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학령기 학생 수는 약 713만명이다, 이들 중 4%인 28만명이 학교를 다니지 않고 있다면 믿을 사람이 있을까? 더더욱 놀라운 일은 이들이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 파악조차 되고 있지 않다는 사실이다.
문제는 그 정도가 아니다. 학교를 다니다 학업을 중도 포기한 학생 수는 2011년 63.501명에서 2012년에는 74,365명으로 크게 늘어나고 있다. 물론 홈스쿨링이나 사설학원에서 공부하는 학생도 있지만 매년 학교를 떠나 방황하는 학생 수는 파악조차 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박근혜대통령이 꿈과 끼를 살리는 교육을 하겠다고 한다. 학생들의 꿈과 끼를 살리기 위해 학생 개인의 소질이나 적성 능력을 종합적으로 반영한 ‘개인맞춤형 진로 컨설팅’을 학교가 책임지고 마련하겠는 것이다. 이를 위해 ‘중학교 과정에서 한 학기를 진로탐색의 기회로 제공하는 ‘자유학기제’를 운영해 학생들의 소질과, 적성, 그리고 능력을 기르겠다는 방침이다.
자유학기제에는 중간고사는 물론 기말고사와 같은 필기시험을 치르지 않으며, 학교생활기록부에는 학생의 꿈과 끼를 키우기 위한 활동 내역을 기록한다. 물론 수업도 학생이 자신의 꿈과 끼를 찾도록 시험 위주의 강의식 교육 대신에 토론·실습·체험 등 다양한 자율적 체험활동 중심으로 하는 교육을 진행할 계획이다.
정말 이대로 됐으면 어마나 좋을까? 그런데 이 꿈 같은 계획이 가능하기나 한 일일까? 교육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우리나라 대학은 물론 고등학교까지 서열화되어 있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없다. 고등학교가 특목고(과학고, 외국어고, 예술고, 체육고, 마이스터고), 자사고, 일반계고 실업계고..식으로 서열화된 것도 모자라 전국단위 일제고사를 치러 지역별 서열화까지 시키고 있는게 정부다.
최근 교육부는 서열화된 고교에 일반계 고등학교의 수준을 높이겠다고 ‘일반고 교육 역량 강화 방안’이라는 대책을 내 놓았다. 고교 서열화 논란을 막고 일반고를 육성하기 위해 일반고에 교과과정 운영의 자율성을 주면서 2015학년도부터 평준화지역 자율형 사립고에 대해 ‘내신 제한 없는 추첨 선발’을 도입하기 위해서란다.
교육부가 하는 일을 보면 답답해 숨이 막힐 지경이다. 고교가 서열화된 이유는 고등학교입학을 위한 평준화의 틀을 깨고 연합고사를 실시해 우수한 학생 순으로 특목고 혹은 자시고, 일반계고, 실업계고 순으로 서열화해 놓았기 때문이 아닌가? 일반계고 역량을 강화하려면 연합고사제를 폐지하고 고교 평준화를 시행해 서열화된 고교를 바꾸기 위한 정책부터 실행에 옮기는 게 순리다.
‘일반고를 살리겠다’는 취지는 맞다. 그런데 국어, 영어, 수학 점수 몇점으로 인생의 성패가 결정되는 현실을 두고 꿈과 끼를 살리기 위해 자유학기제를 도입한다느니 소질과 적성을 살리기 위해 일반고 교육역량을 강화하겠다는 게 정말 가능한 일일까?
경쟁이 틀렸다는 말이 아니다. 사람 사는 세상에 경쟁이란 어쩌면 필요악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경쟁이라는 게 국어, 영어, 수학 점수 몇 점이 아니라 소질과 적성에 따른 여러 줄로 경쟁시키면 어떨까? 고교가 서열화된 대학에 입학하기 위한 준비단계가 아니라 고교를 다양화시켜 소질과 적성을 기르는 게 순서가 아닐까?
대학 서열화를 놓고 꿈과 끼를 살리는 교육을 하겠다는 게 가당키나 한 일일까? 꿈과 끌 살리는 교육은 고교를 다양화시키고 대학 서열화부터 깨야 한다. 물론 고교 졸업생도 사람 대접받으며 살 수 있는 여건부터 마련해야 함은 물론이다. 서울대, 고대, 연대...식으로 서열화도 모자라 지역별까지 서열화해 인생의 성패를 가름하는 현실을 두고 중학교에서 한 한기를 책가방 없는 날을 만들면 꿈과 끼를 살리는 교육이 가능하리라고 믿는 사람은 박근혜 대통령과 교육부 정책 입안자 외에 누가 있을까?
중학교 한 학기 동안 적성과 소질에 맞는 직업선택의 기회를 찾기 위해 전국의 중학생들을 동시에 책가방도 없이 사회로 내 놓으면 정말 꿈과 끼가 살아나기나 할까? SKY 몇 명을 입학시키느냐에 따라 일류고교가 가려지는 현실을 두고 또 사회교육 프로그램 하나 제대로 없는 나라에 전국의 중학생들을 일제히 거리로 내몰면 어디서 무슨 끼를 찾을 수 있다는 말인가?(계속)
- 이미지 출처 : 구글 검색에서...
김용택의 참교육 이야기 - 김용택 지음/생각비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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