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장’하면 무슨 생각이 날까? 선생님보다 더 나이가 많은 사람...?, 교사들 중에 교육에 대해 더 해박한 지식과 덕망이 있는 인격자...?, 행정능력이 있어 선생님들의 존경을 받는 지도자...?’
학교를 일컬어 교장왕국이라고들 한다. 교육과정 편성권과 교직원의 인사권, 그리고 학교 예산을 편성 집행할 수 있는 재정권 등 막강한 권한을 가진 사람이 교장이다. 교장이라고 똑같은 교장이 아니다. 학생 수가 100명도 안되는 작은 학교의 교장이 있는가 하면 1천여명의 학생과 교사 그리고 학교에 근무하는 행정직원을 지위 통솔하는 지위에 있는 교장도 있다.
<교장 혼자서 근무하는 교장실과 40명에 가까운 학생들이 공부하는 교실>
학교를 일컬어 ‘교장왕국!’이라고 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그만큼 단위학교의 교장은 학교를 경영하는 책임과 막강한 권한을 가진 존재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초·중등교육법상 교장은 ‘교무를 통할하고, 소속 교직원을 지도·감독하며, 학생을 교육한다’(제20조 제1항)고 명시하고 있다.
교장이 어떤 철학을 가진 사람인가에 따라 학생이나 교사들은 민주적인 분위기에서 공부할 수 있지만, 독선적이고 비민주적인 학교장이 근무하는 학교의 학생이나 교직원은 불행(?)하다.
수업을 하기 힘든 교실, 사회적 지위가 곧 인품이 되는 사회에서 교사는 평교사보다 부장교사, 부장교사보다는 교감을, 교감보다는 교장이 되기를 원하는 교사가 많다. 욕심 때문에 교장이 된 사람도 있지만 제대로만 한다면 자신의 교육철학을 실천에 옮길 수 기회가 주어져 열린 공간에서 자신의 교육철학을 실천할 수도 있는 자리가 학교장이다.
교장으로 승진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고난과 역경(?)의 과정을 겪어야 한다. 평교사들은 그렇게 어려운 교장으로 승진하려는 이유가 무엇일까? 우선 학부모를 비롯한 사회적인 인식이 교장은 높은 사람(?)이라는 존경의 대상이 되기도 하지만 나이가 들면 수업을 하기가 점점 부담스러워지는게 학교의 현실이다. 나이 어린 교감, 교장한테 머리를 조아려가며 결재를 맡으러 다니는 수모(?)를 당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일찌감치 승진점수를 모아 교장이 되겠다는 계산 때문에 교장의 길은 멀고도 험하다.
전국의 교사는 37만명이나 된다. 그런데 학교는 겨우 1만여개 (2011년 4월 1일 기준-11,331개교)에 불과하다. 자연히 승진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 때문에 평교사로서 관리자인 교감·교장까지 승진하기 위해선 10년 이상 각별한 점수관리가 필요하다. 교육전문직(장학사) 시험을 준비할 수도 있지만 응시기회가 3번뿐이라 이 길은 가겠다는 교사들은 그렇게 많지 않다.
승진을 위한 점수를 따는 방법은 다양하다. 근무경력은 기본이고, 각종 연수를 통해 연수점수를 쌓아야 하고, 연구논문을 제출해 연구점수도 받아둬야 한다. 무엇보다도 학교장이 매기는 근무평가점수를 승패를 좌우하는 열쇠다. 한 때 경기도교육청에서는 3급 워드프로세서 자격증을 연구점수(0.5점)로 인정해 교사들 사이에 자격증 바람이 분 적도 있다. 이렇게 소수점 한두 자리로 승패를 좌우하는 승진 경쟁에서 10여년동안 120~125점의 근무평정 점수를 모아야 하는 길을 거쳐야 교감 자격연수를 받을 수 있다.
첫째, 교육대학원에 적을 두고, 현장연구 논문을 쓴다.
교과탐구, 교재집필, 자료편집, 실질적인 학생상담 등에 쏟아야 할 교사들이 교실현장에서 필요한 연수를 하기보다 교육대학원에 적을 두고 졸업장을 받거나 학위를 준비해야 한다면 그 피해는 학생들의 몫이다. 대학의 학위남발과 교사들의 승진 욕심이 맞아 떨어져 대학은 경영에 도움이 되는 계절대학, 혹은 야간대학이 성업 중일 수 있는 이유다. 대학원 졸업장이나 박사학위가 무너진 학교현장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도움이 되는 지는 교사들에게 물어보면 다 안다.
둘째, 워드로 문서를 작성하는 능력을 위해 자격증을 딴다.
학교폭력이 난무하는 학교에서 현장 연수가 아닌 문서작성 능력이 과연 필요할까?
셋째, 농어촌이나 섬 지역에 가서 농어촌 근무점수를 따야한다.
승진 점수 때문에 달라지긴 했지만 농어촌이나 도서벽지에 산다는 이유 때문에 농어촌 학생들이 문제교사나 승진을 위한 점수를 따기 위한 교사들의 희생자(?)가 되어야 한다는 것은 비극이다.
넷째, 부장교사가 되어 부장교사 점수를 받기 위해 부장교사경력을 쌓아야 한다.
요즈음은 부장도 하지 않으려는 경향도 있다고 하지만 승진을 위해 스펙을 쌓아야 하는 교사들은 필수과정이다. 학교가 비판이 용납되지 않는 닫힌 공간, 폐쇄적인 공간이 되는 이유도 학교장의 비위를 거스르면 승진이 불가하다는 현실과 무관하지 않다.
다섯째, 시범학교 운영을 적극 유치해 시범학교근무점수를 받아야 한다.
시범학교를 일컬어 ‘교육 쇼’라고들 한다. 짜고 치는 고스톱처럼 시범학교가 교육정책 입안자들의 승진을 위한 ‘실험용’이라는 비판을 받은 이유가 무엇일까? 방학이 되면 자기 돈을 들여 상담연수나 학생지도에 필요한 연수를 위해 땀을 흘리는 교사가 있는가 하면 방학이 도기 바쁘게 승진 점수 모으기 위해 비지땀을 흘리는 교사도 있다.(관련글 - 선생님들이 교장이 되고 싶어하는 진짜 이유- http://chamstory.tistory.com/530)
아직도 교장의 교사의 하늘이다. 적어도 승진을 꿈꾸는 교사들이나 근무조건이 유리한 학교로 이동을 원하는 교사들에게 교장의 근무평가권은 교사들에게는 생사여탈권이나 다름없다. 여기다 우수한 교사를 우선 선발해 올 수 있는 권한이며 불량교사(?) 강제 전출권까지 갖고 있다면 교장은 절대적인 존재로 ‘교사의 하늘’이 맞다.
<자료 - 경향그림마당에서>
‘19세기의 교실에서 20세기의 교사가 21세기의 학생들을 가르친다.’는 말은 괜한 소리가 아니다. 비판을 용납하지 못하는 사회, 그 폐쇄적인 공간이 되는 이유 중의 하나가 바로 승진을 위한 보이지 않는 ‘점수’가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교장이 된다는 것은 출세(?)의 길도 열려 있다. 교장의 인사권을 쥐고 있는 교육장이나 교육감에게 줄만(?) 잘 선다면 장학관으로 교육청이 운영하는 기관의 장으로 혹은 교육관료로 진출할 수 있는 길도 열려 있다. 학교가 시대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닫힌 사회가 된 이유 중의 하나다.
승진을 할 것가? 아니면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을 천직으로 알고 그들 속에서 자신의 소박한 꾼을 실천하며 살 것인가는 교사들이 선택해야할 몫이다. 승진의 길은 개인의 노력도 필요하지만 그만큼 가르치는 스펙 쌓기 과정에서 학생들의 희생 또한 무시할 수 없다. 욕심이 아닌 교육에 대한 열정에서 자신의 철학을 실천하기 위해 교장을 꿈꾸는 교사들도 많다. 이 글이 학생들이 100명도 안되는 학교에서 온갖 어려움을 무릅쓰고 오직 교육자로서의 사랑을 실천하는 수 많은 교장선생님들에게 누가 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김용택의 참교육 이야기 - 김용택 지음/생각비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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