단도 마땅치 않다...?’니 합법?, 국정원이 합법적으로 한 짓인가?

 

도대체 언론이 할 일이 무엇인가? 명백하게 잘못한 일, 그것도 나라를 경영하는 대통령이 부정선거를 했다는데.. 가짜 대통령이라는데... ‘사퇴하라’는 얘기를 거론하지 말자..? 사퇴시킬 합법적인 방법도 마땅찮아..? 그럼 4. 19혁명은 혁명이 일어날 적당한 시기여서 일어났는가? 5.18광주항쟁은 저항할 수 있는 적당한 시기여서 일어났는가?

 

혁명을 하자는 얘기가 아니다. 제대론 된 언론이라면 마땅히 틀린 것은 틀렸고 맞는 건 맞다고 해야 하지 않는가? 조중동이나 종편도 아닌 한겨레신문이 양시양비론도 아니고 아예 찌라시들이나 할 수 있는 아니 그보다 더 노골적인 헛소리(?)를 하고 있다니...? 세상이 하도 흉흉하니 이딴 소리에 신경 쓸 기력도 의지도 없지만 이건 아니다.

 

한겨레가 어떤 신문인가? 정석구 개인이 언제부터 논설위원실장이 됐는지는 알 수 없지만 옛날 생각 좀 해보자. 한겨레신문은 1987년 그러니까 지금부터 25년 전, 입이 있어도 말을 못하고 눈이 있어도 진실을 보지 못하던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들이 ‘우리도 우리의 눈, 우리 귀로 세상을 바로 보고 들을 수 있는 신문 하나 만들자’고 어린 초등학생에서부터 노동자, 농민, 장애인들까지 7만여명이 눈물겨운 성금으로 만든 신문이 아닌가?

 

                                     <이미지 출처 : 오마이뉴스>

 

양상우 대표이사의 말처럼 ‘양극화가 심화되고 개인이 파편화된 한국사회에서 진실 앞에 엄정하고 권력 앞에 용감하며, 약자에게 따뜻한 신문’이 되겠다는 게 한겨레신문이 지향하는 가치 아닌가? 한겨레신문이 스스로 주장하듯 ‘한겨레신문이 탄생되기 전까지 우리나라의 제도권 언론은 20여년 동안 군사독재 정권의 시녀로 전락해왔으며, 스스로 권력과 야합해 권언유착의 풍토 속에 기자는 한낱 언론사주의 충실한 월급쟁이로 변신한 부끄러운 역사’가 있었기에 탄생이 가능했던 게 한겨레신문이다.

 

나는 아직도 한겨레신문의 창간당시의 감동을 잊지 못하고 있다. 사립학교에 근무한다는  이유로 10년이 지나서야 1급정교사 연수를 받고 있던 때의 일이다. 아침 연수가 시작되기 전에 한 뭉치치씩 들고 간 한겨레신문을 연수를 받으러 오신 선생님들에게 나누어 주는 게 즐거움이었다. 연수장에 갈 때뿐만 아니라 수업에 들어갈 때도 한겨레신문을 들고 들어가 학생들에게 읽어주기도 하곤 했었다. 내가 근무했던 학교 학생들은 한겨레 신문을 자원해서 배달해 주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나만 그랬을까? 힘없고 가난한 사람들, 입이 있어도 할 말을 못하고 살던 사람들은 한겨레 신문은 우리들에게 희망이요, 자랑이었다. 가난한 사람이 어쩌단 생긴 돈이 주머니에 두둑하게 들어 있을때 기분이 이런 것이었을까? 천병만마를 얻은 것 같았다. 약자으 목소리를 내 주는 신문이 있단느 것 만으로 힘이나고 기분이 좋았다. 그 때 그랬다. 그런 마음이 아직도 남아 있어 스마트폰이나 인터넷으로 얼마든지 공짜로 볼 수 있는 신문을 돈을 내고 구독하고 있는 것이다.

 

독자들은 믿었다. 세상이 다 변절해도 한겨레만은 아닐 것이라고.... 그러나 처음의 신문과는 조금씩 논조가 바뀌고 적당히 타협하는 기사 같은 게 보여도 ‘경영의 어려움 때문이려니...’하고 이해하려고 했다. 그런데 정석구실장의 글은 그게 아니다. 완전히 변절을 했거나 권력의 비위를 맞추겠다는 의도가 아니라면 어떻게 그런 기사를 쓸 수 있는가? 한겨레를 아끼고 사랑하는 독자로서 분명히 말하고 싶다. 정석구실장은 이 기사에 대해 해명하고 사과하라. 앞으로 그런 기사를 쓰려면 논설위원을 사퇴하라. 독자들은 그런 기사나 읽자고 한겨레신문을 구독하는 게 아니다.

 

 

 

 

김용택의 참교육 이야기-책 구매하러 가 - 10점
김용택 지음/생각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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