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의 날, 교실찾은 서남수 교육부장관>
아름다운 선생님!
자신의 삶을 성찰할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가? 스승의 날을 맞아 제자들이 꽃 한 송이를 달아주기를 기대하기보다 반성문을 쓴 교수가 있다는 것은 신선한 충격이다. 국민대 교양과정부 이의종교수가 바로 그 사람이다. 그의 반성문에는 대학에서 학문을 가르치는 교수 개인으로서가 아니라 우리나라 대학이 안고 있는 모순의 핵심을 낱낱이 지적해 눈길을 끌고 있다.
이교수의 글에는 스승으로서 살아야할 삶이 어떠해야 하는지에 대해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가슴 두근거림 없이 매년 신입생을 맞이해 온 삶’이나 ‘학생들에게 행복한 삶의 가치관이나 태도를 가르치기보다는 성공의 처세술을 가르치는데 쫓기고, 자신의 전공 분야만 고집함으로써, 학생들을 편협한 학문의 세계에 묶어두려 한 것’, ‘학생들이 학교 밖 학원을 다니며 자신에게 진짜 필요한 것을 따로 배우게 한 것’, ‘학생의 학습 성과는 철저히 평가하면서, 교수 자신의 교수성과는 제대로 평가하지 않고 가르쳐온 것’... 등등을 반성한다고 적고 있다.
자신을 삶을 성찰하는 것은 개인적인 문제지만 대중에게 공개한다는 것은 용기 있는 행동이다. 스승의 날, 교사로서 제할 일은 제대로 못하면 대접받기를 좋아하는 사람도 많은데 대접받기보다 대접하고 싶어 하는 마음과 성찰은 성숙한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용기다. 대부분의 교수님들...
특히 이 땅의 지식인들은 오만과 독선으로 기득권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며 양심조차 마비된 사람이 한 둘이 아니다. 정치계와 학계를 오가면서 학자인지 사이비정치인인지 구별조차 안되는 교수, 유명세를 핑계로 학생들의 수업권을 무시하며 살아가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가?
<이미지 출처 : 다음 검색에서....>
좁은 강의실에서 수많은 학생들을 몰아넣고 혼자서 신들린 사람처럼 떠들다 끝나고 마는 강의박사들이 있는가 하면 방송이며 신문에 칼럼이나 논설로 유명인사가 된 사람들... 이의종교수의 표현을 빌리면 ‘교육이나 연구는 부업으로 여기고, 학교 외부 활동을 본업으로 ...’ 여기다 정치계로 무슨 기업의 사외이사로 철새처럼 떠돌아다니는 사람은 또 얼마나 많은가?
교수들만 아니다. 초·중·고 교사들은 어떤가?
지금은 많이 달라졌지만 해마다 스승의 날이 되면 전교생을 운동장에 집합시켜놓고 스승의 날 노래를 부르게 하고 각본대로 학생대표가 나와 선생님들의 가슴에 카네이션 한 송이씩을 달아주는 형식적인 행사를 반복해 왔던 게 스승의 날이다. 해마다 스승의 날이 되면 촌지파동(?)으로 진심으로 학생들을 아끼고 사랑하는 교사들까지 몰매를 맞아야하는 부끄러운 날이었다.
교실이 황폐화되고 교직이 3D 업종 중의 하나가 됐다는 소리는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교육이 이 지경이 됐는데 그 많은 스승의 날을 지내면서 어떤 교사도 부끄러운 현실을 자책하는 반성문 하나 없었던 부끄러운 나라가 대한민국이다. 물론 전교조창립당시 우리교육의 문제를 두고 볼 수 없다는 양심적인 교사들의 집단적인 양심선언이 있었지만 수구세력에 의해 종북이니 빨갱이로 매도당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을 당하기도 했다.
스승의 날, 반성문을 쓸 사람은 이의종교수 한 사람뿐만 아니다. 오늘날 우리 교육이 이지경이 된 것은 교육에 종사하는 모든 사람들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무너진 교육. 언제부터인지 모르지만 스승의 날은 한국의 모든 교사는 부끄러운 날이 됐다.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석고대죄라도 해야 할 교육학자며 교육관료, 그리고 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그 누구도 ‘네탓만 하고 내탓’은 아닌 책임전가를 하거나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오늘은 제32회 스승의 날이다. 아직도 이 땅에는 오른 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사랑을 실천하는 수많은 교육자들이 있다. 무너진 교육을 살리기 위해 안간힘을 다하는 교육자가 있어 우리교육은 아직도 건재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교육부는 제32회 스승의 날을 맞이하여 선생님들의 노고에 감사하고 스승 존경 분위기 확산을 위해 스승의 날 기념행사를 다양하게 추진한다고 한다고 한다. 형식적인 스승의 날이나 스승존경풍토조성 어쩌고 하지 말고 이의용교수의 반성문을 읽고 감상문이나 한 번 써 봄이 어떨까? 어려운 여건에서도 일선 학교현장에서 힘겨운 사랑을 실천하는 교사들에게 위로의 말씀을 전하고 싶다. 제발 이번 스승의 날은 이의종교수의 반성문처럼 학교가 교육받는 학교로 바뀌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이의용교수 반성문 전문 첨부합니다. : 반성문.hw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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